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 지긋하신 어르신들은 함양 똥돼지에 대해 어느 정도는 기억이 남아있을 것이다. 예전 뒷간, 측간, 변소로 불리던 화장실 바로 아래 돼지를 키우던 모습을. 사람의 인분을 먹고 자란 흑돼지, 흑도야지는 맛이 좋았다고 한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함양에서 흑돼지의 모습이 점점 사라져 갔다. 빨리 자라고 무게가 많이 나가는 흰돼지에 밀리고, 청결·위생 등을 이유로 가정에서 사육을 기피하면서다. 함양하면 흑돼지라는 그 명성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이마저도 제주흑돼지, 남원흑돼지, 산청흑돼지 등에 자리를 내주고 있다. 함양 흑돼지의 명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은 무엇일까. 우리나라에서 흑돼지로 유명한 인근 남원의 흑돼지 브랜드화, 브랜드화에서 가장 성공한 것으로 주목받는 제주 흑돼지, 그리고 일본에서 흑돼지(흑돈)로 가장 유명한 곳은 규슈 최남단 가고시마현에서 흑돈을 유명 브랜드로 키워낸 사례 등을 통해 함양 흑돼지의 앞날에 새로운 길잡이를 제시해 주고자 한다. <편집자주><글 싣는 순서>1. 우리나라 흑돼지의 종가 함양2. 브랜드화 박차를 가하는 남원의 흑돼지3. 흑돼지 하면 제주흑돼지?4. 세계 최고 흑돼지 브랜드 일본 가고시마 흑돈(1)5. 세계 최고 흑돼지 브랜드 일본 가고시마 흑돈(2)6. 흑돼지 종가 함양을 명성을 되찾자우리나라 흑돼지의 종가 ‘함양’지리산권을 끼고 있는 지자체인 경남 함양과 산청, 그리고 전북 남원시는 예로부터 흑돼지, 일명 똥돼지를 가정마다 키워 왔다. 집안 잔치나 마을잔치 때면 돼지를 잡아 잔치용으로 사용하는 등 소와 더불어 돼지는 집의 큰 재산이었다. 산악지역으로 먹을 것이 부족했던 이들 농가에서는 화장실 아래에 돼지를 키울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흑돼지를 사육했다. 사람의 배설물을 먹고 자란 흑돼지는 맛과 육질이 우수해 큰 인기를 얻었다. 함양 흑돼지는 지리산권 흑돼지의 종가 격으로 함양에서 수많은 새끼돼지들이 여타 지역으로 입양되었다한다. 함양에서 흑돼지를 사육하고 유통하는 이들은 모두 ‘함양이 흑돼지의 종가’라고 입을 모은다. 예전의 그 맛을 잊지 못하는 것도 있겠지만 현재 생산되는 흑돼지의 맛 역시 타 지역의 돼지고기와 비교우위에 있다는 것이다. 최근까지도 함양 마천에서는 똥돼지를 사육해 왔으나 현재는 그 모습 자체가 사라졌다. 함양지역 가정의 흑돼지는 사라졌지만 11개 농장에서 2만여 마리의 흑돼지가 사육되며 함양 흑돼지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토종 흑돼지 실태현재 우리나라에서 키우는 흑돼지는 영국에서 들어온 버크셔라는 종이 대부분이다. 재래종인 토종 흑돼지보다 번식력에서나 육질이 좋다는 장점이 있다.농촌진흥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재래돼지 사육 두수는 정확히 조사된 바는 없으나 2000년도에 설문서로 조사한 결과 2,218농가에서 61,968마리를 사육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하지만 다양한 교배에 의한 잡종후손이 대부분이며 농가에서는 재래돼지와 교배된 것이나 또는 흑색의 돼지를 모두 재래돼지로 부르는 경우도 있었다. 비교적 순수도가 높은 재래돼지는 국가연구기관이나 각도의 축산연구기관에서 보유한 것이 대부분이다. 2008년 136두를 시작으로 연간 100여두 수준으로 순수혈통으로 등록되고 있다. 재래돼지의 낮은 생산성으로 인해 현재는 일반농가보다는 국가기관 중심으로 혈통이 유지되고 있다. 순수 재래돼지는 기본적으로 타 계량돼지에 비해 체구가 작고 성장속도가 상당히 느리다. 물론 특유의 고기 맛으로 차별화 브랜드가 될 수도 있지만, 사육기간이 상당히 길기 때문에 농가 수익성 측면에서 많은 어려움을 줄 수 있다.함양 흑돼지의 현실함양군은 지리산권 흑돼지의 종가 격이다. 10여 년 전만 해도 함양지역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흑돼지를 사육했었다. 또한 함양에서 씨돼지(새끼돼지)를 남원과 산청지역에 분양(공급)한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사육만 할 뿐 브랜드화를 통한 마케팅을 하지 못해 판로를 확보하지 못하는 우를 범했다. 인근 남원과 산청은 흑돼지 브랜드를 만들어 전국적인 유통망을 구축했다. 이로 인해 함양은 남원과 산청지역 흑돼지 브랜드에 납품하는 형식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힘들게 흑돼지를 생산하지만 판매는 함양의 이름을 달지 못하고 남원이나 유명 브랜드의 붙여 팔려 나가는 것이다. 