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4장마음바탕이 깨끗하여야 비로소 책을 읽고 옛것을 배울 수 있으리라. 그렇지 않으면 한 가지 착한 행실을 보면 훔쳐서 자기 욕심을 채우고 한 가지 착한 말을 들으면 빌려서 자기의 단점을 덮을 것이니 이 또한 도둑에게 무기를 빌려주고 도적에게 양식을 대 주는 것과 같지 않겠는가.<원문原文>心地乾淨(심지건정)이라야 方可讀書學古(방가독서학고)니라. 不然(불연)이면 見一善行(견일선행)에 竊以濟私(절이제사)하고 聞一善言(문일선언)에 假以覆短(가이복단)하리니 是又藉寇兵(시우자구병) 而齎盜粮矣(이재도량의)니라. <해의解義>학문을 함에 있어서도 먼저 마음이 맑고 순수해야 함을 강조한 글이다. 그래야만 책을 읽어도 올바로 해석하여 옛사람들의 행실을 바로 익히게 된다. 반대로 마음이 불손한 사람이 학문을 하고 책을 익히면 그것을 악용하여 나쁜 짓을 할 궁리를 하게 된다. 착한 사람은 좋은 행실, 좋은 말을 들으면 곧 그 행위를 배우고 말을 가슴 깊이 새겨 자기수양의 수단으로 삶지만 마음이 악한 사람은 남의 좋은 행위를 보면 그대로 본따서 이익이나 명예 등의 제 욕심 채우기에만 급급하고 남의 좋은 말을 들으면 자신의 허물이나 죄상을 가리고 변명하는데 그 말을 사용한다. 그러므로 마음이 깨끗하지 않은 사람에게 학문을 가르친다는 것은 떼도둑에게 무기를 주고 도둑놈에게 양식을 대어주는 것과 같은 것이다. 모든 학문을 함에 있어 기초는 먼저 마음을 비우고 뜻을 맑게 가져야 하는 것임을 간절히 교훈하는 글이다.<주註>心地(심지) : 마음의 바탕. 乾淨(건정) : 맑고 깨끗한 것, 건(乾)은 마른 것, 즉 욕심없고 순수한 것. 不然(불연) : 그렇지 않으면. 濟私(제사) : 자기를 구제함, 즉 자기 욕심만 채우는 것. 覆短(복단) : 단점을 덮음, 잘못을 감춤. 藉(자) : 도움, 조(助)와 같은 뜻. 寇(구) : 떼로 몰려다니며 약탈을 일삼는 도둑. 齎(재) : 데어줌. 粮(량) : 양식, 량(糧)과 같은 의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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