물은 참으로 대단한 치유력을 가진 물질이다. 따뜻한 목욕물이 채워진 욕조에 몸을 담그면 바로 그 순간 피로가 회복되고 마음은 평온해지며, 또 찬물로 샤워를 하면 정신이 번쩍 드는 느낌을 받는다. 물을 이용한 치료법(water therapy)은 고대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가장 오래된 치유의 기술 중 하나로 그 방법도 수백 가지가 넘는다. 종교의식의 차원에서 행해진 목욕에 대한 기록은 고대 이집트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며, 히브리 그리스, 로마 사회에서도 매우 중요한 의식이었다. 뜨거운 물을 사용한 목욕은 몸의 긴장을 풀어주고 마음을 안정시키며, 통증을 덜어준다. 또 몸속의 독성을 제거하고 신진대사를 왕성하게 하며 체온을 높여 병에 대한 면역성을 높이기도 한다. 그러나 뜨거운 물속에서 너무 오래 목욕을 하면 기운이 빠지고 탈진할 수도 있다. 한편 차가운 물은 몸의 생기를 북돋아주고 힘과 에너지를 불어넣어준다. 냉수목욕은 찬물이 닿은 부위의 혈관을 수축시켜 몸의 다른 곳으로 피가 흘러가도록 만들며 이와 동시에 대뇌로부터 심장방향으로 차가워진 부위에 새로운 피를 공급하라는 명령이 내려져, 결과적으로 온몸의 혈액순환이 활기를 띄게 된다. 일부 목욕 치료에서는 온수욕과 냉수욕을 번갈아 시행하여 신경계를 자극하는 요법을 쓰기도 한다. 목욕치료법에 따라서는 손이나 발처럼 몸의 일부 특정한 부위(반신욕이나 족욕)만을 물에 담그기도 하며, 특별히 로즈마리(rosemary:상록관목으로 충실·기억의 상징)나 육두구(肉荳蔲:nutmeg:향료 또는 약용 식물) 같은 약초나 탄산염, 소다, 소금 등을 넣은 물을 사용하기도 한다. 월풀(whirlpool) 또는 자쿠지(zaccuzi)처럼 소용돌이치는 물속에서 하는 목욕은 통증과 부기(浮氣)를 치료하고 신체 사지(四肢)의 혈액순환을 돕는 효과가 한층 더 크다고 하여 물리치료에 많이 사용되기도 한다. 또한 차거나 더운 물을 여러 다양한 강도로 사용하는 샤워의 치료 효과도 빼놓을 수 없다. 의학적으로 찬물 샤워는 열을 내리거나 피로를 회복시키고, 또 신체를 자극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된다. 한편 중추신경계의 흥분을 가라앉히고 피부의 가려움과 통증을 덜려면 따뜻한 물 또는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는 것이 좋다. 비시(Vichy) 샤워는 이 방법이 처음 개발된 프랑스의 온천지명을 따라서 붙여진 이름인데, 샤워 꼭지에 다양한 강도와 각도로 물줄기를 뿜어낼 수 있는 여러 개의 노즐을 장치하여 피부의 각질을 제거하며 물을 이용한 마사지 요법에도 사용된다. 또 스카치 호스(Scotch hose)는 3∼4m 떨어진 거리에서 강한 물줄기로 때려 주는 샤워를 가리키는데, 물리치료사들이 특정 신체 부위의 근육을 이완시키거나 통증을 없애려는 목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다. 물주머니 또는 압박 습포 역시 특정 부위를 덥히거나 또는 차갑게 식히는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물속에 약초나 소금을 넣어 치료효과를 높이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냉수 찜질은 열기를 식히고 통증을 감소시키며 피부의 가려움증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는 데 반하여 뜨거운 찜질은 체온을 높여 독성을 제거해준다. 또 통증과 관절염의 치료에는 뜨거운 습포가 도움이 된다고 한다. 물이 기체 상태로 변하면 수증기가 되는데 그 뜨거운 열기는 사람의 땀구멍을 열어주어 흘러나오는 땀과 함께 해로운 노폐물이 빠져나오게 한다. 온수 목욕과 마찬가지로 한증욕(汗蒸浴)도 체온을 높여 박테리아나 바이러스 등의 세균에 대한 면역성을 증진시키고 근육통이나 삔 곳, 관절염을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또 수증기를 스프레이로 뿌려주면 감기로 막힌 코를 뚫을 수도 있다.온천이나 샘 중에는 그 물속에 병을 치료하는 성분이 염분, 가스 또는 증기의 형태로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있으며, 이를 치유천(healing spring) 또는 약수라고 한다. 이들은 체온을 높여주거나 내분비선과 소화계, 순환계의 기능을 향진시킬 뿐 아니라 면역력의 증강과 근육 이완, 피부병의 치료 등의 효과도 있다. 치유천과 약수를 규정하는 기준은 나라마다 다른데, 주로 물의 온도와 산성도, 이산화탄소나 마그네슘, 철, 황 등 그 속에 포함된 미네랄의 종류 및 농도에 따라 결정된다. 낮은 곳을 찾아 흐르는 겸손, 막히면 돌아갈 줄 하는 지혜, 어떤 그릇에나 담기는 융통성, 흐르고 흘러 바다에 이르는 대의(大義), 거스르거나 역행하는 법이 없는 여일(如一)함, 모든 생물에 물을 공급하여 살리는 보시(布施), 만물의 생명을 도와 살리는 생명력이 물의 특성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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