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장 하늘과 땅은 고요해서 움직이지 않지만 그 기는 잠시도 쉬거나 멈추지 않으며 해와 달은 밤낮으로 뜨고 지지만 그 빛은 언제나 변함이 없다. 그러므로 군자는 언제나 한가한 때에도 다급함에 대비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고 바쁜 와중에도 여유있는 의취(意趣)가 필요하다. <원문原文> 天地(천지)는 寂然不動(숙연부동)이로되 而氣機(이기기)는 無息稍停(무식소정)하여 日月(일월)은 晝夜奔馳(주야분치)로되 而貞明(이정명)은 萬古不易(만고불역)이니라. 故(고)로 君子(군자)는 閒時(한시)에 要有喫緊的心思(요유끽긴적심사)하며 忙處(망처)에 要有悠閒的趣味(요유유한적취미)니라. <해의解義> 천지는 언제나 고요할 뿐 전혀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것은 천지의 겉모습만 그렇게 보일 뿐, 천지의 움직임으로 음양(陰陽)의 기기(氣機)는 쉴새없이 움직여 사시(四時)를 순행하여 만물을 생성한다. 해와 달은 날마다 떴다가 지고 찼다가 기울어지며 1초도 쉬임없이 드넓은 하늘을 달리지만 그 광명은 만고에 변함이 없다. 이와 같이 동중정(動中靜) 상태의 자연의 이치는 움직임 속에 고요함이 있고 고요함 속에 움직임이 있는 것이다. 천지자연의 질서를 체득하여 인생에 적용하여 실천하는 군자는 이와 같은 자연의 철칙을 본받아 한가할 때 긴급한 경우를 미리 대비하여 마음가짐을 튼튼히 하여 결코 바쁘고 위급한 상황에 처하더라도 유유하고 여유있는 마음가짐을 버리지 않는다. 이순신 장군이 적 화살을 맞고 마지막 숨을 거두면서도 적에게 나의 죽음을 모르게 하라는 말씀을 하신 것은 이러한 자연의 이치를 터득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였을 것이다. <주註> 寂然(숙연) : 고요함, 적막함. 氣機(기기) : 기운의 기미, 기운의 작용. 無息(무식) : 쉬지 않음. 稍停(소정) : 멈춤이 적음. 奔馳(분치) : 분주하게 달림, 바쁘게 뛰어감. 貞明(정명) : 밝은 빛, 정(貞)은 정(正)과 같음. 不易(불역) : 바뀌지 않음. 要有(요유) : 필요함, 대비함이 있음. 喫緊(끽긴) : 다급함, 중대함. 的(적) : ~의 지(之)와 같음. 悠閒(유한) : 유유하고 한가로움. 趣味(취미) : 마음가짐의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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