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평교회 김희수 목사나는 진정 아름다운 이를 알고 있다. 하얗고 뽀얀 피부를 가졌는가? 깡마른 몸매에 쭉쭉 뻗은 다리를 가졌나? 아니다. 피부는 뜨거운 햇빛에 그을려 건강미가 넘친다. 오동통하게 살이 있고. 키도 자그맣다. 내가 아는 이 미녀는 까만 얼굴에 하얀 이를 드러내며 큰 소리로 웃는 펑퍼짐한 아줌마다. 요즘 한국사회는 성형이 대세다. 이제는 유명 연예인들도 TV예능 프로에 나와서 공공연하게 성형했다는 말을 한다. 이렇게 성형미인이 판치는 세상. 외모를 중시하는 세상. 미모가 있어야 대우받는 세상에서 그녀는 미인 축에 끼지 못하겠지? 하지만 그녀를 알게 되면 진정한 미인이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될 것이다. 몬테소리 공부를 하며 어린이집에서 교사로 일했던 그녀는 성격도 싹싹하고 재주도 많아서 인기가 좋았다. 그런 그녀가 그녀를 좋다고 따라다니던 그 숱한 남자들을 마다하고 시골에서 올라 온 우직하고 순박한 총각과 사랑에 빠지고 만 것이었던 것이다. 이 순박한 총각이 결혼하면 아내를 데리고 귀향해서 농사를 지으려는 야무진 꿈이 있다는 것을 그녀가 알았는지 몰랐는지. 사랑에 눈이 먼 그녀에게는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었으리...... 첫아이를 낳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남편은 자신의 꿈을 위해 고향으로 내려왔다. 남편을 따라 아무것도 모르고 함양 산골로 들어온 새댁은 남편과 함께 날마다 들로 나가 농사를 지었다. 어린이 집을 운영하고 싶었던 자신의 꿈은 고이 접어 마음 한켠에 꽃아 놓았다. 요즘처럼 이혼해서 각자의 길을 가며 자신의 꿈을 좇는 것이 나았을까? 그녀는 아이 셋을 쑥쑥 낳았다. 시부모 모시고 살며 동네 크고 작은 일들 돌아보고 어르신들 농사도 살펴드린다. 나락 농사는 기본이고. 양파. 감자. 오이. 고구마. 야콘 등 주로 밭농사를 한다. 밭농사는 어느 농사보다 더 손이 많이 가고 고되다. 한겨울 농한기를 빼놓고. 그녀는 봄부터 늦가을까지 남편과 함께 들판을 누비며 굵은 땀방울을 흘린다. 고되고 힘들어도 좋은 농산물을 수확하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어느새 그녀는 농사 전문가가 되었다.누구에게 일일이 털어놓지 못할 시끄러운 속사정이 생길 때 그녀는 밭으로 나간다. 오늘은 여기부터 여기까지 매야지. 마음에 정하고 밭고랑에 들어서면 그때부터 무아지경. 그렇게 밭을 매다보면 모든 시름이 다 사라진다고 한다. 진정한 수행이요. 기도가 아닐 수 없다. 지난 번 태풍에 미쳐 손쓸 겨를도 없이 호박넝쿨이 잘려 나갔다. 70%이상이 못쓰게 되었다. 농사를 지어 본 사람이라면 자식처럼 애지중지 기른 농작물이 피해를 입을 때 그 심정을 잘 알 것이다. 게다가 요즘 호박시세가 좀 좋은가? 아깝고 애석한 마음 지긋이 누르며 그래도 밑둥은 남았다고 웃으며 말하는 그녀와 순둥이 남편. 어떻게 위로할지 몰라 맘 졸이고 찾아갔다가 오히려 크게 위로받고 돌아왔다. 그녀는 화통하게 웃는다. 그 웃음은 전염성이 강해서 그녀와 함께 있으면 자기도 모르게 큰 소리로 따라 웃게 된다. 그렇게 함께 웃다보면 어느새 세상이 살만하고 아름답다고 느껴지니 이상하다. 세상이 말하는 미인이 아닌 미인. 이 미인에게서는 향기로운 땀 냄새가 난다. 내적인 충만함과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며 땀 흘리는 정직한 아름다움이 보인다. 요즘처럼 어려운 시절에 이 미인처럼 환하게 웃는다면 한가위 보름달이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아도 세상이 밝아 보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