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군의 주요 현안을 논의할 때 청년들의 목소리는 지금까지 배제당해왔다. 이미 기성세대들이 만들어 놓은 사회적 구조를 바꾸기도 어렵고, 여론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들 위주로 정책이 정립되어 정작 미래세대를 책임질 청년들에 대한 정책은 미비한 실정이다. 이에 주간함양은 청년 패널들을 직접 모아 지역 현안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청년들 너의 생각이 참 궁금해’ 코너를 기획 보도하고 있다. <편집자주>
지난 2월 19일 주간함양사무실에서는 아이를 학교에 보내야 하는 청년들이 작은 학교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듣고 실제 학교에 근무하는 선생님과 작은 학교에 아이를 보내는 학부모가 느끼는 점을 나누며 현실과 가능성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날 모임에는 주간함양 최학수 PD, 백전초등학교 윤상보 선생님, 10년 차 유림초등학교 학부모이자 아이 둘의 엄마인 김선희씨, 딸 넷의 엄마이면서 이미 두 딸을 함양초등학교에 보낸 엄미현씨, 그리고 이제 막 5살 아들을 유치원에 보낸 허지원씨가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며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작은 학교, 기회인가 도전인가?최학수: 요즘은 학부모 사이에서 위성초등학교도 작은 학교로 인식한다고 해서 충격이었어요. 그래서 읍내 학부모들은 함양초등학교로 아이를 보내기를 선호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실제로 그러한지 이야기 나누고 싶습니다. 윤상보 선생님 먼저 말씀해주시겠어요?윤상보: 작은 학교는 교사들의 행정 업무 부담이 커지는 문제가 있습니다. 학교마다 꼭 해야 하는 수준의 일이 있는데 작은 학교는 교사 1인이 해야 하는 행정 업무가 더 많아지는 거예요. 일반적으로 큰 학교에서는 공문서나 행정 업무를 여러 교사가 나누어 하지만, 작은 학교에서는 적은 인원이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학생을 교육한다고 했을 때는 학생 개개인이 더욱 도드라져 보여요. 한 반의 학생 수가 적기 때문에 모든 아이가 주목받을 기회가 많아지고요. 국어 시간에 발표라도 한다고 하면 모두가 발표를 해야 하니까 어디 숨을 곳이 없어요. 다 해야 하거든요.김선희: 맞아요. 큰 학교와 작은 학교의 학생들을 비교해 보면 방과 후 수업에서 아이들의 태도가 달라요. 큰 학교에서는 적극적인 아이들은 더 적극적으로, 소극적인 아이들은 더 소극적으로 변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은데 작은 학교에서는 학생 수가 적어 모든 아이가 활동에 참여할 수밖에 없거든요. 그러다 보니 모든 아이가 자연스럽게 주인공처럼 성장하는 환경이 조성돼요.윤상보: 일반 학교에서는 한 반에 2530명의 학생이 함께 수업을 듣지만, 작은 학교에서는 510명 정도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덕분에 학생들이 학습에 대한 피드백을 더 신속하게 받을 수 있고, 교사들도 학생 개개인의 특성을 더 세밀하게 파악할 수 있죠. 하지만 작은 학교라고 해서 무조건 다 그럴 수 있는 건 아니고 교사의 역량과 교육관이 더 영향을 많이 주는 것 같긴 해요.
허지원: 작은 학교의 장점을 모르는 학부모들이 많아요. 저는 처음에 작은 학교라고 해서 그냥 정말로 작은 학교를 말하는 줄 알았어요. 실제로 저는 이번에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면서 고민을 정말 많이 했거든요. 어떻게 보면 작은 학교에 해당할 수 있는 사립유치원에 보냈어요. 공립유치원에 비하면 아이들이 너무 없어요. 요즘 아이들이 부족함 없이 자라잖아요. 공립유치원에 비해 줄 수 있는 게 부족하다는 원장님의 힘든 소리가 저는 좋게 받아들여졌어요. 그리고 아이들이 적다 보니까 반의 구분 없이 다 가족처럼 지내더라고요. 제가 운영하는 학원에 7세들이 있는데 동생이 오면 이름을 부르면서 달려가서 다 끌어안아주는 분위기가 좋게 느껴졌어요.작은 학교의 강점, 그리고 해결해야 할 과제허지원: 제 동생은 방과 후 수업 선생님으로 출강하고 있는데 아직 아이도 없으면서 어떤 초등학교에 아이를 보내고 싶은지 정했대요. 그게 작은 학교였거든요. 저도 학원에서 원데이 클래스를 진행할 때도 작은 학교에서 온 아이들이 처음 보는 선생님에게도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활발하게 수업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였어요. 작은 학교에서 모든 아이가 수업의 중심이 될 수밖에 없는 환경 덕분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러한 장점이 잘 홍보되지 않고 있어 아쉬워요. 