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3년 봄부터 필자의 주관 아래 매달 한 차례씩 대중을 상대로 개최해온 건강강연회가 어언 16년을 맞고 있고 그 횟수도 150회를 넘겼다. 혜안(慧眼)과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독특한 의론을 펼치다가 지난 1992년 84세를 일기로 선화(仙化)하신 선친(仁山 金一勳)의 의맥(醫脈)을 이어받아 현대 암. 난치병의 예방과 퇴치를 위한 ‘인산(仁山)의학’적 소신을 밝혀 많은 이들로 하여금 질병을 물리치고 건강을 되찾게 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함으로써 나름대로 적지 않은 자부심과 긍지를 갖게 되었고 보람도 느끼게 된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전국 각지에서 백두대간 상의 지리산과 남덕유산으로 둘러싸인 산골 고을 함양으로 찾아와 섭생의 바른 길을 공부하고 자신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 ‘참 의료’를 자각(自覺)하여 암. 난치병의 위협으로부터 자신과 가족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어서 그 보람은 더욱 크다고 하겠다. 8월 7일은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기준점인 입추(立秋)이고 23일은 더위가 물러간다는 처서(處暑)이다. 해마다 이 무렵이면 인산의학을 통해 자연요법의 묘리를 터득한 이들은 만사를 제치고 지독한 고행(苦行)이자 수행(修行)이기도 한 ‘가을 쑥뜸’을 시작한다. 21일(금요일) 오후 7시부터 함양 인산가 연수원에서 가을 쑥뜸 수련회를 개최하는 뜻은 요즘처럼 각종 암. 난치병과 이름 모를 괴질이 창궐하는 공해시대에 자신과 가족들의 건강 유지와 증진을 도모하기 위한 실용적이고 효과적인 수단과 방법을 제시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어떤 훌륭한 묘법이라 해도 스스로 그것을 받아들여 실천하는 정성과 노력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자신과 가족들의 건강을 유지 증진하는데 아무런 효과도 거두지 못할 것이다. 풍부한 경험과 지혜에서 우러나온 신약(神藥)과 묘방(妙方)을 열심히 배우고 익혀서 실천하는 사람만이 인산의학의 가치를 충분히 활용했다고 할 수 있겠다. 선친께서는 몸 안의 독소를 제거하고 원기를 북돋아 각종 암. 난치병을 치유할 수 있는 비결이요. 상책(上策)을 책으로 남기셨다. 『신약(神藥)』과 『신약본초(神藥本草)』전-후편을 통해 여러 가지 다양한 자연요법들을 공개했는데 이 가운데서도 특히 쑥뜸은 건강을 지키고 암. 난치병을 물리칠 수 있는 최고의 묘법(妙法)이라 할 수 있다. 필자 또한 26세~31세 때 폭음과 과로로 몸이 망가져 사경(死境)을 헤맨 적이 여러 번 있었는데 그때마다 선친께서 쑥뜸으로 살려주신 바 있다. 쌀알 크기의 작은 뜸장으로 5장 내지15장씩 뜨게 하는 재래방식의 쑥뜸법과 달리 한 장 타는 시간이 5분 넘게 타는 큰 뜸을 뜨도록 제시한 인산의학의 영구법(靈灸法)은 의학사에서 비슷한 예를 찾아보기 어렵다. 다만 중국의 세 번째 화타로 불린 두 재 선생이 지은 2천 년 전의『편작심서(扁鵲心書)』에서 ‘생명을 보존하는 방법 중에 최고가 쑥불로 지지는 것이다(保命之法 灼艾第一)’라는 구절과 함께 큰 뜸을 권한 사례가 있을 뿐이다. 함양처럼 산 좋고 물 좋고 인심 좋은 고장에서 자신의 학습 부족과 노력 부족으로 인해 이런저런 질병에 걸려 고생한다면 산중의 오아시스 같은 별천지에서의 삶의 의미 역시 별 볼일 없는 것으로 퇴색할 것이다. 전설에나 등장할 법한 신선(神仙) 도인(道人)들 못지않게 맑고 밝고 건강하고 품위 있게 머물다 갈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지 않겠는가? 모든 질병은 치료 방법이 없는 게 아니라 우리가 그 방법을 절실히 찾지 않았기 때문이고 제대로 찾지 못했기 때문에 치료방법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눈앞에 방법이 있는데 마음속으로 터득하지 못하고. 또 비록 터득했다하더라도 지속적으로 실천하지 못해서 암이나 난치병으로 죽어가는 것이지 병이 깊어 죽어가는 게 아니다. 청나라 때의 오당(吳塘)이라는 의학자는 일찍이 자신의 저술 ‘온병조변’의 서문에서 ‘사람들이 질병 때문에 죽는 게 아니라 잘못된 의술 때문에 죽는구나(不死于病而 死于醫)’라고 개탄한 뒤 따라서 ‘의술을 정밀하게 배우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배우지 않는 게 더 낫다(學醫不精 不如不學)’고 언급한 바 있다. 의학이 눈부시게 발전했다고 주장되는 오늘날에도 오당의 말에 여전히 공감이 가는 까닭을 곰곰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다. <전주대학교 대체의학대학 객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