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로마신화를 읽어보면 명승부가 펼쳐진 사건이 하나 있다. 신들은 제각기 자기의 도시에서 추앙받는 자기의 지역구를 갖고 싶어 했다. 그래서 신들 사이에서 지역구를 놓고 싸움이 일어났다. 그 대표적인 지역구 싸움이 바다의 신 포세이돈과 전쟁과 지혜의 여신 아테나가 아티카 도시를 놓고 피 터지게 싸운 일이다.
아티카로 불리우던 아테네는 올림포스궁 가까이에 있는 교통 좋고 경치 좋은 도시다. 포세이돈은 이 아테네에 눈독을 들였다. 공교롭게도 아테나 여신도 이 아테네가 마음에 들었다. 서로 내가 먼저 점찍었다고 우겼다. 아테네 도시는 물이 귀했고 성내의 우물가 물은 수질이 좋지 못해 짜고 떫었다. 이 물을 포세이돈이 맛있는 삼다수 샘물로 바꾸어 줌으로서 아테나보다 먼저 시민들의 환호성을 받고 이 도시를 선점해 버렸다.
그러자 아테나 여신이 가만있을 리 없었다. 아무도 없는 밤에 주택가며 공원이며 가로수 길에 올리브 나무로 떡칠해 놓고 언론 플레이를 했다. 아테네 올리브 가로수길이 ‘지중해에서 가보고 싶은 길 10선’에 뽑히도록 한 것이었다.
포세이돈보다도 먼저 자신이 올리브 나무를 심어 왔고 가꾸어 온 도시이기 때문에 아테네는 당연히 아테나의 것이라고 선언했다. 돈으로 매수된 1세대 티탄족 외눈박이 키클롭스를 증인으로 내세워 자신의 주장에 신빙성을 더했다.
“이름을 보면 모릅니까? 아테네이니까 아테나꺼지요. 키클롭스 나보다 오래 산 사람 있으면 나와 보세요. 꺼럼. 포세이돈이 샘물을 솟아나게 하기 전보다도 먼저 아테나 여신이 이곳에 올리브나무를 심었단 말씀입니다. 꺼럼, 꺼럼.”
포세이돈이 분개하여 엘리우시스 평원 전체를 물바다로 만들고 억울함을 제우스에게 탄원했다. 제우스가 사실관계를 확인하라고 명령했다. 신들의 최종 보고서가 올라왔다. 포세이돈이 먼저 차지한 심증은 있으나 물적 증거가 부족해 진위여부를 가리기가 어려움. 아테나 시민의 주민투표로 자신의 신을 선택하도록 하는 게 좋다고 사려됨. 마침내 아테네 도시가 어느 신에 의하여 통치될 것이냐를 놓고 아테네 시민에게 묻는 지방국민투표가 실시 되었다.
아고라 광장에서 연일 유세가 벌어졌다. “친애하는 아테네 시민 여러분-. 나, 이 포세이돈은 제우스와 형제이며 바다의 신입니다. 지옥의 신이 두렵지 않습니까? 하데스가 내 동생입니다.”
그는 제일 먼저 친인척을 팔아먹었다. 다음 물적 공세를 폈다. “삼다수 샘물을 확실하게 공급하겠습니다.” 아테나는 이 도시에 필요한 것은 물이 아니라 올리브 나무라고 역설했다. 올리브유야말로 이 시대에 필요한 혁신 산유자본이라고 말했다. 음식, 피부미용, 웰빙 관광도시. 이 올리브 이야말로 이 도시가 먹고 살아가야 할 미래 경제자원이라고 주장했다. 정책으로 승부했다. 아테네 시민들은 마침내 아테나 여신을 선택했다. 아침 식탁에 올라오는 올리브유로 무친 샐러드의 감미로운 맛과 향을 잊을 수 없었다. 지중해의 푸른 바다 해변가에서 올리브유를 전신에 바르고 태양에 몸을 맡겨 본 여자들이라면 어찌 아테나의 지중해표 올리브유를 거부할 수 있었겠는가. 마침내 아테네는 아테나 여신의 보호 속으로 들어갔다. 승리를 기념하기 위하여 시민들은 아크로폴리스 산정에 아테나 신전인 파르테논 신전을 짓고 매년 아테나 여신에게 감사의 제사를 올렸다.
얼마 후면 총선이다. 코로나-19로 나라가 뒤숭숭하여 총선이 제대로 실시될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요즘 정치를 보면 여당도 야당도 마음에 안 들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섰다. 혈연 지연 학연 좌파 우파 가짜뉴스에 끌려가지 말고 이번엔 제발 제대로 투표하자. 정말이지 철새 정치가가 아닌 우리 고장을 위해 몸을 다 바치는 진정한 국회의원을 제대로 뽑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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