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안의 한의원 정연탁원장이 정문 벽에 붙어져있는 不治己病治未病 必求於本醫道也라는 글귀(황제내경: 중국 의학의 진수로서 수천년간 한의학에서 기준으로 삼아온 명저) 앞에서. 구본갑의 지리산 여행기 8 평생후회! 할걸요? 지리산 여행 오셔서 함양군 안의면 시골 한의사 신비의 침(鍼) 한 대 안 맞고. 안의 갈비탕 장터 순대국 한그릇 안 드신다면! 말이 음식이지 실제로는 하늘에서 내려온 보약입니다. 안의 한의원이 화제만발입니다. 첫째. 침 잘 놓아 둘째. 안의면 노인 봉양 잘해서 셋째. 병원신축하면서 자비출연. 안의 홍문마을회관 세워서! 안의 한의원 정연탁 원장은 한양대 법대 서울대 심리학과를 거쳐 한의사가 된 이색 전직 운동권 출신. 노파로부터 러브레터(?) 받고 시골 다방 아가씨 눈물 닦아주는데…. 이쯤되면 공중파 방송국 <인간시대> 감(感)! <주간함양>이 한발 먼저 발굴 취재했다. # 1 여행 참맛 느껴 보려면 시골 풋풋 정 넘치는 안의장터로 오세요 “앗따. 새댁. 이 고등어 아가미 좀 봐라 시뻘겋다 아이가. 표면에 무지개 빛 윤기가 나는 기라야 진짜배기 상품(上品) 잉기라. 진짜 좋다좋다. 아이고 예쁜 새댁. 깎지들 마라. 한손 팔아봐야 딱 100원 빼끼 안 남는다. 우리 딸내미가 그라더라. 고등어 많이 묵으면 자궁암 절대 안걸린다카더라. 미신이라꼬? 팔푼이같이 말하고 있네. 미국 그 머시기냐. 이건희 삼성회장 입원했던 병원 고급연구박사들이 한 말인데. 미신이라이. 택도 없는 소리 하지마라마. 자자. 두 손에 단돈 5천냥!“ 함양군 안의면 버스터미널 옆에 5일장이 열렸다. 고등어 장수 할머니 남들보다 먼저. 마수했네. 새댁이 건네준 퇴계 이황(1000원권) 5장. 침 탁 발라 이마빡에 탁 붙이고 오늘 대운이 들어오길 걸(乞)기대! 운수대통 할머니 퀵 슬로우 퀵 슬로우. 지루박 멋들어지게 쳐댄다. 양파장수 이태생(가명·58·지곡면)씨는 지금 울상이다. “서그럴 놈우 NH! 이왕 가격을 쳐줄라면 수매가에 몇백원 더 쳐줘야 양파 농사한 보람이 있능기라. 20kg 한망에 8000? 에이라. 그랄바께. 이놈우 양파 확 저 안의냇물에 확 떠내라뿌고 말란다. (옆에 있는 친구에게 괜히!)야. 임마. 니만 막걸리 묵지 말고 나도 한잔 따라바라” “니는 돈이 없나? 니 돈 주고 사 묵으라” “뭐라꼬 요놈아 자슥이. 남은 양파 땜에 속이 천불만불 나. 미치고 팔짝 뛰겠는데? 저놈우 자슥 대갈통을 팍 잘라 똥장군 마개로 쓰뿌까보다!” 이 시각. 전국 최고 게르마늄 양질의 양파 생산자 이태생씨 심정 대변하는 대중가요가 흘러 나왔으니. “이젠 나 어떻게 해. 너 만을(NH?) 싸아랑 했는데 넌 나쁘은 아이야…야♬ 넌 나쁜 아이야. 남자의 가슴에 남자의 두 눈에 눈물나게 해” 점심무렵. 김경두 면장님. 점심공양차 안의장터 터미널 매표소 옆 중국집으로 들어가신다. 으흠. 직원들 몰래 혼자? 이해가 갑니다. 만날. 고위층이라해서 부하직원 밥 사줄 수 없잖은가? 김경두 면장님 음성 중후하고 근엄하다. “허허?구 선생. 그런기 아이라카이. 갑자기 비님이 오시려나? 오늘따라 면(麵)이 땡기능기라. 안의장터 취재왔다고? 에. 마이크 시험중. 예부터 안의장은 말이요. 거창 함양 서상을 아울러는 뭐시기냐. 교통 중심지잉기라. 또 워낙. 안의 특산물이 고급인지라. 거창 위시하야 저멀리 남원 장천 등지에서 장꾼들이 모여들었다 아이가. 