작은 학교 출신 학생들의 성공 사례를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학부모들에게 실질적인 정보가 전달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엄미현: 사실 저도 처음에는 작은 학교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좋을 것 같은데 걱정되는 점도 많아서 그냥 함양초등학교에 가게 됐어요. 작은 학교의 교육 방식과 환경이 아이에게 잘 맞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생각보다 다양한 경험과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예를 들어, 방과 후 프로그램이 무료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고요. 학원에서 이런 프로그램을 시키려면 비용이 상당한데, 작은 학교에서는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이었어요. 하지만 전학을 결정하는 건 쉽지 않은 문제예요. 아이가 이미 다니는 학교에 적응한 상태이기 때문에 무작정 바꾸기가 어렵죠. 저 역시 전학을 고려하면서도, 확신이 서지 않아 망설이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교환 학생처럼 체험 학습을 내고 지곡초등학교에 일주일 보내볼 생각도 했어요. 아이들이 좋아야 다녀볼 수 있는 거니까요.김선희: 작은 학교에 아이를 보내면 다 함께 다니기 때문에 1학년 때부터 수학여행을 가거든요. 1학년 때 수학여행을 보내달라고 해서 놀랐어요. 아직 혼자 씻지 못할 때였거든요. 전 학년이 다 간다고 해서 일단 보냈는데 다녀와서 혼자 샤워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해서 깜짝 놀랐어요. 수학여행 가서 고학년 아이들이 씻겨줬다는 거예요. 씻는 걸 도와줬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말 감동받았어요. 작은 학교는 이렇게 전 학년이 다 어울리는 분위기가 돼서 더 좋은 것 같아요. 이번에 함양읍으로 이사를 간 가정이 있는데 아이들이 버스를 타고 유림초등학교로 등교하거든요. 그렇게 등교할 만큼 작은 학교에 대한 아이들의 만족도는 높은 거 같아요.윤상보: 작은 학교가 전 학년이 가족처럼 지내는 분위기도 있겠지만 이걸 나쁘게 말하면 그 한 명의 친구가 너무 절실하다는 말이 되거든요. 그 친구랑 사이가 안 좋아질 수도 있겠지만 너무 절실하니까 그 갈등을 아이들이 이겨내요. 갈등 상황에 눈치를 보고 회피하는 게 아니라 직면하는 경험을 초등학생 때 하는 거예요. 또래에 대한 결핍이 학교 내에서 형제 간의 우애처럼 조성이 되는 거예요. 작은 학교가 좋아도 또래 학생이 부족하다는 게 가장 큰 비판 요소였거든요. 올해부터 작은 학교 11개가 권역별로 모여서 공동 학교를 진행해요. 매주 화요일마다 중심 학교에 모여서 협동 학습을 할 수 있는 바탕을 지금 선생님들이 열심히 마련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작은 학교의 교육은 해를 거듭할수록 더 많이 개선될 거예요.
지속 가능한 작은 학교를 위해김선희: 주변에서는 작은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의 사회성이 부족할 수 있다는 우려를 많이 해요. ‘언제까지 아이를 작은 학교에 둘 거냐’, ‘읍내로 전학을 가야 나중에 적응할 수 있다’는 말들을 자주 듣거든요. 하지만 실제로 작은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다양한 연령대와 함께 생활하며 자연스럽게 협력하고 배려하는 태도를 배우게 돼요. 그리고 SNS에 작은 학교 관련한 이야기를 올렸더니 많은 반응이 이어졌어요. 다양한 사람들이 작은 학교 교육에 관심이 많다는 걸 새삼스럽게 알게 됐어요. 이런 이야기들이 많이 알려지면 작은 학교에 많은 학생을 모을 수 있을 거 같아요.최학수: 실제로 작은 학교를 보낸 학부모들의 만족도가 높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어요. 처음에는 걱정했던 부분이 시간이 지나면서 해소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작은 학교에서는 학생 개개인이 존중받고, 맞춤형 교육을 받을 기회가 많아요. 단순히 학생 수가 적어서 좋은 것이 아니라, 교육 방식이 아이들에게 더 적합할 수도 있다는 점을 학부모들이 점차 깨닫는 것 같아요. 하지만 이러한 장점이 더 널리 알려지지 않아 여전히 전학을 망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작은 학교의 운영을 지속 가능하게 만들려면 이러한 학부모들의 경험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도 필요합니다.허지원: 저도 학원을 하고 있지만 나중에 아이들이 없다면 노인분들 교육기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노인과 아이들이 닮은 점이 있거든요. 아이들이 받는 이 교육을 노인분들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거든요. 작은 학교도 그런 모든 걸 다 포함하는 교육 기관이 되는 미래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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