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여행기경북 안동 보학자(譜學者) 딸로 태어나 여고시절 불교서적 탐닉“지장보살. 20년후 너를 산문(山門)으로 데려가리라”도우 스님께 사미니계 수지. 범어사 자운 스님을 계사로 수지청담 스님 속세 딸 묘엄 스님으로부터 삶의 지혜 배우다새로운 레지오 교육법. 함양 어린이에게 접목“나는. 함양에서 꼭 이런 일 하고 싶다”일여스님 인터뷰 기사 읽기 전 우리는 지장보살님 만나야 한다 # 누가 나에게 “지금까지 본 영화 중 무엇이 가장 감명 깊었습니까?”라고 물으면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라고 답하리라.이 영화는 한 수도승 이야기다. 이 영화 하이라이트는. 자신의 업보를 뉘우치기 위해 보살상을 안고. 허리에는 돌을 매달아 산으로 올라가는 장면이다. 영화를 본 후. 나는 불교학자 야은거사에게 전화를 해. “도대체 보살상과 돌은 무얼 의미하는지?” 물어보았다.야은거사는 “허리에 매단 돌은 업보(業報)요. 보살상? 악세에서 고통 받고 있는 우리를 소생케 해주는 지장보살이라네. 자네. 이번참에 지장보살 공부해 보시게. 묘한 울림이 있는 불보살일세. 자네가 공부 하겠다면? ‘지장경 강설(講說)’ 빌려줄 용의가 있네. 이 책은 다른 지장경 해설서와는 차원이 달라요. 경기 남양주 봉인사 한길로 큰스님이 예사롭지 않은 문필로 강설한 걸세. 몇 부만 발행한 희귀본이니까 잘 간수하시길” <지장경 강설> 판권엔 1993년 5월 10일 인쇄. 태고종 관악산 성주암에서 법공양 보시품으로 발행했다고 적혀져 있다. 지장보살은 누구인가?부처님 세계에는. (나락에 떨어진 사바대중 구해주는) 불보살이 있다.문수보살(지혜). 보현보살(행원). 관세음보살(자비). 허공장보살(포용). 지장보살 (비원=悲願)이 바로 그들이다. 이 불보살 중 지장보살은 다른 보살 원력에 비해 각별하다. 한길로 큰스님이 지장보살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지장보살님은 오탁악세나 지옥에서 고통을 받고 있는 중생을 괴로움 없는 세상으로 다시 소생시키는 위대한 힘을 가지고 있지요. 지장신앙은 인간을 극히 이롭게 하는. 바른 종교의 바른 신앙이다”지장보살. 그의 원력은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열반하신 후 미륵부처님이 출현하실 때까지 육도에 시현하면서 미래제가 다하도록 중생을 제도하고 있다 한다. 그렇다면. 나 같이 업보 많은 놈. 지장보살님 대비원력을 전해 받아 내 마음속 카르마 지워봄직 하겠다? 그래서 나는 주말만 되면 전국 영험지장 보살상을 찾아 나선 적이 있었다.강원도 철원군 동송읍 상로리에 심원사가 있다. 이 절 명주전(明珠殿)에 영험 지장보살상이 있어 주말마다 불자 관광객들. 인산인해 이루고 있다.# 4개월 전. 나는 <주간함양> 편집팀으로부터 연재형식으로 지리산 여행기 써보라는 제의를 받았다. 나는 주책 맞게도 편집진에게 “이왕이면 기존 언론에 한 번도 보도 안 된 이야기. 예를 들면 함양 내 각 사찰 연기설(緣起說). 무속인들의 겨울나기. 지장보살 원력 가득한 사찰 스케치 같은 걸 써보고 싶다”고 허풍을 틀었다. 그러나 게으른 품성 때문에 연기설 연자. 지장보살 지자(字)도 접하지 못한 채 허송세월만 보내고 말아. 영 기분이 찝찌름했다. 