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기반 알렉스 학습 프로그램으로 통계학을 공부하고 있다는 <한겨레21>의 장은주 편집장의 글(만리재에서)은 AC의 ‘코로나 뉴노멀’ 통권1호 기획의 안내, 혹은 설명을 위한 서두였으나 의미심장했다. 연전에 교육칼럼에서 AI 맞춤형 교육의 우려를 썼었는데 너무 빠르게 도래한 현실이 어리둥절할 지경이다. 더구나 코로나가 온라인 수업과 AI 교육을 앞당기고 있다는 사실은 급변에 대한 두려움을 안긴다. 대면과 비대면의 사이에 AI가 버티고 있고 결국 비대면을 신봉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면 기계기술이 교사를 대체할 것이다. 범위가 애매하지만 AI 교육 연구시범을 추진했던 부산시 교육청 담당 장학사는 부분적으로 5년 이내에 AI 기반 교육이 보편화 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한겨레21>은 전문가의 입을 빌어 AI 교육의 강점을 소개했다. “AI는 학습자의 수준을 파악한 뒤 맞춤형으로 문제를 제시하고 학습자가 공부시간을 정하며 난이도와 속도를 학습자에게 맞출 뿐 아니라 비교와 경쟁교육이 없다. 모둠학습의 자료와 정보를 수집하고 개별적 반복학습으로 단계를 밟아 목표에 도달하며, 교육목표와 설계의 주도권이 교사가 아닌 학생에게 있고 학생평가와 과제채점, 오류분석과 피드백, 학생관리와 수업계획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AI가 이렇게 학생교육에 전반적으로 개입하면 교사 무용론이 대두될 법하다. 이미 핀란드 초등학교에서 로봇이 어학을 가르치고, 프랑스 소프트웨어 교육기관 ‘에콜42’에는 교사와 교실 자체가 없다. 온라인 교육의 수업설계와 진행을 AI가 담당하고 있으면 역할에 대한 의문은 당연히 일어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교사 무용론’보다 ‘교사역할 변화론’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고 교사는 학습을 지켜보고 관리해 주는 학습 컨설턴트가 될 것이라면서 교사의 역할과 교사 수가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동국대 신나민 교수)했다. 그러나 돌아가는 형국을 보면 이 전망도 공허하고 ‘AI가 보조교사 같다’는 부산 AI 연구학교 이영은 교사도 역할을 뒤바꿔 생각한 듯 하다.
우려하는 바대로 바이러스와 공존하며 비대면을 강조하는 삶을 살고 있으니 프랑스의 ‘에콜42’가 도입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AI교육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되고 어떤 결과를 도출할지 모르겠지만 교사보다 더 교육적이라는 근거가 나타나면 교육계의 변화는 불가피할 것이다. 일시적으로 단기간 내 모든 학교가 동시다발적으로 같은 변화를 맞지는 않더라도 줄어든 학령인구와 맞물려 수업 방식이나 시스템은 급격한 변화를 맞으리라 생각한다. AI 주도 온라인 교육으로 전환되면 교육비가 감소하고 교육내용의 선택과 교육받을 대상이 광범위해질 것 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교실이 사라지고 교사가 사라진다면 사회의 모습은 어떻게 될까. 인간의 사고도 기계처럼 진화(?)하여 영화가 보여주는 SF적 현실을 경험하게 될 것인가.
아이러니한 것은 교육계가 AI교육을 신봉한다는 점이다. 교육부는 ‘교육과 기술의 융합, 에듀테크’의 장점과 서비스를 안내하며 학교 등, 기관대상 온라인 플랫폼과 플랫폼 기업(네이버·카카오)의 서비스 제공 내용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교육계의 수장들은 알파고의 여파로 AI 도입을 선진교육의 산물로 판단하고 첨단교육의 메카로 인지하면서 강력 추진을 공언한 바 있다. 거기에다 코로나19의 사태가 이를 필연으로 부추긴다. 대면과 비대면(온라인) 교육을 병행하고 있는 현실은 AI가 주도하는 온라인 교육이 빠른 속도로 확산될 것이라는 반증이다. 이제 학교는 교사가 아닌 소프트웨어 기술자가 필요할 것 같다. 혼란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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