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술가 협회원/ 전주대학교 미술과.산업미술과 강사 역임(84~91)한국미술협회 서양화분과 이사 역임/ 한국장애인대전 심사위원 역임대한민국 미술대전. 서양화 심사위원 역임/함양예술술마을 관장Mobile : 010-2938-8938구본갑의 지리산 여행기함양예술마을에서 창작활동하고 있는 이목일 화가. 10월 15일부터 22일까지 대구 신미화랑에서 함양과 지리산 테마로 한. 빨래판 그림전을 개최한다.고향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추억 그리고 이제는 사라져 버린 고향 함양 풍경을 화폭에 담았다. 이번에 공개된 그림을 훔쳐보니 함양 비밀코드가 가득했다. 이를 해독하기 위해 이번주 지리산 투데이에 초대했다. 이목일만의 독특한 작품세계. 창작 비하인드 스토리를 심층취재했다.밀양에 톱스타 전도연 있다면함양땅엔 이 사람 있다# 통영하면 전혁림 화가 이름석자가 얼른 생각난다. 통영 봉평동 미륵산 기슭에 그를 기념하는 미술관이 있다. 전혁림은 통영 앞바다 풍경을 즐겨 그린다. 노무현 전대통령이 이 노작가 그림을 무척 좋아했다. 그래서 대통령 재임시 전혁림 통영 테마 그림 한 점 구입. 청와대 인왕실에 걸어놓고 감상했다 한다.# 제주도 성산포하면 이생진 시인이 쓴 <그리운 섬 성산포>가 생각난다. 이 시를 가수 윤설희가 낭송. 뭇 사람들을 감동시켰지 아마?나는 떼어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배에서 내리자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이 죽일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나만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술에 취한 섬 물을 베고 잔다파도가 흔들어도 그대로 잔다저 섬에서 한 달만 살자저 섬에서 한 달만 뜬 눈으로 살자저 섬에서 한 달만 그리움 없어질 때까지# 경부선 기차가 낙동강을 스쳐 지나간다. 그 지점에 밀양이라는 소읍이 있다. 기차 창 너머 밀양을 바라보노라면 이창동 영화 <밀양> 전도연 모습이 떠오른다.밀양에 전도연. 성산포에 이생진 시인. 통영에 전혁림이 존재한다면 함양엔? 퍼포먼스 전문 이색화가 이목일이 있다. 어디. 지리산 자락 함양땅에 이목일보다 훌륭한 선달(先達)이 없겠냐만은 이번 주에는 아무래도 이목일을 뉴스메이커로 내세워야겠다. 며칠전 중앙일보. 뉴시스. 경남매일을 통해. 이목일(57) 미술관련 기사를 보았다. 10월 15일부터 22일까지 대구 신미화랑에서 개인전을 연다는 것이다. 함양시장 병곡순대국집. 아침손님 받기 위해 상점 문 여는 것이나 이목일 화가가 그림 전시하는 것이나 비수무리한 데 그게 무슨 기사거리냐?고 물으신다면 조금 다르다고 말하겠어요.이목일 화가 신작 속에 함양 이미지(풍광)들이 담겨져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는. 함양 로컬 뉴스로써 대단한 의미가 있다. 그래서 그를 취재해보기로 했다. 본격적인 인터뷰에 들어가기 전. 이목일이라는 작가가 누구인지? 알아보기로 하자.이목일은 함양군 수동면 화산리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이상욱(李相昱). 수동초등학교(43회) 수동중학교(13회)를 졸업하고 혈혈단신 상경. 서라벌고 서라벌대(현 중앙대)에서 미술공부를 했다. 졸업 후 일본 도쿄에서 3년간 판화(창형미술대학교). 