방귀 뀐 놈이 신경질 낸다고. 나는 주간함양 C 기자에게 “여보쇼. 함양에 사연 많은 사찰. 가능하면 지장보살 영험도량. 한번 탐방하고 싶은데 그대가 한번 추천해 보슈!”“글쎄요. 저는 불교에 까막눈이라. 구 선생? 치매 환자 돌보는 여승. 이야기가 안되겠습니까?”순간. 내 머리 속으로 치매 환자=오탁악세에서 고통 받는 이. 간병 여승=지장보살이라는 등식이 쑥. 들어왔다. 어느 시나리오 작가가 잘 정리하면 한편의 우수영화 탄생할 것 같다…시놉시스가 바로 튀어나온다!낙엽 지는 가을. 한적한 시골 요양원. 요양원 밖 논밭 사이로 잠자리떼 무궁화 코스모스 즐비. 치매환자에게 경(經) 읽어주고 염불하는 여승. 그 여승은 무슨 계기로 출가했을까. 그이의 다이나믹한 행장기(行狀記)….廣大願雲恒不盡汪洋覺海妙難窮# C 기자 도움으로 9월 19일 오후 2시. 치매환자 돌보는 여스님 인터뷰가 이뤄 졌는데….인터뷰 주인공은 금선사 주지. 사회복지법인 연꽃 노인요양원. 연꽃 어린이집 이사장 일여스님이다.금선사(金仙寺)는 함양군 함양읍 백연리 143-7에 있다. 남원 실상사 모양. 깊은 산속 아닌. 사뭇 전원마을 분위기 자아내는 사찰이다. 사찰 형국 보니. 중추(仲秋) 풍요로운 바람결에 옥토끼가 달빛 바라보며 한가로이 노니는 옥토망월혈(玉土望月血)인 듯 싶다. 스님 기다리는 시간. 나는 금선사 주련 글귀를 취재수첩에 옮겨 적었다. 廣大願雲恒不盡汪洋覺海妙難窮풀이하면 “중생을 구제하는 광대한 원과 넓디넓디 깨달음은 한량이 없어라”대웅전 앞엔 자비와 지애를 실천하자는 캠페인 현수막이 걸려 있다. 내용이 아주 간결하다.“어머니가 아기에게 젖을 주는 것은 자애요. 아픈 이들을 돌보는 건 자비입니다. 우리 금선사는 자애와 자비를 실천하는 도량입니다” 대웅전 밝히는 촛불. 일렁이면서 황금불상 그림자를. 마루 위에 너울거리며 춤추게 만들고 있다.잠시 후 공양보살이 사뿐히 다가와 “스님께서 송구스럽지만 노인요양원으로 오시라 합니다. 지금 환우들 노래자랑 시간인지라 스님께서 꼭 행사장 참관을 하셔야 하거든요. 죄송합니다”금선사 지척에 연꽃노인요양원이 있다. 요양원 대강당(중앙홀). 스님이 마이크를 잡고 대중가요 ‘자옥아!’를 힘차게 부른다. 노랫말 속에 불교에서 말하는 <업장(業障)>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자옥아(자옥아) 자옥아(자옥아) 내가 내가 못 잊을 사람아 자옥아(자옥아) 자옥아(자옥아) 내가 정말 사랑한 자옥아 내 어깨 위에 날개가 없어 널 찾아 못 간다 내 자옥아 자옥아〜” ▲ 함양고 학생들이 치매 환우들과 노래자랑을 하고 있다. 일여스님의 고정 레프토리는 울고 넘는 박달재. 목소리가 청아하다.함양 고등학교 남녀학생들. 치매환우 손잡고. 스님 노래에 맞춰. 멋들어지게 탱고 지르박을 춰댄다. 학생들 입 모양 바라보며 자옥이 더듬더듬 따라 부르는 노인 환우 모습. 지켜보노라니 세월은 참 덧없구나 그런 생각이 든다.노래자랑이 끝났다. 일여 스님. 두 손으로 입 가리며 필자를 반긴다. “대단한 가창력입니다. 이 노래 말고 즐겨 부르는 노래는?”스님은 단박! “울고 넘는 박달재입니다”라고 답한다. 좋았어! 오늘 인터뷰. 순조롭게 진행되겠구먼.-스님께서 노래하시는 동안 병실 돌아봤는데 뭐랄까. 요양원 분위기가 아주 좋습니다. 요양원 주변엔 고즈넉한 시골 풍경이 동화풍입니다. 해질 무렵 창 너머 노을. 일품일 것 같아요. 특히 눈에 띄는 건. 