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평교회 김지영 목사한 여름 우리가 사는 농촌과 도시는 소리부터 다르다. 도시에 나가면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귀를 울리는 굉음이 들리지만. 시골에는 밤에 집밖을 나가면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 바람소리. 개구리울음소리 같은 자연의 소리가 들려온다. 이 모든 자연의 소리가 한여름 밤의 교향곡처럼 귓가에 속살거릴 때. 마음이 더욱 고요해지고. 문득 한 우주 가운데 서 있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그런데 시골에 살면서 듣지 못하는 소리가 있다. 바로 어린아이들의 웃음소리다. 농촌에 어린 아기의 웃음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고. 그래서 그런 기대마저 잊어버리는 때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아쉬운 것은 아기들의 해맑은 얼굴. 웃음소리다. 몇 년 전 우리 마을에 젊은 부부가 들어왔다. 그리고 그 젊은 부부는 남자 아기를 낳았는데. 그 아기가 마을길에 나오면 마을의 풍경이 마치 흑백에서 칼라로 바뀌는 것 같다. 보는 이마다 얼굴에 웃음꽃이 핀다. 그리하여 한시도 부모의 돌봄이 멈춰서는 안 되는 아기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 아기가 어른들의 굳어진 마음을 풀어주고. 웃을 일 없는 일상생활에 여유와 평화를 가져다 준다. 아이의 해맑은 웃는 얼굴은 갈수록 피폐해지는 사람들의 마음을 치료하는 명약이다. 그러므로 오늘날 우리가 사는 끝없는 싸움과 경쟁. 갈등을 회복하는 길은 다른데 있지 않다고 본다. 바로 작은 자연의 소리를 듣는 마음을 회복할 때. 어린 아기의 티 없는 웃음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 사람들의 마음은 점점 회복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도 우리 사회 곳곳에는 끝까지 가는 대립과 반목이 계속되고 있다. 무엇을 위한 싸움인지도 결국은 상실한 채 상대방의 소리는 죽이고 내 목소리만 키우려 하고 있다. 그러나 정말 이들이 깊은 한 여름밤 들려오는 자연의 소리를 듣고. 해맑게 웃는 아가의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점등인이 어둔 골목을 구석구석 밝히듯. 밝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