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장부귀한 집안은 마땅히 너그럽게 후해야 하는데 도리어 시기하고 각박하다면 이것은 부귀하면서도 그 행실을 빈천하게 하는 것이니 어찌 능히 그 부귀를 누릴 수 있겠는가. 총명한 사람은 마땅히 그 재주를 거두어 감추어야 하는데 도리어 드러내어 자랑한다면 이것은 총명하면서도 어리석고 어두운 병폐에 빠져 있음이니 어찌 실패하지 않겠는가.<원문原文>富貴家(부귀가)는 宜寬厚(의관후)이어늘 而反忌刻(이반기각)이면 是(시)는 富貴而貧賤其行矣(부귀이빈천기행의)이니 如何能享(여하능향)이리오, 聰明人(총명인)은 宜斂藏(의렴장)이어늘 而反炫耀(이반현요)면 是(시)는 聰明而愚懵其病矣(총명이우몽기병의)니 如何不敗(여하불패)리오.<해의解義>‘장자지풍(長者之風)’이란 말이 있다. 부귀한 사람의 너그러운 풍모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사람이 집안이 부유하고 지위가 높을수록 마음이 넓고 도량이 커서 관후하고 인자해야 하는 법인데 오히려 시기하고 각박하게 행동한다면 이것은 가난하고 천한 사람의 행위이다. 스스로 가난하고 천한 행위를 하는 사람에게 어찌 부귀가 오래 따라 붙겠는가. 이런 사람에게는 복이 오래 붙어있지 않는다. 그리하여 예부터 부와 명망은 함께 하기가 어려운 것으로 여겨져 왔던 것이다. 지혜롭고 재주있는 사람일수록 그 스스로 그 지혜를 감추고 겸손해야만 몸을 온전히 보존할 수가 있다. 자신의 재주를 믿고 오만하거나 남을 업신여기면 미움을 받게 되고 그 방심하는 틈을 타서 실패가 기어들어 온다. 이렇게 된다면 어리석고 다리에 어두운 사람과 무엇이 다를 바가 있겠는가. 높은 곳에서 떨어질수록 깨어짐도 심한 법이다. 삼가지 않으면 우둔하되 착실한 사람보다 반드시 더 심하게 실패를 맛볼 것이다.<주註>宜(의) : 마땅히. 寬厚(관후) : 너그럽고 인정이 두터움. 反(반) : 도리어. 忌刻(기각) : 시기하고 각박한 것. 享(향) : 그 부귀와 복을 누림. 聰明(총명) : 총(聰)은 귀가 밝은 것이고 明(명)은 눈이 밝은 것이다. 지혜가 뛰어나고 명석함을 일컫는다. 斂藏(렴장) : 거두어서 감춤, 지혜나 재주를 드러내어 자랑하지 않음. 炫耀(현요) : 빛남, 드러내어 자랑함. 愚懵(우몽) : 어리석고 몽매함. 사리에 어두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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