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사십을 바라보는 우리동네 짜장면집 배달부. 늘 동네 곳곳을 그리고 들판을 오토바이로 중화요리를 싣고 배달을 다니는 사람. 그가 배달하는 것을 기억으로만 더듬어보아도 그 세월이 벌써 20여년이 지나지 않았을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사시사철 애마인 오토바이를 타고 늘 밝은 얼굴로 맛있는 짜장면을 배달해 준다.
오토바이라는 운송 수단의 특성상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기에 어쩌면 그는 목숨을 걸고 자신의 일에 매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제는 어엿한 7년차 중국요리 집 사장님으로 신분의 상승이 이루어졌건만 그는 늘 한 결 같이 배달 그리고 또 배달, 배달이다.
자신에게는 가혹하리만큼 인색한 사람으로 기억하는데 나는 그 이유가 벌이가 넉넉지 않아서 그런가보다고 생각을 했다.
그런 그가 얼마 전 우리를 숙연하게 만든 일이 있었다. 그렇게 목숨 걸고 애써 번 돈 중에서 매달 일정금액을 아무도 모르게 함양의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기부를 해왔었다. 어른들 부양하고 자식들 키우고 짜장면 집 유지 운영할라치면 본인의 삶도 만만치 않을 텐데 7년이 된 지금 그 금액이 무려 천만원이 넘는 거금이 되었다.
중간에 착오가 있어서 뒤늦게 알기는 했지만 이러한 기부의 특성상 기부자에게 승낙을 받아야 하고 또 금액이 모여서 거금이 된지라 기부자가 돌려달라고 할 수도 있는 상황이어서 설명을 드렸고 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 재기부하고 지정기탁하여 사용하는 방법 그리고 기부금 영수증 발급으로 세금 감면에 대한 혜택 등 기부금에 대해 설명을 드렸지만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기부할 때부터 이미 그 돈은 내 돈이 아니었고 제가 어렵게 자랐기 때문에 어려운 사람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더 잘 안다. 그리고 집안 어른들을 통해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나도 나이가 들고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고 살아보니 더 절감하게 되더라. 그래서 기부를 하게 된 것이고 앞으로도 계속 기부를 할 생각이다. 그리고 세금은 그걸로 감면 받지 않아도 내가 좀 더 세금내면 되니까 잘 협의하셔서 어려운 분들에게 유용하게 사용해 주시고 누구에게도 저에 대해서는 알리지 말아 달라”며 총총히 발걸음을 옮겨갔다.
그래서 협의 결과 그 피땀 어린 소중한 성금은 함양군지역사회보장협의체를 통해 관내의 도움이 필요한 가정들에게 골고루 사용하기로 하였다.
갈수록 어려운 이들에 대한 나눔의 손길이 줄어들고 있는 요즘 진정한 기부의 의미를 나에게 되새기게 만든 그리고 나눔을 실천하는 짜장면집 사장님.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고 사업이 더 번창하시기를 진심으로 빌어본다.
그리고 특별히 오늘은 나와 같이 생활하는 아이들 중에서도 짜장면집 사장님과 같은 멋진 마인드를 가진 어른들로 많이 성장할 수 있도록 내가 알고 있는 그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우리아이들에게 해주어야겠다.
그리고 주말에는 우리 동네에서 대를 이어온 맛을 자랑하는 그가 만든 짜장면을 아이들과 사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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