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갑 칼럼니스트의 "지리산 여행기" <바캉스 특집> 시인 정현종· 채호기· 김석종유명 작가들. 함양서 뭘 보았을까?  정현종 시인의 칠선계곡 초입 추성리 답사소감입니다. “그날밤 술을 한잔하고 늦게 잠자리에 들었지. 그때. 방안에서 뭐가 계속 바스락거려 일어나 불을 켜 보니 누가 장수하늘소 한 마리를 비닐봉지에 넣어 묶어놓아 그놈이 숨 가쁘게 부스럭거리는 거야. 불쌍도 하고 해서 그걸 들고 나가 민박집 뒤 산길에 풀어 주었지. 칠흑 같은 밤 바깥에 켜 놓은 등의  불빛에. 길 내느라고 자른 비스듬한 흙벽에 내 거대한 그림자가 찍혀 있는 걸 본 순간. 나는 경악하면서 동시에 그 그림자의 향기에 어지럽게 취했던 기억이 나네” #1 서울 퇴마골 선술집에 두지터 사진 붙어있네  ▲ 두지터네온이 하나둘별처럼 피어나는 저녁. 서울 종로 퇴마골. 목로주점 <소문난 집>으로 한 무리의 풍류객들이 출근하고 있네요. 희곡작가 류보상. 소설가 오인문. 김병총. 박건삼(전 SBS 라디오 국장) 천상기(내외경제 편집국장). 곽종용(전 청와대 비서실)…. 풍류객들이 4평 남짓한 이 허름한 집을 즐겨 찾는데는 남다른 이유가 있습니다.관기주야(觀其主也)라. 여주인 서영순 할머니(거의 70 지나 80에 이름)때문입니다. 값싼 술 값에 마음마저 후덕하답니다. 여기에 웃는 모습이 옥주현처럼 섹시하죠.선술집 벽에 함양을 테마로 한 사진 몇 장이 붙어 있습니다. 필자가 봄에 촬영한 것인데. 무대는 칠선계곡 초입 두지터입니다. 두지터에 거주하는 산꾼 문상희씨가 야생화를 바라보고 있네요. 서영순 할머니가 이 사진을 보고 “네셔널지오그래픽 편집장 에드워드 김. 오수미 전남편 김중만이 사진보다 멋있다. 우리 집에 붙여놓자”하길래 “그래라” 그랬죠. 그런데 야단났습니다.주당님들 이 사진을 보고 얼마나 저를 괴롭히던지. “구본갑씨. 저 곳은 그야말로 신선들이 사는 마을같다. 고즈녁한 저 산골에서 1박할 수 없느냐?”“고관대작도 어렵습니다. 문상희 주인을 꼬드겨 볼 히든카드가 하나 있긴한데? 저 칠선계곡 두지터를 무대로 희곡 한편 쓰시면 1박할 수 있을겁니다”작가들은 고개를 갸우뚱하다. “이왕이면 희곡을 쓴 다음 초연을 해발 700미터 저 두지터에서 해볼까나?”▲ 정현종 시인최근들어 함양과 지리산 테마로 한 문학작품이 생산되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언젠가 서울 인사동 맥주집 <평화만들기>에서 정현종 시인(전 연세대국문과 교수)을 만났습니다. 제가 자주 함양땅에 내려간다 하니까 “그래? 추성리 아는가? 연전. 지리산 등산 갔다가 그곳에서 1박 한 적이 있는데. 그 마을 밤풍경 정말 적막하고 좋더구먼”정현종 시인의 추성리 답사소감입니다.“그날밤 술을 한잔하고 늦게 잠자리에 들었지. 그때. 방 안에서 뭐가 계속 바스락거려 일어나 불을 켜 보니 누가 장수하늘소 한 마리를 비닐봉지에 넣어 묶어놓아 그놈이 숨 가쁘게 부스럭거리는 거야. 불쌍도 하고 해서 그걸 들고 나가 집 뒤 산길에 풀어 주었지. 칠흑 같은 밤 바깥에 켜 놓은 등의  불빛에. 길 내느라고 자른 비스듬한 흙벽에 내 거대한 그림자가 찍혀 있는 걸 본 순간. 나는 경악하면서 동시에 그 그림자의 향기에 어지럽게 취했던 기억이 나네”정현종 시인은 추성리에서 하룻밤을 보낸 후 주옥같은 시를 발표했습니다.#2 모네의 수련이냐. 상림의 수련이냐?▲ 상림의 수련채호기 시인. 함양 상림 연못에 핀 7월의 수련을 사랑합니다.