옛날에 안의에 엄청난 우시장이 있어서 소장수들이 버글버글했지. 안의 특산물로는 양파 마늘 딸기 곶감 사과 등이라 할 수 있소. 안의갈비탕에 장터 순대국은 그 명성이 가히 전국적잉기라. 말이 음식이지 실제로는 보약일쎄. 하늘에서 내려온 진귀한 보약말일쎄!” 안의장터 옆엔 천(川). 용추계곡서 흘러내려오는 천종(진짜 산삼) 4촌물 청아하고. 함양 정자(亭子) 백미 광풍루 풍광 단아하다. 몇달전. 안의면 내동마을에 둥지 튼 자연치유가 천지인. 그는 이 풍경이 너무 좋아 틈틈이 용추사·안의 버스편 이용. 이곳을 즐겨 찾는다. 이외. 안의장터 교통편으로는. 국도 26호. 3호선 등으로 대구. 진주. 전주 등에 통행하는 차량이 10분 간격. 군내 버스가 30분 간격으로 있어 교통이 아주 편리하다. 대전-통영 간 고속도로 서상 IC → 안의 방면 26번 국도. 대전-통영 간 고속도로 지곡 IC → 안의 방면 24번 국도. ▲ 안의재래시장 #2 안의 장터 흥청망청 북적북적할 때. 안의 한의원. 침술 뮤지컬 절찬리 공연중 ! 장터 옆 안의 한의원(원장 정연탁. 鄭然卓)에서도 시끌벅적. “아이쿠야 아이고 아픈거! 아이고 좋은거” 톡! 침 놓고 침 맞는 소리. “대장금 저리가라” 한의학 뮤지컬 연출되고 있다. “아이고 씨원한 거. 십년 묵은 홧병 채증. 쏙 내려가는 것 같고마이. 앗따. 젊은 한의사 양반 우째 그리 아픈 데로 정확히 골라잡아 침을 그리 잘 놓소. (독백: 아아고. 부산서 독수공방 둘째딸년 서방 삼았으면 딱 좋게 생겼고만!) 원장님이 할머니 백회(百會) 쪽에 한번 더 침을 탁 놓자 할머니는 그만 황홀경이 빠져들어 “아이구 씨원한거 씨원항거!” 서방 없는 딸년. 마음에 걸려 그만 홧병 걸린 할머니. 원장님. 족궐음 간승격. 수양명대장정격. 족소양 간승격 침을 놓으셨나. 그만. 할머니 홧병 굿바이홈런으로 날려버리시네? 안의 한의원이 대 화제다. 첫째. 침 잘 놓아 둘째. 안의면 노인 봉양 잘해서 셋째. 병원 신축하는김에 에라. 모리겠다. 돈 좀 더 써서 주민복지향상하자. 자비출연. 안의 홍문마을회관 세웠네! 이쯤되면 공중파 방송국 <인간시대> 감(感)! 그러나 <주간함양>이 한발 먼저 발굴 취재했으니 KBS-TV는 나중에 받아쓰시라! 신축 안의 한의원 정문 옆에 不治己病治未病 必求於本醫道也라는 글이 붙어져 있다. 황제내경(皇帝內徑: 중국 의학의 진수로서 수천년간 한의학에서 기준으로 삼아온 명저)에 나오는 말로써. 풀이하면 “대저 병이란 아플 때 치료하려면 말짱 도루묵이다. 안 아플 때 보살펴야 하느니라” 한의원에 입장하자 제일먼저 필자의 시야를 사로잡는 액자가 있었으니. 문익환 목사가 옥중에서 쓴 시(詩)다. 문 목사 서예(붓글씨는 사모님 박용길 장로께서 썼다)가 붙어있는 걸 보니. 원장님 소싯적에 학생운동 꽤나 하셨겠구먼? 필자는 액자 속. 문 목사 시를 읽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바로 저 글이 안의 한의원 기업정신인가 보다” 시내용은 다음과 같다. “땅은 양심입니다. 땅의 마음은 양심입니다. 땅이 누구를 속이는 것 보았습니까? 제 젖을 빨며 파릇파릇 돋아나는 푸성귀들 속이겠습니까. 풀밭을 놀이터로 뛰어다니는 방아개비 매뚜기들을 속이겠습니까(하략)” 이 시를 의역(意譯)하면 “나. 안의 한의원장은 안의 면민을 위해 참다운 인술을 펼치겠습니다"가 되겠다. 