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춘수 경남도농수산국장 어릴 적 꼴을 베러가거나 소를 먹이러 갈 때 흔히 볼 수 있었던 들풀 가운데 하나가 하고초. 보라색을 띠며 5∼6월에 꽃이 피고 여름이면 시드는 하고초는 논두렁은 물론 밭이나 묘지 주변 등 지천으로 깔려 있었다.소에게 먹일 꼴을 벨 때 간간이 섞여 있는 하고초의 꽃뿌리를 조심스럽게 따 입에 대고 빨면 달달한 꿀맛이 혀를 통해 전달된다. 어렸을 때 무척이나 하기 싫었던 풀베기와 소 먹이기 보상을 하고초의 달콤한 꿀로 위로 받기도 했다. 특히 하고초는 사탕이나 초콜릿 등 당시 구하기가 무척 어려운 단 맛을 내는 아주 귀한 간식이었다. 워낙 적어 여러 수십 개를 따먹어도 허기를 채울 수는 없었지만 추억을 떠올리는 매개체가 되고 있다. 하고초가 꿀풀로 불리는 이유다.그러나 하고초는 언제부턴가 우리 곁에서 사라져 갔다. 지천으로 깔려 있던 하고초는 정확한 이유 없이 하나 둘 없어지기 시작했다. 일부에서는 무분별한 농약 사용으로. 일각에서는 자연의 순리에 적응하지 못해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등등 여러 이유를 밝히기도 했지만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 화려하지 않고 호들갑스럽지 않은 하고초는 그렇게 우리 곁을 떠나갔다.  <다시 우리 곁으로 다가온 하고초>많은 사람들이 농촌을 떠나 도시로 향하면서 농촌은 조용해졌다. 1980년대부터 시작된 이농현상은 불과 20년 만에 농촌은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변하고 말았다. 말 그대로 상전벽해(桑田碧海)였다. 농촌의 젊은이는 모두 도시로 떠났고 농촌에 남은 사람들은 이제 머리가 하얀 어르신으로 변했으며 시끌벅적하던 농촌의 골목어귀에는 이제 아기 울음소리조차 들을 수 없게 됐다. 사람만이 변한 것이 아니었다. 산과 들도 마찬가지다. 어린 묘목은 이젠 성인 나무로 성장했고 소를 먹이러 가던 산은 이제 낮에도 길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울창한 산림으로 변했다.하고초가 떠난 자리는 사루비아가 차지했다. 사루비아는 브라질 원산지로 귀화식물이다. 사루비아는 하고초와 달리 화려한 색깔로 도심 곳곳에 심어져 시민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하고초와 사루비아의 공통점은 모두 꿀풀이라는 점이다. 앞에서 밝힌 하고초와 같이 사루비아 역시 꽃뿌리를 빨면 꿀맛이 난다. 하고초의 자리를 사루비아가 대신한 것이다. 하고초가 농촌지역에서 번성했다면 사루비아는 국내에 도입된 이후 도시지역에서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언제부턴가 하고초가 우리 곁에 다시 돌아왔다. 하고초가 떠난 것을 우리가 몰랐듯이 하고초가 돌아온 시기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 하지만 하고초의 귀환은 친구를 다시 만난 것 같은 반가운 것은 그의 ‘화려한 귀환’ 때문이다. 과거 전국의 산과 들에서 자주 볼 수 있고 키 20∼30㎝의 보라색의 하고초의 효능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하고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또 하고초는 혈압을 낮추고 복수암과 육아육종을 억제할 뿐만 아니라 두통이나 어지럼증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백전면 양천마을의 ‘하고초축제'>해발 350m의 백전면 오천리 양천마을 다랭이 논 10만㎡에 하고초가 지천으로 피었다. 양천마을 주민들은 지난 2001년부터 2003년까지 하고초를 이용한 꿀을 개발하기 시작했다.2003년 하고초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한 주민들은 하고초와 관련해16개의 특허를 출원했으며 2004년부터 연간 5000되의 하고초 꿀을 생산. 서울 등 대도시에서 판매하고 있다. 산간오지였던 양천마을은 하고초를 활용해 하고초건강식품 개발을 위해 대학에 의뢰. 추진하고 있다. 주민들은 어렸을 적 기억에 있던 하고초를 쌀농사를 대신한 경쟁력 있는 상품으로 개발했으며 최근 몇 년간은 다랭이 논에 아예 하고초를 심고 있을 정도다. 양천마을은 지난달 22일부터 6월 10일까지 ‘하고초꽃 축제’를 개최하여 전국에서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주민들은 앞으로 하고초 재배면적을 늘릴 계획이지만 생산량은 현행 5000되를 유지해 고품질화 한다는 계획이다. 또 판매소득의 15%를 투자해 기능성 건강식품 개발에 힘써 특화하기로 했다. 산간오지였던 백전면 오천리 양천마을은 이제 함양군 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로. 하고초꿀 재배지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우리 농촌의 미래상을 보여주는 전국적인 성공사례로 평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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