병실에 걸려있는 한 폭 수채화. 시골 담장 그림이더군요. 치매 할머니들 그 그림 보고선 어린 소녀시절 회상하시겠던데? 어느 분 작품인가요.“함양 미술가 전영숙 선생님께서 기증한 겁니다. 전 선생님 외. 많은 함양 분들이 환우들 말벗 되어준다든가 발마사지 하며. 요양원 위해 헌신 봉사해 주셔서 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답니다”-요양원 팸플릿을 보니 미술치료. 음악치료. 전통놀이. 각종 문화체험 등 다양한 레퍼터리로 의료 서비스 하고 있군요. 개인적인 이야기인데 요양원 이름이 참 좋습니다. 연꽃!“감사합니다. 연꽃은 맑고 깨끗한 삶을 상징하는 말로 불교의 꽃이기도 하죠. 절을 달리 일컬어 연꽃세상(蓮刹)이라고 부르지요. 진흙바닥에서 자생하면서도 결코 더러움에 물들지 아니하고 수면 위에서 싱싱한 꽃망울 터뜨리는 연꽃 그 꽃처럼 살자는 의미로….”-저는 개인적으로 치매에 대해 무척 관심이 많습니다. 여느 질환과는 달리. 치매는 기억 상실로 고통 받는 불치병이잖아요. 치매 낫게 할 특별한 비방도 없고. 그래서 묻습니다만 연꽃 노인 요양원은 어떤 자세로 환우들을 치유하고 돌보나요?“아시다시피 우리 요양원은 부처님 가피. 자비심에 힘입어 운영합니다. 해서. 늘 붓다정신으로 환우들을 돌봅니다. 남은 여생동안 보다 안락한 삶을 영위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게 우리 요양원 모토입니다. 직원들에게 늘 수행하는 마음으로 환우들 돌보라고 지시하지요”-자원봉사자도 수시로 모집하지요?“그럼요. 환우들을 돌보는 것. 자비를 실천하는 거지요. 연꽃요양원에서는 수시로 전문봉사=프로그램 진행. 행사진행. 교육진행. 의료봉사=한방. 치과. 내과. 안과. 정형외과 침 시술. 발마사지 노력봉사=청소 세탁 이용. 미용 식사보조 산책보조 환경미화 말벗 등을 모집합니다. 많은 동참 바랍니다”▲ 일여스님.수원 봉녕사 승가대학 대교과 졸업. 전주대학교 대학원 사회복지학과 석사졸업. 연꽃 어린이집 대표이사 겸 원장. 연꽃 노인 전문 요양원 설립. 금선사 주지. 스님 법명은 일여(一如). 뜻을 풀이하면 진여(眞如)의 이치가 평등하고 차별이 없어 둘이 아니고 하나임이다. 불교에서 진리에 해당하는 말이다. 여실. 여여라고도 한다.스님 태몽 야화엄청난 비 내릴 때 아버지 논에 가시다 # 이제. 본격적으로 일여 스님 행장기(行狀記) 취재해야겠다 싶어 불쑥 마지밥 타령을 했다.-제가 금선사에 취재간다 하니까? 어느 친구가 꼭 스님에게 간청. 금선사 마지밥 누룽지가 유명하니 그것 좀 가져 오너라 부탁하던데요? 마지밥 누룽지가 대체 뭔가요?“마지밥이란 부처님께 하루에 한번씩 올리는 식사공양을 말합니다. 이 마지밥은 부처의 영험이 깃들어 있다하여 신도들 사이에는 서로 가져가려고 하지요. 금선사에서는 이 마지밥으로 누룽지와 과자를 만들어 대중들에게 드립니다만 (미소를 지으며) 실로 죄송하지만. 오늘은 없습니다”-스님은 어떤 계기로 출가하게 됐나요?“아이구. 제 개인사 신문에 나서 뭐가 좋나요? 도력이 깊지도 않은데. (필자가 이러쿵저러쿵 설득하자. 잠시 생각하다) 좋아요. 들려 드리지요. 저는 애초부터 선 수련에 매진하는 것보다 대중불교를 실천하며 정진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대중들과 더욱 친하게 지내려면 내가 이렇게 저렇게 살아 왔노라. 