정연탁 원장은 예고 없이 찾아온 불한당 필자를 보고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제가 어찌. 무슨 자격으로 인터뷰어가 될 수 있겠습니까? 함양을 위해 특별히 한 일도 없는 평범한 한의사일 뿐인데?” “물론 그렇습니다. 필자 역시. 원장님을 클로즈업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올 여름 함양을 찾는 외지 바캉스족들에게 안의면에 이런 볼거리가 있다. 그걸 좀 취재하려고 하는데 송구스럽지만 원장님이 모델이 좀 되어주셨으면 합니다” 너무 솔직하게 말했나? 정연탁 원장은 “이야기 듣고 나니 아이템이 사뭇 이색적이군요. 인터뷰에 응하긴 하겠습니다만 저를 족집게 침 놓는 지방명의로는 묘사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3 서울대 심리학과 다니다 한의학으로 유턴 망진법과 스승 박경 교수 신침법으로 환자 치료 이렇게 해서. <주간함양> 신문 속 부록 지리산 투데이 인터뷰는 시작되었다. “제 고향은 경북 봉화 춘양입니다. 벽촌 중 벽촌이지요. 함양처럼 산세 수려하고 어떤 기상이변. 난리가 나도 이곳만은 까딱 없다해서 소문난 길승지지요. 비록 가난했지만 자녀교육열에 불 타있던 부모님. 저를 어렵게어렵게 서울로 보냈습니다. 한양대법대에 입학했죠. 남을 심판한다는 게 말이 안된다싶어 다시 시험을 쳐 서울대학교 심리학과에 다녔습니다. ▲ 정연탁 원장이 환우들을 진료하고 있다. 몇몇 나이 잡수신 할머니들. 은근히 원장을 향해 애정공세를 펼친다. 학생운동? 했죠. 물고문으로 죽은 박종철 거함산 현 국회의원 신성범 학형과 동시대에 학교 다녔고 학생운동. 같이 했지요. 그 후 저는 불의의 사고로 하반신 마비 난치병환자가 됩니다. 양의로는 도저히 쾌차할 수 없었죠. 그러다 한의를 만나 몸이 낫게 됩니다. 그때. 저는 도대체. 한의가 무엇이길래. 양의로는 치유할 수 없는 내 병. 낫게 해주나. 그걸 한번 연구해보자. 그래서 한의학의 바다에 뛰어들게 되죠” 서울대 수학하다 그만 두고. 대전대학교 한의학과를 다닌다. 정연탁 학생은 이 학교에서 한의학의 원류를 배우게 되는데. “한의학은 기. 오행. 음양을 기본으로 하는 상수부호 체계를 기초로 인간의 생리 병리와 질병의 진단. 치료 예방을 위한 이론모형을 만들어 인간을 우주만물과 합일된 생명체로 환원시켜주는 주체이지요.” 안의 한의원 진료실에 각종 한의서적. 빼곡하다. 그 중 필자는 책 <망진(望診)>을 바라보았다. “망진법에 의거. 진료하세요?” “그럼요. 그것이 한의학의 에센스잖아요?” 망진이라? 한의학자 이상룡 박사는 망진을 아주 재밌게 풀이했다. 망진이란 “척 보면 안다. 즉 환자 얼골만 보아도 그 병명을 알 수 있다. 바로 이것이 망진이다” 망진 비슷한 것으로 맥진이 있다. 요골동맥 손목 맥동처를 손가락 3개로 지긋이 눌러보면 만병을 알 수 있는 걸 말한다. 정 원장은 망진 맥진법으로 안의 면민 아픈 가슴을 쓰다듬어 주고 있다. 안의 사람들은 말한다. “정 원장 그분. 침술법 대단합디더. 가히 신침(神鍼) 잉기라예” “신의(神醫)라는. 유비(카더라) 통신이 나돌고 있다” 하니 원장은 겸연쩍게 웃으며 손 내 젓는다. “스승 박경(원광대 한의학과) 교수님한테서 배웠던 침술법. 그 기운을 제가 환자에게 전할 뿐이지요”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