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희수 봉평교회 목사칼럼 마감일을 앞두고 무엇에 대해서 쓸까 머리를 쥐어뜯고 있다가 신문사 휴가로 한 주 연기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우선 한 고비 넘기고 안도의 한숨을 쉰다. 그러나 좋은 글이란 모름지기 그 사람의 사람됨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일인데 한 주 연기되었다고 해서 좋은 글이 나오는 것은 아니니. 까닭 모르는 내 머리만 더 빠지는 수밖에. 우리나라 서강대학교의 영문학 교수이면서 잘 알려진 칼럼리스트였던 고 장영희 선생은 암과 싸우다가 지난 오월 안타깝게 세상을 떠나셨다. 그의 삶이 아름다웠던 것은 그가 생후 1년 만에 두 다리를 못 쓰게 된 1급 소아마비 장애자였지만 장애를 이겨내고 학문적인 업적을 인정받았다는 사실만은 아니다. 물론 그것도 훌륭하지만 고 장영희 선생은 그 힘든 삶의 여정 속에서 이 세상을 향하여 또 자신에 대하여 감사와 사랑을 가지고 있었으며 죽기까지 희망을 노래하던 사람이기에 그의 향기는 더욱 짙고. 그의 글은 희망으로 세상을 밝히는 별처럼 반짝인다. 장애인으로서 겪어야 했던 힘겹고 고달픈 싸움들마저 그의 글에서는 억울함과 분노를 넘어서서 자신의 삶의 일부로 어루만져지고 받아들여진다. 그러므로 그의 글들은 읽는 이들로 하여금 촉촉한 감동과 더불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아름다움으로 전환시켜 주는 능력이 있다. 이렇듯 좋은 글은 좋은 삶에서 나오는 것이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먼저 끊임없이 나를 갈고 닦는 훈련이 필수적인 이유이다. 말이나 글로써 나를 괜스레 부풀리고 그럴싸하게 포장한다고 해서 내가 그럴싸한 멋진 인물이 될 수는 없다. 어릴 적 오줌을 싸놓고 안 싼 척 접어놓아도 요에 그려진 지도를 감출 수는 없듯이 사람됨은 그대로 드러나지는 것이니 내가 아무리 가리려 해도 눈 가리고 아웅이요. 자기만 모르지 다른 사람은 모두 아는 비밀이 되는 것이다. 아직 맛이 들지 않은 풋과일은 쓰고. 시고. 떫다. 이제 겨우 인생의 초가을을 맞이하는 나는 아직은 시고. 쓰고. 떫은 풋과일이다. 한 줌의 햇살이 더 필요하다. 때론 폭풍우도 맞아야 한다. 어느 시인의 시처럼 대추 한 알에 깃든 바람과 햇빛과 비바람을 생각해 보라. 그 숱한 날들을 바람과 햇빛을 맞아들이고 깜깜한 밤과 폭풍우를 견디어 알차게 영글어 간 후에야 달디단 맛을 품게 되는 것을. 아직 풋과일에 불과한 내게 필요한 바람과 햇빛은 무엇인가? 깜깜한 밤과 폭풍우는 무엇인가? 홀로 있음과 깊은 침묵은 하나님 안에서 나 자신을 발견하게 도와준다. 참 나를 알기까지 참 행복을 알 수 없다. 인생의 깊은 단맛을 내기까지 나는 오늘도 내 영혼의 심연으로 내려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