영화 드라마 연출 (치오다 공대)공부를 했다. 귀국 후 전주대학교 미술과와 산업디자인과에서 강사생활. 1987년 서울 북가좌동 지하실에서 전업화가로서의 뿌리를 내린다. 1984년 관훈 미술관 별관에서 에로틱아트라는 장르를 가지고 개인전을 열어 장안의 화제를 모았다. 당시 언론에서는 이목일을 가리켜 “건국 이래 에로틱아트를 거리로 꺼집어 내어 당당하게 화랑에서 개인전을 연 한국 최초 화가”라고 대서특필했다. 그 후 미국 뉴욕으로 건너가 뉴욕 소재 아트 스튜던트 리그에서 넓고 다양한 판화기법과 채색을 섭렵하고 세계각처에서 모여든 아티스트들과 교류하면서 넓고 깊은 예술의 세계를 조망하며 화가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귀국 후. 호랑이 연작그림 등 수많은 작품을 창작해내며 수십회의 개인전을 열었다.현재 함양으로 귀향. 함양 예술마을 관장 직을 맡고 있으며 자연과 더불어 창작생활에 몰두하고 있다. ▲ 그의 그림의 중심 주제는 자연(自然)이다. 그가 그리고 있는 자연은 인간의 밖에 차갑게 존재하는 사물로서의 자연이 아니라. 그에 의해 영혼(靈魂)이 이입(移入)된 살아있는 생명으로서의 자연이다. 이런 점에서 그가 그려내는 자연풍경은 전통적인 풍경화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 특히 근대 서양의 풍경화와 이목일의 풍경 그림은 매우 다른 차원의 성격을 보여 주고 있다. (임두빈 미술평론가의 말)# 고향땅에 정착한 이목일 화가. 그는 자신만의 시각으로 함양 풍경을 화폭에 담았다 하는데. 무슨 내용의 그림을 그렸을까? 또 그림 속에 담긴 의미는 무엇인지? 그걸 알아보려 인터뷰를 요청했다.그는 함양 특유 사투리로 “기사꺼리 쌔삐리슬킨데 인터뷰는 무슨 인터뷰고. 그냥 전시회한다고 조그맣게 토막기사나 하나 내도고. 뭐라꼬. 심층취재라? 모리겠다. 이러튼저러튼 나는 마 지금 안의 버스터미널 앞에 있다. 구형. 전에 와봤제? 차부 앞 안경 쓴 할매 국화빵 굽는데 올라몬 골로 온나”아. 생각난다. 언제가 이목일과 함께 가본 적이 있다. 벽을 살짝 밀면 허물어져버릴 것 같은 아주 허름한 선술집. 주막에 들렀더니 이목일은 200원 짜리 꼬마오뎅 안주 삼아 안의 막걸리 한통을 마시고 있었다. “여보게 이 주막 어떤가? 내가 함양 내려와 발굴한 함양 최고 술맛 나는 주막일세. 저 할무이 좀 봐라. 전체 팔아봤자 돈 1만원도 안될 안주를 놓고 하루종일 저런 모습으로 손님을 기다라는 거라. 느림의 미학 그 자체 아이가 그쟈?”이목일의 주막예찬은 계속된다.“특히 내가 이 주막을 거의 광적으로 좋아하는 까닭은 저 유리창 문양(紋樣)때문이야. 저 유리창 속으로 나비 훨훨 날아가는 것 좀 봐라. 우리 같은 환쟁이 죽었다 깨어나도 저렇게 못 그려. 보면 볼수록 걸작이야. 지금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중인 몽유도원도? 안의 주막 나비그림에 비하면 우수마발(牛溲馬勃)잉기라”해가 뉘엿뉘엿 저물 때까지 이목일은 미술 ‘미’자도 꺼내지 않았다.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 작의(作意)를 묻자 “앗따 이 사람도. 화가 인터뷰해 봐야 뭐하나. 그림 보고 나서 곱표 공표 치면 되지. 이 좋은 가을날 고즈넉한 시골 풍경 바라보며 풍류나 즐기세나”어즈버. 주막 탁자에 놓인 특급안주 왕소금도 동이 나고 살롱 마담 할무이도 셔터문 내리려한다. 이때를 기해 옴마야 놀래라! 이목일이가 의자에서 팔딱 일어나 영화 <반지원정대> 주인공마냥 “가자. 