내. 비하인드 스토리 대중들에게 들려드리는 것도 괜찮겠다 싶네요“-시원시원해서 좋습니다. 보답으로 노인요양원 자원봉사자로 헌신코자 합니다.“거짓말이기만 해봐라?”스님은 목소리는 청아하면서도 (실례표현) 귀염성이 넘친다.“제가 출가하게 된 계기? 태몽 야화부터 해야겠네? 저는 1960년 경북 안동시 풍산읍 하리에서 태어났습니다. 속가 부친 존함은 이재덕 호는 상덕(常德). 경북북부 지역에서는 내로라하는 한학자셨죠. 모친은 권말분. 부친은 특히 보학(譜學)에 일가를 이루셨고. 서예 실력이 걸출한지라 안동 주변 각 사찰 스님들이 우리 집으로 찾아와 종종 서예구걸(?)을 했다 합니다. 아참 실수. 구걸. 수정해 주세요. 그냥 절에 서예 보시를 했다라고 적어 주세요. 저를 낳기 직전. 아버지께서 희귀하고 묘한 꿈 꾸셨다 해요.”스님 속세 아버지 이재덕 어른. 어느 가을 추운 날. 우산도 없이 폭우가 휘몰아치는 들판 위를 걸어갔다. 그때 그는 보았다. 논물 속에 지장보살이 몸을 떨며 잠겨 있는 게 아닌가. 부친은 온 힘을 다해 지장보살을 논물 속에서 구출. 등에 매고 집으로 모셔왔다. 지장보살 편히 주무시라며 아랫목에 이불. 요 까는데. 지장보살님. 아버지에게 합장하고선 “상덕 선생. 고맙소이다. 먼 훗날 다시 이 집을 찾으리라” 한 후 사라져 버렸다 한다.-그 꿈 무엇을 의미하나요?“소승. 해몽연구가가 아니라 잘 모르겠어요. 헌데 제 부모는 그 꿈을 예사롭지 않게 생각 했나봐요. 나를 낳고나서 속세 어머니는 늘 정한수를 떠놓고 그 어디를 향해 기도를 드리곤 했지요. 제가 그 광경을 바라보면 훠이훠이 하며 저를 쫓아내는 겁니다”어머니는 기도가 끝나면 신(申). 몽상유혼(夢想有魂) 적혀져 있는 한지를 불사르는 것이다.“아마 그때 꾼 꿈 지워버리려는 의식인 것 같습니다. 그렇게 어머니는 허구헌 날 정화수 떠놓고 기도할 제. 안동 제 고향 부근 명찰 고운사(孤雲寺) 도우 큰스님. 아버지한테 글씨 얻기 위해 우리 집을 찾습니다. 스님이 저를 뚫어지게 보시더니만 인자부터 혜숙(일여 스님 어릴적 이름)아. 니 이름은 일여다 일여(一如)다 하시는 겁니다. 이 소리에 어머니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겁니다”일여. 뜻을 풀이하면 진여(眞如)의 이치가 평등하고 차별이 없어 둘이 아니고 하나임이다.불교에서 진리에 해당하는 말이다. 여실. 여여라고도 한다. “일여야. 이 이름은 꼭 숨겼다가 지장보살 오시는 날. 여고 졸업 후 사용하거라”도우 스님이 허공에 내뱉은 말 한마디 때문에 집안은 쑥대밭이 된다.“꿈이란 게 참. 묘해요. 꿈은 꿈꾼지 대략 2일에서 7일 사이에 개꿈인지 길몽인지 판가름 난답니다. 그런데 좀 철학적이고 종교적(?) 꿈은 20년 세월이 흐른 다음에야 그 무엇이 실현된다고 하네요. 부모들은 진작 그 꿈을 해석하셨나 봐요. 부모님들은 내 딸 혜숙이. 나이 스물 전후해. 지장보살 손잡고 산문에 들어가게 되어 있다! 그렇게 판단하셨던 겁니다.지장보살님이 내 곁에서 떠날 순 없는가? 제 경우엔. 없었습니다. 안동여고 재학 중 남들. 조해일 연애소설 <겨울여자>. 이문열 감성 소설 <그대 다시는 고향에 가지 못하리> <금시조> 읽을 때 저는 헤르만 헤세의 <싯달타> <원각경(능엄. 유마경과 함께 선을 일컫는 3대경 중 하나)>. <불교입문>. 고은 작가 <소설 화엄경> <이야기 인도신화>를 열독했어요. 