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장사람마다 모두 하나의 자비심을 가지고 있으니 유마(維魔)와 도회(屠劊)가 두 마음이 아니고, 곳곳마다 모두 일종의 참된 취미가 있으니 황금으로 꾸민 집과 초가집이 다르지 않다. 다만 욕심에 덮히고 정에 가리워 눈앞에 한 번 잘못을 저지르면 이것이 지척을 천리가 되게 하는 것이니라.<원문原文>人人(인인)이 有個大慈悲(유개대자비)하니 維摩屠劊(유마도회)가 無二心也(무이심야)요 處處(처처)에 有種眞趣味(유종진취미)하니 金屋茅簷(금옥모첨)이 非兩地也(비양지야)니라. 只是欲蔽情封(지시욕폐정봉)하여 當面錯過(당면착과)면 使咫尺千里矣(사지척천리의)이니라.<해의解義>사람마다 모두 하나의 자비심을 가지고 있으니 대 지혜의 소유자 유마거사(維摩居士)나 짐승을 도살하거나 죄인의 목을 자르는 백정같은 천한 직업에 있는 사람도 이 점에서 동일하다. 이것은 현상적으로 드러난 인자한 사람과 포악한 사람의 차이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타고난 본래적(善意志)의 동일함을 이야기 한 것이다. 어린 아니가 기어서 물 속에 빠지려고 하는 것을 보면 착한 사람이든 악한 사람이든 누구나 놀라고 불쌍히 여겨 달려가서 구출한다. 이것은모든 인간이 타고난 성품이 착하다는 증거이며 맹자가 성선설(性善說)을 주장하는 근거이기도 하다. 아무리 간악한 사람이라도 제 처자식을 사랑하고 제 부모를 사랑하는 마음은 다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눈 앞의 욕심이나 증오를 털어버리면 그런 사람도 성인이나 부처가 될 수 있다. 진정한 삶의 행복 역시 모든 곳에서 발견할 수 있으니 이것도 마음에 달린 것이다. 호화로운 집에서 영화를 누리고 잘 산다고 해서 반드시 행복한 것만은 아니며 초가집에서 가난하게 산다고 해서 불행한 것이 아니다.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가난해도 얼마든지 행복한 삶을 꾸려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사람의 본성은 착하고 어디에나 나름대로 행복이 있는데도 현상적으로 나타나는 사실은 왜 꼭 그렇지만은 못할까. 이는 사람의 마음이 욕심에 가려지고 사사로운 정에 얽매이기 때문이다. 이런데서 얽매이면 아주 짧은 거리도 순식간에 천리로 멀어지고 만다. 그러므로 욕망의 키를 줄이는 것만으로 사람은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이다.<주註>維摩(유마) : 석가모니 동시대의 인도사람으로 보살의 화신이라고 함, 출가하지 않고 집안에서 수도하는 거사(居士)다. 지혜가 뛰어났으며 문수보살과 문답한 유마경(維摩經)이 있음. 屠劊(도회) : 백정 도(屠)는 가축도살업자 劊(회)는 죄수의 목을 자르는 망나니. 茅簷(모첨) : 띠 풀로 지붕을 덮은 초가집. 첨(簷)은 처마. 只(지) : 다만. 使(사) : ~로 하여금. 咫尺(지척) : 아주 짧은 거리, 지(咫)는 여덟치, 척(尺)은 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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