저 산으로. 타라 울렁!”# 이목일은 고물 봉고에 나를 태우고 깊은 산속으로 데려간다. 오도재 정상이다. 우리는 조망대 앞에 서서 장엄하게 펼쳐진 지리산 주능선을 바라보았다. 이목일과의 본격적인 미술 인터뷰. 오도재 정상에서 시작되었다.“이번 전시회. 나 나름대로 참 많은 의미가 있는 전시회야. 40여년 뉴욕 도쿄 서울 강화 등지 생활을 청산하고 고향으로 내려와 처음 갖게 된 전시회라네. 지난해 10월 함양군청 도움으로 함양 예술마을에 정착하게 되었지. 서울 내려올 때 나는 다짐했다네. 이번 참에 고향 함양을 소재로 한 감성그림을 창작해보리라. 그런데 고향 함양이 너무 변해버렸더구나. 어릴 적 내가 체험하고 느꼈던 감흥 장소.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더라마. 고향집은 아예 없어져 버렸고 미루나무 위 까치집 솔잎 때는 연기 그 메케한 냄새도 하나 찾아볼 수 없능기라. 당최. 어디서 미술적 영감을 찾나 고심하던 차에!”昨夜鄕夢. 어젯밤 꿈속 고향을 거닐다 어무이 생각에 눈물이 넘치는구나그러던 어느 날. 이목일에게 뮤즈(Muse=예술의 여신)가 찾아왔다. “아까 우리가 들렀던 안의 버스 터미널 주막 있잖아? 지난 늦봄. 그 술집에 앉아 막걸리 한잔 하고 있는데. 저만치 버스 서는 데로 한 할무이가 빨래판 하나 머리 위에 이고 힘겹게 걸어가는 걸 봉기라. 내가 말이다. 그 빨래판을 보는 순간. 마. 섬뜩 무서분 생각이 들데? 그 섬뜩함의 찬 기운이 내 몸 낮은 곳으로 스며들면서 나도 모르게 어-무-이. 그런 소리가 입에서 튀어나오능기라. 그라고 마. 어무이가 우찌 그렇게 사무치게 보고 싶던지. 나도 모르게 짬보처럼 펑펑 울어버링기라”이목일에게 있어서 (차부에서 본) 빨래판은 단순히 옷을 세탁하는 도구가 아니었다. 유년시절 이목일과 어머니를 조우시켜주는 길라잡이였던 것이다. 몽환(夢幻)도 이런 몽환이 없다. 이목일 마음이 할머니 빨래판 속으로 빨려 들어가 그 속에서 그리운 어머니를 만나게 된 것이다. 이목일은 빨래판이라는 과거로 가는 열차를 타고 1959년 수동면 고향으로 달려간다. 그때 일곱 살 꼬마 이목일은 새벽 잠결에 풍더쿵 철! 철! 두레박 소리. 탁탁 턱턱 빨래방망이 소리. 쫙쫙 스윽 빨래판에 옷 밀어대는 소리를 들었다. 이목일 집 앞 우물터에서 들려오는 소리다. 뻐꾸기 울음소리에 어머니 음성도 들려온다. 탁탁 팍팍 어무이가 빨래판 위에 놓인 옷감에 마구 방망이질 해댄다. 그러면서 하는 말.“비가 항거석 잘 내렸네. 모내기 하기에 참 좋게 내려꼬마. 상욱아(이목일 아명)! 퍼뜩 일나가꼬 동네 한바쿠 힘세게 한본 돌고 오이라!”잠결 속에서 깨어난 57세 이목일. 두리번거리며 어무이를 찾았으나 어무이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때. 나는 안의차부 그 빨래판을 통해 잠시나마 일곱 살 때 내 어무이 빨래하는 모습을 선명히 봉기라. 그 감동이 오랫동안 가더구먼. 그래. 어무이 분신과도 같은 빨래판 위에 어무이 모습. 고향 풍경을 담아보자 그런 생각이 퍼특 들데”- 그래서 이번 작품전 이름이 이목일 빨래판 그림 전(展)이군요. 농사일 때문에 대구 신미화랑에 못가는 독자를 위해 빨래판 속에다 무얼 그렸는지 이실직고해 보슈?(이목일은 봉고 쪽으로 가 이번 전시회 카탈로그 한부를 가지고 온다. 카탈로그 속에 신작 그림 여러 컷이 있었다. 차근차근 훑어보았다. 뱀 한 마리가 스르르 풀밭 속으로 사라지는 그림이 인상적이다)-뱀이 있고 사과가 하나 있네? 요즘 교회 다니는갑덴데 구약성경에서 힌트를 얻었나 봅니다?“흐흐흐 이 사람하곤. 