저는 여고시절 요란하고 번잡한 것보다 적막한 것들에 일심회귀. 그런 것에 탐닉했죠. 일테면 물소리. 바람소리의 청음(淸音)에 우주 본체 관상하는 그런데 관심이 많았던 겁니다… 내 마음 속 깊숙한 곳으로 지장보살님이 들어오신 겁니다.” # 마침내 여고 졸업 후 혜숙은 부모 몰래 출가한다. 새벽 달빛 가르며 정든 집을 떠났던 혜숙의 감회. 어떠했을까?“애오라지 용맹정진하여 선승이 되고픈 마음인지라. 특별한 감회? 없었습니다. 1979년 해인사 삼선암에 입산. 그해 4월 의성 고운사 도우스님께 사미니계 수지하고 88년 범어사에서 자운 스님을 계사로 수지하게 됩니다.”자운 스님은 일여에게 “대저. 출가한 후 마음가짐은 이러해야 한다”고 설파한다. 자운스님 법어. 감로수 같아 이 지면에 소개한다.“일여 스님. 보시구려. 항상 참회해야 한다. 항상! 나의 참회 소리가 시방법계에 두루하여 유정무정이 다 참회 법회에 참례하여 자타가 일시에 위 없는 바른 깨달음을 이루어야 하느니라”일여 스님은 출가 후. 학승이 되고자 여러 대학 전전하며 면학에 힘썼다. 동국대학교 어문계열. 전주대학교 사범대. 승가대 대교과를 거쳤다. 수원 봉녕사 승가대 시절. 마음속 깊이 흠모하던 묘엄 스님 만나 그 분 선지식을 이어 받는다.묘엄 스님은 청담 스님 속세의 딸이요 성철 종정의 유일한 비구니 제자다. 그는 비구니로서는 퍽 드물게 1947년 청담 성철 향곡 자운 스님 등이 주도한 봉암사 결사에 참여했다.“묘엄 스님은 항시 이렇게 말씀하시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하면 외롭고 힘든 생을 살게 된다. 현재를 충실하게 바르게 진실하게 살면 과거 미래를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소승은 묘엄 큰스님의 법어를 제 마음 깊숙한 곳에 담아놓고 늘 그렇게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답니다”그 후. 일여 스님은 은사 광일 스님과 함께 함양에 와. 초막같은 절을 세워 불심을 전파했다. 그 초막이 지금 늠름한 금선사가 되었다.“인도에서는 절을 상가라마라고 합니다. 상가는 우리. 여러 사람 아라마는 행복이 있는 곳. 숲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지요. 이것을 하나로 묶으면 뭇삶들의 행복이 있는 곳이 됩니다. 금선사에 오셔서 부디 행복 한 바구니씩 가져가시기 바랍니다” 일여 스님을 사이버 상에서 만나려면 http://child.lotusflower.or.kr일여 스님에게 애송시 있느냐? 물었더니 나옹선사 선시 <청산은 나를 보고>를 암송한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 없이 살라 하네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 하네사랑도 벗어놓고 미움도 벗어놓고노여움도 훨훨 참함도 훨훨물 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함양에 초일류 예절 사관학교 세울 터국내 최초로 도(道) 공부 시킨다▲ 연꽃어린이집 원아들-신문보기▲ 연꽃어린이집원아들-시장놀이# 일여 스님은 어린이 심성교육에 깊은 관심을 쏟고 있다. 