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갑 지리산 여행기 11 ‘지리산문학회’가 올해들어 창단 30주년을 맞이했다. 그간 이 문학회는 46집의 동인지를 발행했으며 여러 명의 문학상 수상작가를 배출했다. 주간함양은 지리산문학회 서른살 생일을 축하하고자 회원 시인들의 비하인드 스토리. 그들의 시(詩) 역량. 지역사회에서의 예술적 기여도 등을. 다각도 취재했다.  한편 지리산문학회는 정호승 시인을 2009년 지리산문학상 수상작가로 선정했다. 정호승 시인은 수상소식을 전해 듣고 “지리산이 주는 상이므로 내 생애 가장 값진 상으로 기억하리라”라고 기뻐했다. 눈물이 나면 함양 한들들판 바라보거라 정호승 시인은 울보 아저씨. 눈물이 나면 선암사 통시(해우소)에 가 똥통칸에 쭈그리고 앉아 펑펑 운다고 한다. 그렇게 울고 있으면 똥통칸 밖. 풀잎들이 손수건을 꺼내 시인 눈물을 닦아준단다.  내 경우. 서울생활이 고달프고 짜증나면. 지리산고속에 몸을 싣고 함양으로 향한다. 3시간 후. 나는 함양 차부 앞에 서서 길 건너 한들 들판 바라보며 가슴을 활짝 편다. 어제 비가 많이 내렸나보다. 들판 벼이삭을 바라보니 이삭마다 물비늘이 번쩍인다. 논 위에 수백 대의 UFO가 착륙해 있어 가까이 다가가 바라보니 하얀 거미줄!  저 멀리 지리산…열반의 배(船)같기도 하고 내 영혼 잠재워 줄 솜이불 같기도 한. 흰 구름이 흘러가누나. 흘러가는 저 구름. 하나의 약침(藥鍼)이 되어 내 지친 몸을 콕콕 찔려댄다. 침을 맞자마자 아. 내 몸 속 노폐물이 몸 밖으로 쫙 빠져나가고. 내 온 몸이 상쾌해진다.  지리산 만병통치 공짜 침 맞자 함양엔 또 다른 약침(藥鍼)이 있다. 언젠가 서울 만리동 기사식당에서 이창곤 한겨레신문 정치팀장을 만났다. 이런저런 담소 끝에. “구형. 함양에 숨겨둔 여자라도 있소? 왜그리 새가 빠지게 함양에 들락날락해요?” 나는 답했다. “서울서 살만큼 살았잖아. 이제 느리게 쉬엄쉬엄 흙을 밟고 살고싶어…산속에 핀 야생초나 바라보면서…”  ▲ 정경화“호! 그래요? 그렇다면. 내가 인간 야생초 하나 소개해줄까? 함양 정경화라꼬. 10여년전 우연히 함양 취재 가. 정경화라는 시인을 알게 되었어요. 뇌성마비로 몸이 좀 불편한 양반인데. 시가 참 맑더라구. 나 같은 정치부기자가 뭘 알겠냐마는. 그 양반 시(詩). 옹달샘 약수 같애. 그 보약 나 혼자만 마시면 무신 재민겨? 그. 감로수. 구형도 한 사발 들이켜 마시구려”  이창곤 팀장 소개로 나는 정경화 함양토박이 시인을 알게 되었다. 정경화는 2007년 국제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수상작품은 <타임머신 타임캡슐에 저장한 나쁜 이야기 하나>. 이 시는 시골. 어느 가난한 집 아이들이 (돈 벌러 나간) 어머니 기다리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시. 몇 귀절을 읽어보자. 밭두렁 무성한 잎새 바지 안에 잘 익은 오이들 매달려 있었지 이웃집 밭이랑에서 물오른 가지들이 불쑥불쑥 일어섰어 마음껏 부풀어 팽팽한 그것들과 함께 고추밭에 태양초 고추가 어찌 그리 뜨겁던지 퍼질러 앉은 밭고랑에 매끈매끈 고구마들이 얼굴 내밀고 있었어 저녁놀이 아궁이에서 왈칵 숯불을 뒤집어 놓을 때 어머니 볼 발그레 익어서 돌아오셨지(下略) 정경화 시인은 함양 구 우시장터 하림(下林)에 살고 있다. 시인 집 앞엔 위천수가 흐른다. 그 개천을 거닐며 나는 시인에게 말했다.  “당신 모습과 당신 시 보노라면 영화 <포레스트 검프>(톰 행크스가 연기)가 생각납니다. 