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표이사 김윤세장마철이 시작되었다. 어떤 이들은 장마철마다 반복되는 재해는 하늘이 하는 일이고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인간의 힘으로 어떻게 해볼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물론 이번 여름장마철에는 제발 필요한 만큼만 적당히 비를 내려주기를 기원하는 마음은 다 같겠지만 만에 하나의 변수를 대비해 물이 제 갈 길을 잘 갈 수 있도록 물길을 가로막고 있는 것들을 미리 치우고 메워진 수로(水路)를 준설하는 등의 우리들 할 일을 제때 하는 것 역시 소홀히 해서는 안 될 듯싶다.예상치 못한 큰 재해를 만난 뒤에사 미리 조금만 손쓰고 대비했더라도 피해를 예방하거나 최소화할 수 있었을 텐데…하는 아쉬움을 가져본들 별반 도움이 되지 못한다. 지자체의 일이든 개인의 일이든 장마철의 크고 작은 피해를 피해갈 수는 없는 일이므로 오로지 서둘러서 할 수 있는 데까지 철저히 대비하는 것이 상책이라 하겠다.매년 장마철마다 반복되는 피해를 보면 미리 조금만 대비를 했었더라도 그 정도의 피해를 입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과 질책이 쏟아져 나오곤 한다. 이미 적지 않은 피해가 발생한 뒤에 뒷북치는 듯한 질타와 담당자에 대한 문책이 무슨 큰 의미가 있으리오마는 다음 장마철 피해 예방을 위한 대비책 마련을 위해서는 필요한 조처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때 그 상황만 지나면 과거의 피해 사례와 그것에 대한 조사 자료들은 창고 속에서 다른 자료들과 섞여서 낮잠을 잘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오늘을 충실히 사는 것이 더욱 중요한 것이고 과거사에 얽매이거나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사에 필요 이상의 관심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볼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과거사에서 교훈을 찾아내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 집단은 같은 잘못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집단 전체에 미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겠다.특히 올해의 장마는 그리 오래 갈 것 같지는 않지만 게릴라성 집중호우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기상청의 전망을 감안할 때 산사태나 큰 물가의 제방. 집주변의 축대 등을 점검해 조금이라도 미심쩍거나 붕괴 위험성을 지니고 있다고 판단될 경우 과감하게 손 볼 필요가 있겠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건에서 보듯 “혹시 손님이 줄어들지 모른다”며 쉬쉬하다가 손님이 줄어든 게 아니라 손님이 다시 올 수도 없고 올 필요도 없게 전체가 붕괴해버리고 상상을 초월하는 대형 참사를 부르게 된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 황당한 이유로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중요한 안전문제를 덮어버리는 단순한 어리석음에서 비롯된 것이다.함양에는 다행스럽게도 1천1백 년 전에 고을 태수를 지낸 고운(孤雲) 최치원(崔致遠) 선생의 지혜로운 안목과 차원 높은 공법(工法)에 의한 제방공사 덕분에 장마철 홍수 범람에 의해 반복되는 피해를 영구히 방지할 수 있게 되었다. 제방공사도 만년 가게 했지만 그 제방을 보호하기 위한 호안림(護岸林)까지 조성해 제방도 보호하고 지역주민들의 일급 산책공원이자 국민들의 유서 깊은 관광지로 각광을 받도록 함으로써 위정자(爲政者)들에게 ‘치산치수(治山治水)의 영원한 귀감’을 제시한 바 있다. 1천 년 전 함양 고을 지도자의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과 나랏일을 확실하게 처리하는 자세가 빚어낸 이 호안림은 국가 천연기념물 제 154호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는 상림공원 또는 최치원공원이라 불리는 천년 숲으로서 약 6만여 평의 원시림과 현 천 사령 군수가 추가로 조성한 2만여 평의 연꽃 밭이 조화를 이룬 장관(壯觀)을 연출한다. 여름철만 되면 함양고을을 연꽃의 향기에 휩싸이게 하고 형형색색의 다양한 연꽃들의 물결을 이루어 보는 이들로 하여금 천당. 극락세계에 온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올 여름 장마철에는 “천 길이나 되는 큰 제방도 작은 땅강아지이나 개미의 굴에 의해 무너지게 된다(千丈之堤 以 蟻之穴而潰)”며 작은 문제를 방치하다가 큰 화를 부른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는 중국고대 사상가 한비자(韓非子)의 이야기를 되새겨보기 바란다. 한비자(BC295∼233)는 성악설(性惡說)의 제창자로 유명한 순자(荀子)의 문인으로서 중국 법가의 대표적인 존재로 손꼽힌다. 올 여름에는 너나할 것 없이 하늘 탓도 하지말고 남 탓도 하지 말고 내가 먼저 앞장서서 재해 예방에 만전을 기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전주대학교 대체의학대학 객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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