그림 그린 놈이 제 그림 설명하는 것처럼 남사시러분 것도 없는데. 우야노. 주간함양을 통해 나. 이목일이가 아닌 내 고향 함양 홍보 하는 셈치고 뱀 그림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줌세”오도재에 밤이 깊었다. 수억 밤송이만한 별들이 일제히 우리 두사람 어깨 위로 투하해댄다. 오르가슴도 이런 오르가슴이 없다. 이목일은 별폭탄을 맞아가며 뱀 그림 야화를 읊어댄다. ▲ 함양 출신 이외수 작가와 고향 문화발전에 대해 환담을 나누고 있다.함양 예술마을에 찾아온뱀 한 마리. 나에게 이런 영감 전해주었다 “함양 기백산(箕白山). 이 산 말이야 보면 볼수록 신령스러분기라. 산 이름에 기(箕)자가 붙여있는 것부터 예사롭지 않거등. 여기서 말하는 기란 남두육성 궁수좌에 있는 기성(箕星)을 의미하지러. 이 별은 북두칠성 반대쪽에 있는데 방위는 인(寅)이고 칠요는 수(水)라 카더라. 무속인들은 이 별자리가 풍해를 막아준다며 높이 받들고 있다카데. 그러니까 기성 정기를 최고로 많이 받는 산이 바로 기백산잉기라. 기백산 아래 용추계곡 그 아래 안의골 함양예술마을이 있지. 기백정기 넘쳐흐르는 예술마을에 내가 살고 있으이 나도 참 복 받은 셈이지. 지난 7월말이었지 아마. 안의골에 칠흑 같은 폭우가 내렸다아이가. 다음날 이른 아침. 산보차 용추골 쪽으로 걸어가는데 내 앞으로 뱀 한 마리가 나타낭기라. 요놈 똬리틀고 공격채비 차리지 않고 나를 물끄러미 보고 있네? 나도 신기해 고놈을 골똘하게 쳐다보았지. 이런 신경전(?) 끝에 뱀이 스르르 몸 비틀더니만 기백산으로 쑥 올라가능거라”이목일은 기백산으로 사라지는 뱀을 바라보며 예술적 신화적 감흥에 빠져들고 만다. “아뿔싸. 저 뱀은 우주 멀리 기성에 살고 있던 놈인데 어젯밤 빗물 타고 잠시 아우 동네 기백산에 마실왔다가 이제 돌아가려나보다”예술적 영감을 얻게 된 이목일은 스케치에다 우주로 귀환하는 뱀 모습을 그리기 시작했단다.-그렇다면 저 뱀. 구약성경 속 이브를 유혹하는 뱀이 아니라 안의를 지켜주는 수호신이란 말인가요?“하모하모. 나는 말일세 저 뱀을 기백산 아랫마을 안의골에 행복 불러다 주는 수호정령으로 생각하고 있지. 우주 슈퍼 에너지 가득한 뱀 한 마리가 안의골을 순회하면서 논에 핀 벼. 사과밭에다 약성(藥性) 마구 전해주는 천사라고 생각한다네. 이 그림은 그런 뱀에게 바치는 나의 헌사(獻詞)잉기라”이목일 신작 뱀 그림을 구경하노라니 허허참 가물치 전설이 생각나네? 속설에 따르면 가물치 원래 고향은 북두칠성. 그래서인지 가물치 등에 일곱 개 점(七星)이 있다. 가물치는 여름 장마비가 내리면 고향 그리워 버드나무 위로 올라가 본향(本鄕) 북두칠성 쪽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눈물을 흘린다 한다. 일종의 월조의만지(越鳥依南枝=남쪽 월나라 새들은 남쪽으로 뻗은 가지에 앉거나 둥지를 튼다는 뜻. 자기가 태어나고 자란 굴이나 둥지를 잊지 못한다는 의미)라고나 할까.이목일 뱀 그림을 가물치 전설에 비교해 감상하노라니 아. 실로 판타스틱하기 그지없구나!# 우리는 오도재 지척에 있는 지리산 제일문 쪽을 향해 걸었다. 계속해서 하늘에 핀 별들이 벌떼처럼 우리 뒤를 쫓고 있다. 우리네 마음속 원형적 요소들을 저 태양계 행성에 대응시켜 이해해가는 과정을 의식의 행성화(planetarization of consciousness)라고 한다.오도재는 의식의 행성화를 체험하기에 정말 좋은 장소다. 이목일 팸플릿 속에도 별들이 피어 있다. 이목일 그림 속에도 의식의 행성화가 연출된다. 이목일은 즐겨 그림 속에 별들을 등장시킨다. 