수련을 바라보고 달덩이같이 환한 시(詩) 아기를 탄생시켰는데 한번 낭독해보겠습니다. 수면 위에 빛들이 미끄러진다/사랑의 피부에 미끄러지는 사랑의 말들처럼/수련꽃 무더기 사이로/ 수많은 물고기의 비늘처럼 요동치는/ 수없이 미끄러지는 햇빛들/ 어떤 애절한 심정이 저렇듯 반짝이며 미끄러지기만 할까? 영원히 만나지 않을 듯/ 물과 빛은 서로를 섞지 않는데/푸른 물위에 수련은 섬광처럼/ 희다 상림 숲길을 걷노라면 그야말로 앙드레 김 버전으로 판타스틱합니다. 구불구불 가지를 뻗은 졸참나무. 막 새순을 낸 감나무. 개서어나무. 아름드리 때죽나무….경향신문 문화에디터 김석종(‘염화실의 향기’ 저자)은 상림을 이렇게 노래합니다.“수령 수 십년부터 수 백년이 된 고목이 한데 어울린 상림은 햇살 한줌 들지 않을 정도로 녹음이 짙다. 함양 사람들은 정말 복 받았다. 그들은 마실가듯 상림에 갑니더. 동네 사랑방이라고 마. 여기면 됩니더라고 말한다.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을 소유한 시골 사람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9∼10월에 상림을 찾아가면요. 꽃무릇 30만 그루가 온통 붉은빛을 내뿜는답니다.상림은 통일신라시대인 9세기 말. 진성여왕 때 최치원이 함양태수로 와서 조림한 숲이랍니다. #3  동호정 민박집에서 천종을 보았다!▲ 동호정 민박집에서 본 천종함양은 정자의 본향입니다. 정자는 사대부의 풍류와 은일(隱逸)의 쉼터이자. 시서(詩書)를 논하는 경연장이지요. 신라 고운 최치원 선생이 자주 올랐다고 하여 누각의 이름이  '최학사'. 달을 바라보며 희롱했다는 농월정(소실) 등 함양 산천 곳곳에 아름다운 정자가 있는데. 지면 관계상 동호정만. 맛보기로 소개합니다.동호정은 함양땅 화림동 계곡에서 가장 크고 화려한 단청을 자랑하는 정자입니다.정자 위에서 계곡을 바라보면. ‘해를 가릴 만큼 넓은 바위'란 뜻을 가진 차일암의 장관이 눈에 들어옵니다. 바위엔 노래를 부르던 곳. 악기를 연주하던 곳. 술을 마시며 즐기던 곳 등이 표시되어 있습니다.작년 가을인가? 필자는 황산마을에 사는 서각가 남사(南史) 송문영 선생 소개로 동호정 민박집 주인을 알게 되었습니다. 민박집 아저씨는 둘째라 하면 서러울만큼. 국내 최고 심마니더군요. 이 분이 채취한 천종을 바라보고 아. 천종에서 서기가 감돌더군요. 바라보기만 해도 단전(丹田)에 우주 슈퍼에너지가 쑥 들어오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동호정 민박집 곳곳에 야생화와 초(草)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습니다. 대충 적어보면. 하수오 요강꽃 세신 등입니다. 붉은빛을 띤 갈색 덩이뿌리 하수오는 강장제. 강정제로 사용되지요. 잎은 나물로 하며 생잎을 곪은 데 붙여서 고름을 흡수시킨답니다.#4 지리산 둘레길에서 새소리를 들어라▲ 지리산우리 시대 가장 사랑받는 작가 파올로 코엘료. 이 양반이 쓴 글 중에 <순례자>가 있습니다. 작가 코엘료는 프랑스 스페인 국경지대. 산티아고 길(세계문화유산 1호)을 순례한 후 이 책을 썼습니다. 이 길을 걷게되면  영성(靈性) 세례를 받게 된다고 하네요. 작가는 산티아고 길을 걸은 후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합니다. 우리나라에도 산티아고 못잖은 아름다운 길들이 많습니다.함양에는 지리산 둘레길이 있지요. 둘레길은 지리산권역에 기반을 둔 ‘사단법인 숲길’이 산림청의 녹색자금을 지원받아 2007년부터 조성해오고 있습니다.