그래서 함양 땅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 한편 스님은 한국 레지오 연구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레지오 교육연구란 무엇인가?레지오 교육 출발점은 “간섭과 강요가 아니라 귀 기울임이다” 아이들도 세상을 매우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자세로 탐색해 간다고 믿고. 그들이 가진 잠재력· 힘· 언어를 동원해 세상과 의사소통을 하도록 돕는 것을 레지오 교육법이라 한다.“이러한 교육 방식이 필요한 이유는 기존의 교육이 잘못되었기 때문이지요. 현재 그림 교육을 할 때 대부분 일반 교사나 부모들은 기존 모델이나 그림을 수동적으로 모방하도록 강요하잖아요. 그래서 실물과 비슷하거나 명화와 비슷해야 ‘좋은 작품’으로 평가합니다. 이래선 안됩니다. 아이들이 마음껏 상상력을 펼치게끔 하는 게 레지오 교육법이지요”인터뷰가 이제 마무리 단계다. -일여 스님. 함양에서 꼭 하나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꽤 괜찮은 예절스쿨을 세우고 싶어요. 커리큘럼도 아주 이색적으로 운용할 겁니다. 서울 등지에서 보도듣도 못한 도(道)와 예(禮)를 지도.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인성을 올바르게 가꾸도록 밑거름이 되는 그런 참된 교육의 장을 건립하고 싶네요”뚱단지 같은 질문 하나.-된장은 직접 담그나요?“그럼요! 매년 10월말 메주 100되 정도 금선사 뜨락에서 신도님들과 함께 끓이지요. 이듬해 9월에 뜹니다. 근데 왜 묻죠?”-부처님 원력이 담긴 된장. 쪼매이(조금) 얻어먹으려구요. 금선사 된장국 끓여 먹으면 힘. 철철 넘쳐. 마누라한테 큰사랑 받을 것 같아…서요“대단히 미안 하지만 요양원과 어린이집 용(用)으로 쓰느라 여분이 없네요!”마지밥 누룽지도 없다. 시골 사찰 된장도 못 주겠다? 이거참. 야단났네!“여분이 없소이다?” 스님 화두 속에는 아마 이런 심오한 내용 담겨져 있겠지.“네 이놈 .이날입때꺼정 적선 한번 제대로 못한 놈이 여기가 어디라고 누룽지에 된장 달래? 음덕 쌓고 오면 마이마이(많이) 주꾸마!”함양 땅에서 치매환우 간병하고 어린이들에게 레지오 교육법 가르치며 보림수행하는 일여 스님. 하시는 일마다 대자대비하시길.일여스님. 치매 환우. 어찌 지내시나 궁금해 병실로 들어간다.요양원 창밖에 노을이 번지고…치매환우 할머니들이 병실 바닥에 삼삼오오 앉아 뜨개질을 하고 있다. 때마침 그 창 사이로 가을 바람이 불어왔다. 그 바람이 할머니 머리카락을 시나브로 흩날리게 했다. 필자는 바람에 몸을 던진(?) 치매 할머니 모습을 바라보고 그만 주책맞게 호들갑 떨었다.“왔다마! 참말로 할무이들. ‘천추태후’ 채시라보다 섹시하고 예쁩니다요!”합장(合掌).구본갑busan707@naver.com치매 환우들과 노래자랑. 일여스님의 고정 레퍼터리는 울고 넘는 박달재. 목소리가 청아하다. <함양고 천사들의 합창>함양고 학생들은 매주 토요일 오후 2시면 금선사 요양원을 찾는다. 지난 19일 권수빈(2-5)학생을 비롯 10여명은 할머니들과 노래자랑도 하고 말동무 및 어깨 주물러 드리기. 요양원 청소도 하는 봉사활동을 한다. 2학년 학생20명으로 구성된 봉사자들은 2개조로 나뉘어 매주 3시간씩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