무슨 이유에서일까. 이영재 미술 평론가의 코멘트를 들어보자. “우리는 거기(별)에서 자연과 우주의 거대한 리듬과 질서를 보게 되고 우리 자신의 존재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을 얻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한 단계 높은 세계에서 우리는 변화무쌍하고 덧없는 세속적 정경들을 초월하고 많은 사람들이 열렬히 혹은 간간히 동경하여 왔던 보다 본질적이고 영원한 세계를 만나게 될 것이다”별들이 피어 있는 하늘. 너무나 예쁘다!이목일은 “오늘 인터뷰 이쯤에서 치아뿌리고 오도재 별구경이나 하자. 이 스팩타클한 별들 춤추는 저 모습. 오늘 못 보면 평생 후회할 것 같다마. 내일 아침 새 마음 새 기분으로 나머지 인터뷰하기로 하고 오늘은 별들캉 뜨거운 운우지정이나 나눔쎄!”▲ 이목일 그림은 막힘과 한계가 없다. 天眞無垢(천진무구). 自由自在(자유자재). 天衣無縫(천의무봉)의 세계이다. 그가 보여주는 꽃. 나무. 새. 나비. 물고기... 이런 생명체들은 지상에만 존재하는 것들이 아니다. 하늘과 땅. 현실과 이상. 시간과 공간. 찰나와 영접. 이승과 저승에 잇닿아 마음대로 넘나들고 있다. (정목일 수필가의 평)이목일 불교 테마 그림 木魚 벽사화 분위기 연출하고 있다# 다음날. 우리는 어제처럼 또 <반지원정대> 엘프족. 난쟁이족이 되어 산으로 올라갔다. 행선지는 마천 금대암이다.“1달전 지리산 여행기를 보니 천사령 군수 그리고 금대암이 나오데. 그 기사를 보니 금대암. 대단한 절이더구먼. 그 절이 제석보살 영험도량이라 해서 기사 읽고 바로 금대암을 찾았지. 금대암에는 심우도 아미타삼존불좌상 동종 신중탱화 고색창연한 미술품이 즐비하더라. 금대암에서 나는 목어를 발견했는데 절로 신심이 일더군”이목일 신작 중 목어(木魚)가 있다. 목어를 어고(魚鼓) 또는 어판(魚板)이라고도 부른다. 본래 중국의 선원(禪院)에서 아침에는 죽을 먹고 점심에는 밥을 먹었는데. 그 때마다 때를 알리는 신호기구로 쓰였던 것이다. 목어는 무엇을 상징하는가?목어(물고기)는 밤낮 눈을 감지를 않는다. 무릇 수행자여. 그대. 결코 졸거나 잠자면 못 쓰노라 잠이 올 때 마다 목어를 생각하라. 그리고 늘 깨어서 꾸준히 수도에 정진하라는 뜻이 목어에 담겨져 있다.이목일. 금대암 대웅전에 들어가 부처님 전에 절 올린 후 나에게 목어와 관련된 전설을 들려준다.“아득한 옛날. 어떤 승려가 스승의 가르침을 어긴 탓으로. 죽은 후 업보에 따라 등에 나무가 돋은 물고기가 됭기라 이 물고기는 헤엄치는 데 무척 불편했고 물결이 심하게 치면 고통스럽기까지 했지.하여 어느 날 스승이 배를 타고 바다를 지나갈 때. 이 물고기가 나타나 지난날의 죄를 참회하면서 등에 난 나무를 없애 달라고 애원했다카데. 스승은 그 부탁을 들어주었으며. 그 나무를 버리지 않고 물고기 모양으로 만들어 사찰에 매달았지. 이로써 목어는 수행자들이 행여 게을러지는 자신을 반성할 수 있게끔 상징물로 만든 거라 이 말씀이야”나는 이목일 신작 목어를 벽사화라고 규정했다. 벽사화는 액을 퇴치하는 일종의 부적이다. 이목일은 예전에도 와불(臥佛). 운주사같은 미술 테마 그림을 자주 그렸다. 이런 류(類)의 그림을 감상한 정목일 수필가. 이목일 그림을 이렇게 평했다.“그의 그림은 세속적인 현실로부터 벗어나 순수 자연생명으로 이어진 조화와 초월의 세계를 보여준다. 그래서 꿈속을 헤매는 듯 환상과 부드러움으로 넘쳐 세파에 할퀸 마음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위무해준다. 마치 三界 (前生. 