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1000m 이상의 함양 15개 명산을 오르는 ‘초보 등산러의 함양 산행일기’를 연재하고자 한다. 주간함양 김경민 기자가 직접 함양의 명산을 오르고 느끼면서 초보 등산러의 시각으로 산행을 기록한다. 해당 연재로 천혜의 자연 함양 명산에 흥미를 가지는 독자들이 늘어나길 기대해 본다. <편집자 주>   “공자님 말씀에 ‘지혜로운 자는 물을 좋아하고 인자한 자는 산을 좋아한다’고 했습니다. 전 인자한 사람이 아니에요. 전 바다가 좋아요” 영화 <헤어질 결심> 속 남편 살해 용의자로 지목받은 서래(탕웨이)는 자신을 수사하는 형사 해준(박해일)이 등산 과정에서 발생한 남편의 의문사에 대해 취조하자 공자님의 말씀을 인용한다. 이에 서래에 사적인 관심이 있었던 해준은 무의식중에 “으음, 나도”라고 답하고 바다 사람이던 나도 스크린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였었다. 그만큼 ‘등산’이라고 하면 손사래를 치던 내가 지금은 1000m 이상의 함양 명산 투어를 하게 됐다. 물론 공자님 말씀처럼 인자한 사람이 되고 싶어 시작한 것은 아니다. 올해로 함양살이 5년 차인 나의 등산 경력을 읊어보자면 지리산 백무동 천왕봉 코스 두번에 남덕유산 코스 한번이 전부다. ‘함양에 살게 됐는데 지리산은 올라가 봐야 하지 않겠어?’라는 마음에 재작년 봄 지리산 등산으로 생애 첫 산행을 했다. 이후 ‘지리산 오른 김에 덕유산도’, ‘덕유산도 올랐으니 함양에 있는 명산도 다’ 등 떠오른 생각들은 곧바로 행동으로 이어졌고 삼봉산으로 시작을 알리게 됐다. 산에 대한 무지로 아무런 장비도 갖추지 않은 채 무모히 지리산 빙판길을 올랐던(마치 반지 원정대를 방불케 한) 그 오만한 과거에서 벗어나 자연에 대한 겸허한 자세를 갖추고 산행을 하고자 한다. 연재가 진행될수록 초보 등산러라는 이름이 점점 희미해질 수 있기를 기대하며. 첫편인 만큼 서두가 길었다. ‘초보 등산러의 함양 산행일기’ 첫 산행은 3개의 산봉우리로 이루어진 ‘삼봉산’에서 시작됐다. 지난 9월29일 오전 우리는 지리산제일문으로 향했다. 전날 비가 내려 등산을 하는데 차질이 생길까 걱정도 했지만 하늘은 얌전했다. 첫 산행을 삼봉산으로 선택한 이유는 다른 명산들보다 비교적 수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직원들과 호흡을 맞추고 서로의 등산 기량을 확인하는 데 있어 삼봉산이 안성맞춤이라는 우리 최경인 대표님의 추천이 있었다. 높이 1186.7m의 삼봉산은 소백산맥의 줄기로 지리산과 인접해 있으며, 함양읍·마천면 그리고 전북 남원시 산내면에 걸쳐 있다. 삼봉산 남동쪽으로는 천왕봉에서 반야봉으로 이어지는 지리산의 주능선이 한눈에 바라보이고, 멀리 북쪽으로는 남덕유산의 산줄기들이 펼쳐진다. 가장 멋진 산은 처음 가보는 산이라는 말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오전 10시경 해발 773m 오도재를 밟았다. 산행은 산신각 옆길을 따라 시작했는데 오도봉을 거쳐 삼봉산에 오른 후 다시 왔던 길을 내려가는 것을 목적으로 출발했다. 대표님의 말처럼 산길은 몇몇 바윗길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완만했다. 막 여름을 끝낸 날씨라 기온도 선선해서 기분 좋은 발걸음을 이어갔다. 