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다덥다 노래를 하던 게 며칠이 되었다고 아침저녁 제법 찬바람이 옷깃을 스친다. 여느 때와 같이 이른 아침 일어나 원교마을에서 상림으로 자전거를 타고 운동을 나가는데 요즈음은 반팔 셔츠에서 계절이 바뀌고 있음을 느낀다. 세월은 조금도 여유를 주지 않는 깍쟁이 같다.벌써 한들 들판의 벼들도 제법 누른빛을 띄운다. 상림 숲에서는 한여름 내내 노래를 부른 매미들은 목이 쉬고 가을 꽃 들은 그 모습이 단아하다. 수변의 연꽃잎은 화려한 품위를 잃지 않으려는 자세이다. 화사하고 얼굴 보다 큰 해바라기는 살며시 미소지으며 고개를 숙이기 시작했다. 마을을 지나면 사과며 과일들이 먹음직스러운 풍성한 그 모습이 너무도 아름답다. 밭에서는 고추들이 위용을 뽐내며 붉은 옷으로 하나 둘 갈아입고 있다. 풍성한 이 가을을 맞이하기 위하여 아버지 어머니 농부들은 한 여름 많은 땀을 흘렸다. 얼굴은 검게 그을리고 손가락 마디마디마다 굳은살이 박이고 손바닥은 두꺼운 하나의 다른 층을 이루었다. 그리고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도 우리지역의 기업인 상공인 근로자 등 모두 흘러내리는 땀방울에 눈가를 적시며 열심히 일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리지역은 가뭄이 없고 큰 태풍도 없어 가을을 맞이하는데 다소 마음의 여유가 있는 것 같다. 우리는 풍성한 가을로 여름을 떠나보내자. 일몰하는 태양이 노을을 아름답게 장식하듯 가을날 단풍잎이 아름답게 물들어 가듯 수확을 기다리는 농부의 과일들이 아름다운 색깔로 익어가듯이... 그리고 남은 시간이 조금씩 짧아진다고 아쉬워하지 말고 찬란한 여름밤의 열기로 멋진 이 가을을 맞이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