지리산숲길은 국내 최초의 장거리 도보길로써 전체 예정거리 300㎞ 중 지난 해 21km 구간을 1차 개방했고. 개방 이후 약 3만명 이상이 다녀갈 정도로 국민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지난 5월. 추가로 50km가 개통되었습니다. 구간은 2008년도에 조성한 전북 남원시와 경남 산청군 일원. 현재까지 총 71km의 구간이 이용 가능하게 되었으며. 앞으로 2011년까지 전체구간을 완성할 계획입니다. 지리산 둘레길 백미는 새소리를 발견하는 겁니다.여러 곳에서 눈에 띄는 멧새. 찌르레기. 정신없이 나무를 찍고 있는 쇠딱다구리….우주의 기 가득 담은 새소리. 공짜라 하오니 마음껏 경청하시길 바랍니다.  #5 안의 차부 유리창 문양을 보면 옛날 가수 백설희가 생각난다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필자가 즐겨찾는 함양 별미집을 대충 적어 봅니다. 이름이 참 에로틱한(?) 조샌집. 이 집 메뉴는 서리고기인데 이 물고기 희귀물이라 요즘 못 먹습니다. 대신 서리고기 비슷한 민물고기로 유명합니다. 노진환 전 서울신문사장은 수동 메기탕과 함양 5일장 서는 날만  판매하는 순대국집을 즐겨 찾지요. 상림공원 앞 연잎밥집 옥연가. 노무현 전대통령이 생애 마지막 찾았다해서 화제입니다. 이 집에 가면 노 전대통령 부부와 식당 종업원이 다정한 모습으로 기념촬영한 사진이 붙어있지요. 연잎밥을 한자로 하엽반(荷葉飯)이라고 합니다.연잎밥은 찹쌀에 약밥을 하듯이 팥. 대추. 잣. 은행. 버섯. 곶감. 버섯. 죽순. 채소. 혹은 전복이나 새우. 육류 같은 것을 넣지요. 찹쌀은 두 차례 찐다고 하네요.김성 저널시스트는 함양에 내려오면 지리산 산행은 나중. 안의 차부 붕어빵에 어묵 파는 할머니 집부터 찾습니다. 이 집 2백원짜리 어묵 안주에 안의 막걸리면 천하가 부럽지 않다나요?김성 친구가 필자 옷소매를 끌며 안의차부 할머니 선술집으로 데려갑니다. 어묵 국물 맛도 기막히거니와 주막 내 인테리어도 예술(?)이더군요. 필자는 이 집 유리창을 바라보며 눈물을 글썽댔습니다.  (적어도 한 40년 정도전에 만든 듯한) 유리창 문양이 너무 아름다운 겁니다. 저 문양을 바라보며 백설희 혹은 조용필 버전으로 <봄날이 간다>를 청승맞게 불러봅니다. 이 지면에 굳이 유리창 문양을 소개하지 않을래요. 영화 줄거리 미리 들려주면 발견의 미학 그 짜릿한 맛을 느낄 수 없으니까요. 졸문.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보답으로 함양 물 한 바가지를 드리고 싶습니다. 이원섭(대체의학자).  이 분은 일전. MBC-TV 대하사극 ‘대장금’ 약선(藥膳)분야 소재를 제공해준 것으로 이름 높습니다. 왕실 의학 비전을 많이 알고 계신 분이지요.이 선생이 말하길 “우리나라 고을 이름중 양(陽)자 들어간 데. 함양 청양 단양 밀양 등지는 천하 공인. 웰빙 명당이지요. 이 양자 들어간 고을 샘에서 나는 자정수 자시면(먹으면) 장수합니다. 자정수는 매일 자정을 넘어 20분에서 40분 사이의 샘물을 말하오. 함양 경우 삼봉산 오봉산 것이 좋소”바로 그 물! 이번 여름 바캉스. 산세 수려한 함양에 오시면 마음껏 드시길 바랍니다.  구본갑(여행칼럼니스트)busan7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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