인근 물줄기 하나 보기 힘들었음에도 습기를 많이 머금고 있는 산이긴 했지만 불쾌한 정도는 아니었다. 오르는 사이사이에 산짐승의 변을 발견하기도 했는데 그중 하나는 크기가 크고 축축했다. 혹시나 멧돼지는 아닐까 싶어 상황 발생 시 대처방안에 대해 대표님께 설명을 들었다. 독사로 추정되는 뱀들도 가끔 모습을 드러냈다. 워낙 국내 뱀들은 순한 탓에 사람의 발걸음에 기겁을 하고 달아나지만 가을에는 겨울잠에 대비해 독을 많이 품고 있어 경계를 놓지 말아야 한다. 오르는 내내 사람 한 명 만날 수 없었는데 그만큼 인적이 드문 산이다 보니 짐승들의 흔적을 쉽게 마주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해봤다. 사람들의 발길이 잦지 않은 산임에도 불구하고 등산로 정비는 꽤나 양호했다. 물론 정상 인근에 보수 작업이 필요한 곳이 몇군데 보이긴 했지만 예전과 비교했을 때 크게 개선된 상태라고 한다. 군에서 ‘오르고(GO) 함양’ 시행을 앞두고 조만간 추가 보완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보여 더 아름답고 안전한 산이 되지 않을까 기대된다. 삼봉산을 오르면서 새로운 풍경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함양의 전경은 물론 가야산부터 법화산, 지리산 천왕봉까지 아름다움을 자아냈다. 다만 평소보다 안개가 좀 끼다 보니 완전히 만끽하기는 힘들었지만 그래도 충분했다. 산에 오르면 풍경 속에 수많은 산들을 만나게 되는데 방향감각이 아직 둔한 탓에 어떤 산이지 누가 설명해 주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때가 많다. 높은 곳에서 바라본 산들은 서로 멀면서도 가까이 있는 듯했다. 1시간30분쯤 넘었을 때 도착한 오도봉에서 잠시 요기를 하고 다시 정상으로 향했다. 계속 걸음은 이어졌다. “다왔다. 이제 보인다”라는 대표님의 말만 20분 동안 들으면서 ‘정말 다온 것 맞아?’라고 생각하는 찰나 정상 직전에 있는 커다란 바위가 보인다. 눈물고개라고도 불리는 이 구간은 조금 버겁긴 했다. 이를 우회해 아래로 내려갔다 다시 오르니 어느새 정상에 도착했다. 시간은 오후 12시20분. 풍경을 구경하며 함께 사진을 찍고 김밥으로 점심을 먹는다. 고된 산행이든 편한 산행이든 산에서 먹는 음식은 다 맛있다. 재작년 친구와 지리산 첫 등산을 했을 때 먹을 것을 제대로 챙겨오지 않은 탓에 장터목대피소에서 햇반을 사 맨밥을 맨손으로 먹었던 적이 있었다. 주변의 경악하는 시선을 뒤로한 채 정말 맛있게 먹은 기억이 있는데 살면서 맨밥을 먹기는 처음이었다(하나 더 사서 먹었다고 한다). 그렇게 정상에서 배를 채우고 하산을 시작했다. 하산의 위험성은 귀가 따갑도록 들은 탓에 주변을 잘 살피며 천천히 내려갔고 오후 2시50분경 오도재에 도착했다. 개인적으로 삼봉산은 등산을 이제 막 시작하려고 하는 이들에게 괜찮은 산인 것 같다. 날씨 문제만 없다면 산과 친해지는 데 큰 부담이 없을 것이다. 또 등산을 자주 다니는 이들에게는 험난한 산행을 앞두고 몸을 푸는 차원에서 알맞은 산처럼 느껴진다. 비록 지리산이나 덕유산과 같이 막 화려한 풍경을 자랑하는 산은 아니더라도 기분전환에 충분한 배경이며 가볍게 산행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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