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잊을 만하면 언론의 중심에 선 육사와 국방부의 새로운 행적이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육군사관학교 청사 앞에 있는 독립운동가 5명의 흉상을 철거하여 독립기념관으로 이관하는 계획을 세웠다고 발표를 한 것이다. 이러한 중대한 사태에 대해 많은 언론들이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고, 많은 각축의 다툼들이 오갔으나 결국 최종 철거 및 이전이 지난 8월 31일 결정되었다. 이 사건이 논란이 된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원인들은 대개 국방부의 철거 요인 발표에서 촉발된 것들이었다. 국방부는 8월 25일 철거-이전의 이유를 크게 세 가지로 들었다. 첫째, 흉상의 인물 중 소련 공산당에 가입했던 사람이 있다. 둘째, 독립운동보다는 창군 이후 군사적 분야에 적합한 인물의 흉상을 비치하는 것이 적절하다. 셋째, 흉상 위치의 적절성 논란이 있다. 이중 대부분의 언론에서 다루고 국방부-육사-정부가 강조하는 사항은 첫 번째 이유, 즉 ‘소련 공산당 가입’에 있다. 더 좁게 보자면 ‘공산당’ 자체에 중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자유민주주의 국가이자 공산주의 국가 북한과 적대 관계에 있는 대한민국 국군의 심장부에, 공산 세력에 몸담았던 인물을 둘 수는 없다’라는 논지인 것이다. 그러나 이런 논지는 상당 부분 논란을 부를 수밖에 없는 성격을 지녔다. 하나하나 자세히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먼저 육사 교내 충무관 앞의 설치된 흉상의 인물 중, 소련 공산당 경력이 있는 사람은 홍범도 장군 한 명 뿐이다. 그렇기에 국방부의 발표는 사실상 홍범도 장군을 저격한 것인데, 홍범도 장군의 독립운동 경력을 자세히 살펴보면 국방부의 이러한 저격은 무리를 한 감이 있다. 공산주의는 등장 당시부터 냉전 이전까지 서구권, 동구권을 막론하고 사회 개혁을 외치던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사상이었다. 당장 일제강점기에 식민지 국가의 독립을 주장한 것이 ‘일본 공산당’이었음을 감안하면 확연히 드러난다. 게다가 홍범도 장군이 활동하던 1920년대는 3.1 운동 이후 일본의 만주 지역 무력 탄압이 극심하던 때로, 봉오동-청산리 전투의 승리에도 불구하고 만주 독립군이 계속 자리를 옮겨가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그 독립군을 지원해주겠다고 나서는 세력이 있다면, 과연 그 도움의 손길을 거절하겠는가? 실제로 레닌의 러시아 공산주의 세력은-소련 건국 전과 후를 통틀어-당시 약소국 및 식민지의 독립을 지원하던 거의 유일한 강대국이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적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일명 ‘북한’이라 지칭되는 휴전선 이북의 ‘반국가 단체’이다. 결코 공산주의라는 이념 자체나 공산당이라는 이름이 붙은 모든 정당이 대한민국의 적이 될 수는 없다. 이는 국방부 공인의 국방백서에도, 헌법에도 명시된 아주 중요한 논점이다. 그렇다면 왜 현 육사, 국방부, 더 나아가 정부는 이런 무리한 사상 공격을 감행하는 것일까? 이는 차기 국방부 장관으로 유력한 인물이 이 철거 사건의 제의자인 신원식 국회의원이라는 점, 이전 계획을 담당한 ‘기념물 재배치 위원회’의 실무 총괄자가 과거 박근혜 정부 국정교과서 논란의 핵심이었던 나종남 육사 교수라는 점에서 뉴라이트 색채의 사상 공격, ‘독립운동가 지우기 프로젝트’의 이념적 연장선이라는 추측을 감행해 볼 수 있다. 물론 국방부-육사-정부의 다소 부족한 역사 인식의 발로라는 옹호를 제기할 수도 있을 것이나, 그럴 경우 과연 이 주장이 옹호라고 불릴지, 아니면 고도의 정치 풍자라고 불릴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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