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두(一蠹)란 아호를 쓰는 이가 있으니 일두 정여창 선생이다. 일두는 동방오현이고 세계문화유산 남계서원의 주인공이다. 일두란 한 마리 좀이란 뜻이다. 천지간에 한 마리 좀이라 자칭하는 것이다. 좀은 해충이다. 나는 한 마리 해충이다, 나는 한 마리 모기이다, 나는 한 마리 빈대이다-천지간일비(天地間一蜰빈대비)라고 한다면 그것이 겸손의 뜻인가. 일두란 용어를 한결같이 겸손의 호칭으로만 해석하니 황당하다, 일두의 스승 점필재 김종직의 점필과 일두의 동문 절친 한훤당의 한훤은 겸손을 나타내는 겸사이다. 점필이란 뜻은 글 내용도 잘 모르면서 그냥 읽는다는 뜻이고 한훤은 평범히 안부나 묻는다는 뜻이다. 특별한 게 없다는 겸사의 아호를 지었다. 일두란 호는 그보다 더 겸손한 표현이라고 여기는데, 아니다. 호에는 산, 물, 마을, 집, 동식물, 도덕 등의 용어를 사용하여 짓는다. 그러나 벌레, 그것도 해충을 호로 삼은 경우는 없다. 일두는 1467년(세조13)에 18세 때 《이정유서(二程遺書)》를 보다가 정이천의 ‘천지간일두(天地間一蠧)’라는 말에서 느낀 바 있어 일두를 아호로 삼았다. 정자, 정이천은, “지금 농부들이 심한 추위와 무더위와 장마에 깊이 밭 갈고 잘 김매어서 파종한 곡식을 내가 먹고 있다. 온갖 기술자들이 그릇과 도구를 만들어서 내가 쓰고 있다. 군사들이 갑옷을 입고 무기를 들고 국토를 지키어 내가 편히 지낸다. 공덕이 사람에게 미치지 못하고 부질없이 세월만 보내면 일없이 천지간에 한 마리 좀이 된다. 오직 성인의 남긴 글을 모아 엮는다면 거의 도움이 될 것이다” 하고《역전(易傳)》과《춘추전(春秋傳)》을 지었다. 책을 보다가 문구에 감동하여 호로 삼은 경우는 후대 소재 노수신도 같다. 소재가 38세 때 1552년(명종7)에 귀양지 진도에 소재란 서실을 지은 것은 주자의 <지락재명(至樂齋銘)>을 보다가 감명받아 여병득소(如病得穌)에서 소자를 취하여 호로 삼은 직후다. 봉건사회는 사농공상, 사대부, 농민, 공인, 상인의 수직적 계급질서의 신분제 사회이다. 그러나 사농공상을 신분으로만 해석할 필요없다. 사농공상은 역할의 문제이다. 차별이 아니다. 수평적 역할 질서로 봐야 한다. 각자의 할 일에 맞는 역할을 잘 수행해야 하는 것이다. 정자가 생각한 사대부는 저술활동이 본업이다. 농사짓는 농민, 도구를 만드는 기술자, 국토수호의 군인 등 역할 사회를 건설하는 것이다. 일두는 정자와 같은 사대부로서 저술활동이 그의 역할이다. 그래서 그도 《용학주소(庸學註疏)》와 《주객문답(主客問答)》과 《진수잡저(進修雜著)》를 저술하여 세상에 공덕을 끼치려고 하였다. 그러나 무오사화의 수난 속에 소실되었다. 일두란 아호는 나는 천지간에 한 마리 좀이라는 겸손의 표현이 아니라 세상의 좀이 되지 않고 공덕을 끼치는 사대부가 되겠다는 결의에 찬 의지의 표현, 역설적 표현의 아호이다. 일두란 호 속에 농민의 쌀에 고마워하고, 기술자의 그릇에 고마워하고, 군인의 창칼에 고마워하고, 사대부의 저서에 고마워하는 감사의 정신이 깃들어 있는 것이다. 일두란 호를 보면 우리는 아, 일두는 한 마리 좀이라는 겸손한 인물이구나 감탄할 게 아니라 한 마리 좀이 되지 않겠다, 세상에 공덕을 끼치는 역할을 다하겠다, 라는 성인의 자세를 우러러 본받아 우리도 그리 살아야 하는 것이다. 사단법인 일두기념사업회는 일두를 위하여 공덕을 쌓는 것이다. 사단법인을 창건한 것도 공덕이고 일두선비문화제와 일두선비아카데미를 창설하여 일두정신을 선양한 것도 큰 공덕이다. 필자는 사단법인 일두기념사업회 제4대 이사장이 되어 일두주제곡을 만들어 행사 때마다 공연하게 하였고, 일두시조문학상을 제정하여 일두정신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하여 보급하였는데 지속시키지는 못하였다. 역대 이사장이나 임원들은 일두학술세미나를 개최하였고 일두문헌을 편찬, 발행하였고, 일두문화기행을 추진하였다. 일두 관련 포괄적 문화상이 없었다. 함양 지역에는 함양군민상, 함양교육상, 함양예술인상, 함양체육인상이 있고 한때 연암문학상(소설,삼천만원), 최치원문학상(시,삼천만원)이 있었으나 문화상은 없다. 일두문화상의 일두문화란 일두학술, 일두예술, 일두정신선양, 일두사회사업, 일두기념사업을 포괄하는 용어이다. 지리산문학관 후원으로 해마다 일두문화의 보급과 선양에 공이 있는 인사를 선정하여 시상하고 작지만 상금을 지급하여 격려하는 일두문화상을 제정하여 지속시키고자 한다. 국내 손꼽히는 상금 규모의 크고 무거운 상으로 확대하여 누구나 타고 싶은, 일두문화에 공을 세우고 싶은 상으로 발전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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