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가 온통 초록으로 뒤 덮여있다. 산과 들이 녹색으로 물들어 저마다의 기상을 드러내고 있다. 녹색은 마음의 안정과 평안을 주지만 때로는 녹색의 뜰 안에 갇힌 듯한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지난주에 창원에 가면서 부산에서 이사 오신 분과 함께 차를 타고 가게 되었다. 그분이 “ 함양에 와서 숲은 원 없이 본다 ”라고 말할 정도로 푸르름 속에서 살고 있다.채소나 꽃을 키우다 보면 제일 예쁘고 아름다울 때가 새싹이 올라왔을 때다. 씨를 뿌린 후 며칠이 지나고 땅을 비집고 올라오는 파릇파릇 새싹의 모습은 예쁘면서도 신비하기도 하다. 비단 꽃이나 채소뿐만 아니라 모든 잡초의 새싹도 예쁘기는 마찬가지다. 그래서 채소밭이나 꽃밭을 메면서도 갓 솟아난 어린 풀들은 그냥 둘 때가 있다. 봄이 오면서 세상을 물들이기 시작한 녹색의 움직임도 어느덧 변하고 있음을 느낀다. 지칠 줄 모르던 싱그러움도 오랜 시간 동안의 장마와 여름 더위로 인하여 한풀 꺾인 듯하다. 곳곳에 시간의 흔적들이 묻어나고 있다. 주위의 많은 채소와 꽃들 속에도 어느덧 새싹의 아름다움도 자람의 풋풋함도 꽃의 화사함도 사라지고 마지막 씨앗을 맺기 위한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해맑고 화사한 웃음을 선사했던 해바라기도 웃음을 감추어가고 있고. 새빨간 꽃잎을 피워 아내의 손톱을 물들이게 했던 봉선화 꽃잎도 하나둘 떨어지고. 백일동안 핀다는 백일홍도 선명함이 흐려가고 있고. 기세 좋게 자랐던 호박넝쿨도 그 잎이 누렇게 변하여 가고 있다. 오이. 방울토마토. 고추. 부추 등도 마치 마라톤 선수들이 오랜 시간을 달린 후 목적지를 향해 숨가쁘게 달려오는 것과 같은 지친 모습들이다. 때때로 삭아져 가는 줄기와 늘어진 잎들을 보면서 추하게 느껴져 뽑아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그러나 그러한 시간이 없이는 내년을 위한 씨앗을 맺을 수 없기에 씨가 여물 때를 참고 기다리게 된다. 씨앗이 여물 때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예쁘고 아름다운 새싹 때를 지나 성큼 성큼 자라는 자람의 시기를 지나 화사한 꽃의 시기를 지나고 마지막 순간에는 추한 듯한 모습까지도 기다려 주어야만 온전한 씨앗이 여물어 진다. 인생의 과정도 그렇지 않을까? 좋은 것 아름다운 것뿐만 아니라 연약한 부분까지도 사랑하고 수용해야 하는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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