검프는 당신같은 장애우지요. 영화를 보니 검프. 그 친구 상상력의 대가(大家)더군요. 당신도 검프와 비수무리. 정 시인도 검프처럼 지난 시절 소재삼아 극시(劇詩) 한번 써보세요. 걸작이 탄생할 것 같소”  정경화가 더듬더듬 답했다. “히히히. 남. 남…사시러바라. 내가 뭐 아는 기 있어야지. 나. 말이오. 책가방 끈이 짧아…히히히. 구형이 날더러 자꾸 시극(詩劇) 써보라 하니까 괜히 쓰보고 싶네. 불구자 나 때문에 평생 가슴에 멍이 든 우리 어무이에게 바치는 시극 한번 꼬옥 쓰고 싶네 마!” 이 만남 이후. 우리는 반말하는 사이가 됐다. 제주도 살던 문복주 회장. 말라꼬 여기 왔나? ▲ 문복주 지리산문학회장올해 늦봄. 철쭉이 질무렵. 시인 정경화한테서 한통의 전화가 왔다. “백무동 초입 다리 옆 오리탕집으로 퍼뜩 오이라. 니. 내한테 함양 시인 좀 소개해달라 했제. 운제. 한사람 한사람 개별적으로 소개하겠노. 이쪽에 오면 마. 함양 시인 수두룩빽빽하다. 퍼뜩 온나!"  정경화 류(類) 산골시인을. 한명도 아닌 여러 명을 한꺼번에 만난다는 설렘에. 냅다. 동서울 터미널로 뛰어갔다. 마천서 하차. 어슬렁어슬렁 시인들 집결처 백무동 입구를 향했다. 백무동 계곡을 걷자니 별들이 물처럼 흐르는구나. 오리탕집에 당도하자 대낮부터 곡차를 드셨는지 정경화 시인 폼이 영. 오리야기리야.  “자. 구형. 여기에 계신 분들이 대자연 속에서 곡굉지락[(曲肱之樂=팔을 배게삼아 누워사는 가난한 생활이라도 도(道=여기서는 詩)에 살면 그 속에 즐거움이 있다]하시는 함양 풍류 시인님들이시다. 네 이놈. 구가(具哥)야. 냅쭉 108배. 절을 올리거라!”  # 시인 문복주. 문 시인은 제주도에서 24년간 불어교사 생활을 하다 몇해 전 교직을 정리하고 함양 땅으로 이사 온 인물이다. 현재 지리산문학회 회장으로 있다. 산골에 둥지를 튼 까닭을 물었더니 “헬렌 니어링 스콕 니어링 부부가 쓴 <조화로운 삶> 읽어 보셨죠. 도시를 떠나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것. 스스로 땀 흘려 먹을 것을 일구고 남은 시간 명상과 독서하기 위해. 이 산골로 들어왔지요”  문복주 시인은 즐겨 함양 풍경. 주제로 한 시를 창작했다. 그가 쓴 시 <아따. 병곡 투캅스 1> 한 부분을 읽어보자. 여기서 말하는 병곡이란 경남 함양군 병곡면을 말한다. 하루에 마을버스 세 번 왔다가고/ 꽃은 종일 졸고/ 젊은이와 새끼는 토끼처럼/ 추석에만 보이고/ 개구리 울음 소리만 가득한 산골(下略)  문 시인은 병곡을 미얀마처럼 시간이 정지된 곳으로 묘사하고 있다. 문복주 시인 옆에 문길(본명 문병우). 박행달 시인이 앉아 있다. 문길 시인은 <주간함양> 2009년 8월 3일 월요일자에. 보도한 바 있는데. 요즘 선화 그리기에 열중이다. 상보(祥報)=다음 주소창 함양뉴스 지리산투데이 참조.  박행달 시인에 대한 문복주 지리산 문학회 회장 코멘트  “박행달 시인은 정말 아름다운 마음씨 가진 우리 문학회 보물입니다. 여상 출신으로서 함양 보험업계 리더랍니다. 시 창작에도 억척. 요즘 만학도가 되어 경희사이버대학 문예창작과를 다니죠. 또 박 시인은 주변 사람 챙기는 데에도 열심이랍니다.”  # 박행달 시인은 함양 소시민들의 삶을 시로써 표현하고 있다. 그가 쓴 시 <출근길>을 읽으면 함양읍 풍경이 보인다. 일종의 로드 포엠(Road Poem)이다.  박 시인의 시 속엔 함양읍내 선명사진관. 김밥천국. 무 배추 실은 경운기. 예뻐서 좋은 집 마네킹들이 영화배우처럼 출연하고 있다. 