現生. 來生)의 인연법을 헤아리며 떠올리는 부처의 미소처럼 신비롭기만 하다. 불교적 세계관과 잇닿아 인과율(因果律)로 흐르며 언제나 청정의 순수세계로 향하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존재에 대한 깨달음이며 마음속에 바라던 이상세계의 풍경이 아닐 수 없다”이청준 소설가. 고향 장흥 소재로 <서편재> <천녀학> 창작한 것 처럼# 나는 현재 서울서 살고 있다. 주간함양 지리산 여행기를 쓰기 위해 주 1회 함양지리산고속버스를 타고 함양에 내려온다. 여독 때문일까. 그래서 어떨 땐 조금 피곤하다. 또 생각대로 기사가 잘 안 나올 때면 어슬렁어슬렁 함양 상림 숲속을 산보한다. 한 바퀴 돌고나면 희한하게도 헝클어진 머릿속이 개운해진다. 보약이 따로 없다. 지난 봄 나는 상림을 걷다. 상림 연꽃밭에서 시(詩) 보약도 한첩 공짜로 먹었는데 다름아닌 서정주 시인의 시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다. 섭섭하게. 그러나 아주 섭섭지는 말고좀 섭섭한 듯만 하게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이게연(蓮)꽃 만나러 가는바람 아니라만나고 가는 바람같이엊그제 만나고 가는 바람 아니라한두 철 전만나고 가는 바람같이나는 이 보약을 나 혼자 먹기 너무 아까워 이목일 화가에게 한 바가지 먹였다. 이 화가는 진귀한 보약 마시고 어떤 효험을 봤을까? 이목일은 언젠가 나에게 “구형이 준 그 보약 먹고 진짜배기 연꽃 그림을 그렸다네”라고 말했다.이번 지리산 여행기 이목일 편. 연꽃밭에서 마무리하기 위해 우리는 상림공원을 찾았다. 푸른 물 위 수련은 섬광처럼 희다. 고향에서 안빈낙도. 예술 창작에 불태우고 있는 이목일에게. 대구 전시회 축하 부조돈이 아닌 부조말(語) 하나 전했다. “아무쪼록 대구 전시회 잘 치루길 바랍니다. 이청준 소설가가 고향 장흥 소재로 <서편재> <천녀학>을 창작한거나 이목일 그대가 함양 풍물 그린 거나 똑같은 거지요. 계속 함양을 테마로 해서 연작 그림을 그려 통영 하면 전혁림이 연상되듯 이목일 하면 함양이 생각날 수 있게끔 해 보세요. 그래. 이번 전시회에 상림 연꽃 그림도 있더군요. 연꽃 그림을 자평(自評) 한번 해본다면?” 이목일은 동문서답.“자네도 알다시피 내 18번 서정주 시 송창식 노래 <선운사> 아닌가. 그런데 저번에 상림서 서정주 시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읽고 나서 이 시를 내 18번으로 삼기로 했네. 묘한 울림이 있더라”-허허. 연꽃 그림 자평하래두!“여하튼 나는 내고향 상림공원 연꽃을 통해 연꽃 그리고 아침과 밤 그 깊은 의미를 알게 되었네. 연꽃. 밤이면 물에 잠겼다가 아침이면 물 위에 떠오르잖아. 연꽃 속에 이른바 재생 코드가 있더군. 그걸 화폭에 담아 보았는데 글쎄. 그림 보는 이들에게 제대로 전달 될른지 모르겠다마”이목일과의 인터뷰는 끝났다. 이목일은 상림공원 온 김에 연꽃밭 사이 징검다리 한번 걸어보자 한다. 그러나 나는 징검다리로 가지 않았다. 이목일 워낙 짓궂어 놔서 나를 확 밀어 물속에 빠트릴지도 모르니까. 오늘은 가을바람 싸늘 불어 연못에 빠지면 오메 단풍 들겠네가 아닌. 오메 감기 들겠네? 그의 이번 함양 주제 빨래판 전시회 성황리에 마치길 기원한다. 구본갑|본지칼럼니스트busan7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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