지리산 흑돼지, 특히 함양 흑돼지는 최고의 맛과 육질을 자랑한다. 그렇지만 흑돼지 이름에 함양이라는 이름은 사용되지 않고 있다. 최근 지자체에서 흑돼지 브랜드화를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여타 지자체에 비해 한발 늦은 행정일 수밖에 없다. 함양의 흑돼지 경쟁력은함양 흑돼지를 먹어본 사람이라면 고소하며 쫄깃한, 그리고 육질이 살아있는 그 맛에 반한다. 그 만큼 함양 흑돼지가 품질 면에서 우수하기 때문이다. 현재 함양지역에는 11개 농장에서 2만1000여 마리의 흑돼지가 사육되고 있다. 이는 전국적으로 볼 때 미미한 양이지만 흑돼지를 생산하는 농가에서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유통망을 갖추지 못해 함양이라는 브랜드로 출하는 못하지만 흑돼지 중심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흑돼지의 중심지를 되찾기 위해서는 함양 대표 흑돼지 브랜드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전국적인 인지도를 갖출 수 있는 브랜드 개발과 마케팅, 그리고 판매활동이 펼쳐져야만 흑돼지의 기반 조성이 될 수 있다. 함양 흑돼지의 경쟁력이 단기간에 높아질 수는 없겠지만 향후 함양 흑돼지가 사라지지 않고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적 브랜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생산에서 판매, 브랜드화까지 많은 부분이 개선돼야 될 것으로 보인다.흑돼지 브랜드 ‘까매요’흑돼지 유통과 브랜드화의 일환으로 문을 연 함양 흑돼지 전문점 ‘까매요’. 함양의 랜드마크인 상림공원 맞은편에 들어선 까매요는 지난 5월 오픈해 함양 흑돼지 유통에서부터 판매, 체험까지 할 수 있는 함양 흑돼지 6차산업의 최 일선에 있다. 지상 1층(545㎡)에는 판매장과 가공장이 들어섰으며, 2층(545㎡)은 청소년과 주부 등을 대상으로 햄·소시지를 만드는 체험장으로 사용되고 있다.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해 수백만의 관광객들이 찾는 상림 공원 인근에 위치해 함양 흑돼지를 알리는 전도사 역할을 수행하며 잊힌 옛 함양흑돼지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는 길을 열고 있다. <인터뷰>함양 흑돼지의 명성을 되살리겠다박영식 까매요 대표평생 흑돼지 사육만을 고집하고 있는 박영식 까매요 대표. 그는 함양의 흑돼지 종가 부활을 일생의 목표로 삼고 있다. 박 대표는 “예로부터 ‘함양하면 흑돼지’라고 불리던 그 명성을 되살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생산에서 유통, 판매까지 함양의 브랜드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한 첫 단계로 함양 흑돼지 가공 체험장인 ‘까매요’의 문을 연 것이다. 그는 “함양 흑돼지 판매 홍보관을 통해 함양 흑돼지의 명성을 되살리고 싶다.”라며 “흑돼지 하면 함양이다. 인근의 산청과 남원에서도 키우지만 오래전부터 함양이 흑돼지의 중심이었다.”라고 자신했다. 현재 그가 사육하는 흑돼지는 6000여 마리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사육두수를 자랑한다. 그렇지만 얼마 전 까지만 해도 그의 브랜드조차 없이 인근 남원지역으로 출하할 수밖에 없었다. 박 대표는 “경남에서 흑돼지 브랜드도 없고, 유통망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아 전북지역 브랜드로 판매될 수밖에 없다.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함양에는 흑돼지와 흰돼지를 반반씩 키우는 곳이 여러 곳 있다. 유통과 판매망만 잘 갖춰진다면 흑돼지 사육이 많이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흑돼지는 흰돼지에 비해 새끼 낳는 수도 적을뿐더러 키우는 기간도 한 달 정도가 더 길다. 그래서 경제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그 육질의 맛에서는 단연 독보적이다. 박영식 대표 “흑돼지는 육질이 쫄깃하면서 부드러울 뿐만 아니라 고소한 맛이 강하다.”라며 “그렇지만 경제성이 떨어져 사육을 많이 하지 않는다.”라고 아쉬워했다. 박영식 대표는 “함양 흑돼지의 명성을 다시 한 번 더 높이는 것은 물론 지역 농가에 더욱 많은 흑돼지를 보급함으로써 다 함께 잘사는 함양을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밝혔다. 강대용·강민구 기자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