그래서 한편의 영화시(映畵詩) 보는 것 같다. 이쯤에서 잠시. 지리산 문학회 역사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박행달 시인이 그 히스토리(History)를 브리핑한다.  "1979년 4월 문길. 정종화 두 분이  지리산 산신님 계시(?)를 받고 역사적인 지리산 문학회 만들었다 합니다. 두 분은 산신께 정화수 올리고. 이어 징. 가볍게 두드린 후 동서남북 사방을 향하여 각각 3번 절을 올렸다지요. 시인들의 축원에 답하여. 지리산 정령들이 하강하시어 문학회 앞날을 축복해주었다는 전설이 있답니다“  지리산 정령들의 축복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정령들은 지리산 문학회 시인 몸속에 빙의(憑依)하야 시인들이 아름다운 시를 생산해낼 수 있도록. 최상급 영양분을 끊임없이 제공해줬다. 이로써 지리산 문학회는 걸출한 시인들이 속속 탄생되었으니. 은총 입은 자(者) 리스트를 열거해보면 아래와 같다. # 김륭(2007 문화일보 시 부문 당선. 강원일보 동시부문 당선). 문길 (2007 경남일보 시 부문 당선) 정경화(2007 국제신문 시 부문 당선). 박행달 (2007 문학예술 신인상). 장정희(2006 하나은행 여성 글마을 수필 특선). 노점섭(2006 시흥문학상 수상) 최장식(1995 계간 문예한국 신인상 수상. 1999 KBS 제3지대 사랑을 배달하는 집배원 출연. 시작 활동 소개). 권갑점(1995 농협 중앙회 전국문예대전 수필 최우수 당선. 1995 월간 순수문학 신인상 당선). 곽실로(저서. 어느기다림. 마천향토지) 등이다.  지리산 문학 회원들이 살아가는 모습 지켜보노라니 죄다 인간극장 감이다. 집배원 최장식 시인. 이른바 서울 방송신문사 다큐멘터리 취재팀들로부터 인기 짱이다. 오마이뉴스 박성건 기자의 글을 통해 최장식 시인 하루를 훔쳐보자.  ▲ 최장식 “최장식 시인은 마천우체국에서 근무한다. 우체국 직원은 8명인데 집배원이 절반을 차지한다. 이곳 우체국에 근무하는 최장식씨는 1979년 집배원이 되어 올해로 올해 26년째 지리산 산록을 넘나들고 있다. 그이의 배달망은 지리산이 품고 있는 스물세 개의 마을. 특히 가채 마을. 의평 마을. 의중 마을 등은 눈비 내리는 날에는 사람 접근이 어려운 오지이다. 교통이 막혀도 집배원 오토바이는 쉬지 않고 산길을 뚫고 편지를 기다리는 농부들을 찾아간다.” 현재는 집배원을 그만두고 꿀을 치고 있다. 소설가 최인호 ‘천국의 계단’과 함양 ‘다락방’ # 권갑점 시인. 오늘날 지리산 문학회를 초일류급으로 자리매김하는데 견인차 역할을 한 여장부이다. 현재 정치인(함양 군의원. 후반기 기획행정위원회 위원장 및 의회운영위원회 위원)으로 활동 중. 권 의원은 함양 풀뿌리 민주주의 정착. 생태마을 조성에 깊은 관심을 쏟고 있다. 특히 권 의원은 인도 만다라 사상에 깊이 심취해 있다. 그의 딸 윤정양도 인도 마니아.  윤정양은 한때 인도여행기<지리산 소녀 윤(尹) 인디아 세상을 만나다>를 집필. 장안의 화제를 불러 모았다.  # ▲ 곽실로곽실로. 시인이자 소설가이며 군청 홍보를 맡고 있다. 이번. 지리산 문학제 사회를 맡았다. 곽 시인은 함양의 유홍준(미술 평론가. ‘나의 문화답사기’ 저자). 지리산 곳곳을 돌아다니며 숨어사는 외톨박이 인생 달인들을 르포화 하는데 일가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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