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황토방 사랑에 빠진 아내를 위해 여름의 더위가 물러가기 무섭게 아궁이에 불 지피기가 시작됐다며 올겨울 땔감이 걱정이다는 김기영씨 가족. 사랑하는 사람의 모국어를 유창하게 하려면 얼만큼의 시간이 필요할까? 태어나 처음 배우는 새로운 언어를 사랑의 힘으로 완전정복하기란 쉽지 않을 터. 초등학교 때부터 중고등학교. 대학까지 끊임없이 영어를 배웠지만 외국인과 말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하는 실력을 가진 본인으로써는 오늘 주인공이 그저 대단할 뿐이다.‘한글날 기념 전국 다문화가정 우리말 대회’에서 동화구연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한 아사구룽. 그녀를 만나기 위해 병곡면으로 향했다. 돌담길을 따라 찾아간 아사의 집은 아궁이에서 연기가 흩날리고 있었다. 아들 우주(3살)는 부지깽이로 아버지를 훈시하고 아사의 남편 김기영씨는 아내가 좋아한다는 이유로 황토방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있다. 매운 연기가 눈을 가리지만 황토방의 매력에 빠진 아내를 위해 김씨는 눈물을 찔끔거리며 불을 지핀다."황토방에서 생활하시나봐요?" "아내가 황토방을 좋아해요" 단지 그 이유다. 아사는 말한다. "황토방이 좋아요. 몸에도 좋다고 하구요. 네팔에도 이런 황토방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영락없는 한국인 아사다.네팔 출신 아사(24세)가 한국에 온 지 3년. 한국에서 2007년4월8일 친정어머니를 초청한 가운데 남편 김기영(41세)씨와 결혼식을 올렸다.그동안 아사는 네팔전통무용을 선보이며 함양군민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으며 여러 무대에 초청받을 정도로 그 실력을 인정받아 알 만한 사람은 아는 유명인사다. 그런 아사가 이번에 전국 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으니 그녀의 재주는 어디까지인가 의심스럽다. 한국어를 배우는 게 힘들지 않았을까? 아사는 "정말 어려워요. 하지만 성민보육원에서 일주일에 두 번씩 한글을 배우고 틈틈이 공부하고 있어요"라고 했다. 또한 결혼이민자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한글방문수업. 아기돌보미 사업 등도 아사에게는 큰 도움이 되고 있다.아사에게는 네팔에서 결혼해 온 친구 가족들과의 모임이 정기적으로 이뤄지고 있어 외로움을 덜한 듯 했다. 남편 김기영씨는 3년째 계속되고 있는 네팔 자모임의 회장직을 맡으며 부인을 이해하고 다문화가족과의 유대관계를 가지며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는데 한 몫하고 있었다. 모임을 이끌어 가고 있는 김씨는 "외국인과 결혼한 신랑은 열린 마음이 되어야 한다. 모임의 회비나 경비가 아까워 못나오는 사람이 있어 안타깝다"며 남편의 의식전환이 중요함을 피력했다.집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가족사진이라며 앨범을 들이미는 김씨를 봐서도 아내사랑이 유별나다. 아사에게 그런 남편 점수를 묻자 100점 만점에 50점! 좀 박하다는 생각이지만 김씨는 그것으로도 족하다. 깎인 50점을 만회하려면 김씨는 아무래도 술을 줄여야 할 듯 하다. 부인덕분에 사회생활이 활발해진 김씨에겐 좀 억울할 수 있지만 그래도 아사는 집안일 도와주기와 남편의 술 줄이기가 나머지 50점을 차지한다니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아사는 ‘한글날 기념 전국 다문화가정 우리말 대회’에서 동화구연부 대상을 수상함에 따라 모국방문왕복항공권을 부상으로 받았다. 결혼 3년만에 처음으로 친정에 갈 수 있는 기회를 얻어 포크라. 카트만두에 있는 부모님. 할머니 동생들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아사는 들떠 있지만 항공권 외에도 기타 경비가 몇백만원은 필요하니 마음이 편치는 않다. 하지만 아내를 위해 매일 저녁 황토방을 데워주는 남편이 곁에 있는 한 아사는 외로움을 느낄 시간이 없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