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빛 녹음이 무색하리 만큼 어느새 울긋불긋 형형색색의 빛깔로 옷을 갈아입은 온 산야에 단풍이 아름답게 펼쳐졌다. 유난히 가뭄이 심했던 올해는 아직도 곳곳에 그 영향을 받아 화사한 색이 곱게 물들기도 전에 바싹 마른 이파리들이 땅으로 떨어지지만 많은 사람들이 늦가을의 정취를 느끼기 위해 단풍 산행을 즐긴다. 황금들판에서 수확의 기쁨을 마주하는 농부들의 모습을 가로질러 마주하는 늦가을의 전경은 가까이서 보면 마르거나 병들어 마음 아픈 모습이지만, 함께 어우러진 풍경은 가을 단풍의 자태를 여전히 뽐내며 산을 오르는 이들의 마음을 흡족하게 한다. 하지만 즐거움도 잠시 곳곳에서 눈살을 찌푸리는 광경들이 나타난다. 춥다고 불을 피우거나 버너를 이용해 취사를 하고 술을 먹고 담배를 피운다. 사람들이 머물렀던 흔적들이 먹고 버린 쓰레기와 함께 고스란히 남아있다. 극히 일부의 사람들이겠지만 나만 좋으면 그만이라는 이기적인 생각과 행동으로 산림 생태계가 몸살을 앓고 잦은 산불로 인해 피폐해지고 있다. 특히 산불로 인한 피해는 심각하다. 인간의 부주의한 한순간의 실수가 몇십 년, 몇백 년 된 산림을 한순간에 잿더미로 만들어 버린다. 올해만 해도 전국적으로 610건의 산불이 발생하여 414ha의 산림피해가 발생하였다. 여의도 면적의 1.5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 중 입산자실화가 29.5%인 180건으로 축구장 116개 정도의 산림이 사라진 셈이다. 올 초부터 시작된 최악의 가뭄과 건조한 날씨로 인해 산림이 건조해지고 있다. 땅이 갈라지고 바싹 마른 나뭇잎이 숲을 가득 메우고 있어 화약고나 다름없다. 또한 최근 10년간의 평균 강수량 1,219mm에 60%정도 밖에 비가 오질 않아 저수지마다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산불진화헬기가 사용해야하는 담수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으로 산불진화의 골든타임을 놓쳐 대형 산불로 확산 가능성이 높아지는 이유다. 산불의 시작은 정말 미약 하다. 촌로들의 성냥불을 긋는 순간의 동작일 것이거나 또는 아이들의 장난어린 호기심이거나, 아니면 피우던 담배를 무심코 버리는 생각 없는 단순한 행동들 일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거대한 화마가 되어 온 산을 집어삼킨다. 적게는 몇 평방미터 많게는 수십만 평방미터를 태워버린다. 천년고찰도 태우고, 선조들이 만든 아름다운 문화결정체인 무쇠덩어리 동종도 녹여버린다. 이렇게 미약하게 시작한 산불을 진화하기 위해 투입되는 인적 수고와 물적 비용은 가히 상상이상이다. 산불진화를 위한 진화헬기와 인원투입은 물론이고, 크고 울창한 산림의 소실에서 오는 유·무형적인 손실은 수치화하기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괜찮겠지 하는 안이한 생각과 부주의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고 혜택을 받아야하는 아름답고 울창한 숲이 산불로 인해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해버린다면 금전적, 물질적인 피해를 넘어 이전의 아름다운은 숲으로 되돌리기 위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 그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도시의 빠듯한 일상을 떠나 늦가을의 정취를 느끼며 맑은 공기와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빼어난 절경과 단풍을 체감하며 힐링(Healing)을 하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혜택이지만 산불로 인해 이 모든 것이 잿더미로 타버리지 않게 안전하게 보호하고 지켜내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과 의무일 것이다. 우리들이 보고, 느끼는 산림속의 자연경관과 수목들은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어야 할 유․무형의 자산이다. 항상 주인의식을 갖고 소중한 산림자원이 피폐되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산행시 머물렀던 자리는 흔적을 없애 다음 사람들이 편안히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인가되지 않은 곳에서 불을 피우거나 취사행위, 담배를 피우는 행위는 절대로 하면 안 된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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