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은 ‘꿀벌이 지구상에서 멸종하게 된다면 4년 안에 인류는 사라지게 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이처럼 꿀벌이 농업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막중하다. 인류가 먹고 있는 식량의 70% 이상이 꿀벌의 수분에 의존하고 있어 꿀벌 개채군 감소는 범인류적으로 시급한 상황. 최근 해외 연구 조사에 따르면 꿀벌+모기+박쥐 등 자연 속 꽃가루 배달부가 사라질 경우 ‘농산물 무역’에서 한국이 입게 될 경제적 피해 규모는 세계 4위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지난해 본지에서 취재한 ‘꿀벌 집단 실종 사건’이 올해도 발생했다.<관련기사 2022년 2월14일 ‘꿀벌 실종사건’ 참조> 2022년 꿀벌 집단 실종으로 피해를 입은 바있는 서상면 정영록씨 양봉농가에는 텅 빈 벌통만이 외롭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정영록씨는 “작년이랑 올해랑 경우가 비슷하다. 여름이 끝날 무렵 벌들이 시름시름 앓더니 결국 이렇게 빈 통만 남게 됐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지난해 함양군에서 처음 꿀벌 실종이 보고된 직 후 농업기술센터는 정씨 농가를 방문해 시료를 채취하고 농림축산검역본부에 의뢰를 맡겼다. 그 결과 응애(varroa destructor)가 전파하는 바이러스 중 하나인 날개변형바이러스(DWV-Deformed Wing Virus)에 양성 판정이 나왔다. 바로아 응애는 거미강 진드기목으로 몸길이 1~2mm의 작은 동물군이다. 주로 벌의 애벌레에 기생하고 성인 벌에 붙어 병원체 감염을 높인다. 또한 날개가 없는 벌이 탄생하도록 만들어 봉군 전체를 전멸시킨다. 세계적으로 벌어지는 꿀벌 집단 실종사건의 배후로 많은 의견들이 나오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원인은 찾지 못한 상태다. 2015년 세계적인 잡지 사이언스에서는 벌집군집붕괴현상 CCD(colony collapse disorder)에 대해 몇 가지 추측을 내놓았다. 새롭게 개발된 살충제의 등장먼저 꿀벌군집 붕괴가 학계에 처음 보고된 시기는 20세기. 이때 새롭게 개발된 살충제 등장과 시기상 맞물린다. 당시 개발된 살충제는 네오니코티노이드(Neonicotinoid)계 살충제로 담배에 들어있는 니코틴이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네오니코티드계 살충제는 시스템 농약으로 식물의 뿌리에 시비하여 식물 전체를 살충제로 코팅해 딱정벌레와 진딧물로부터 식물을 보호한다. 영국 뉴캐슬 대학 제랄딘 라이트는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를 가지고 꿀벌 생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실험했다. 실험결과 살충제에 노출된 벌레들의 뇌 특정부분이 사라지거나 없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랄딘 라이트는 이러한 작용이 꿀벌의 집단행동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 주장했지만 당시 대기업 농약회사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유는 호주에서도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를 사용하고 있지만 CCD현상이 보고되지 않았고 실외에서 실험을 한 것이 아닌 실내에서 실험을 진행했다는 이유다. 두 번째로는 합성피레스로이드(Pyrethroid) 살충제와 최근에 개발된 EBI(ergosterol-biosynthesis-inhibiting) 살균제이다. 두 종류의 화학물질은 서로 상호보완적인효과(synergistic effect)를 나타낸다. 합성피레스로이드는 국화꽃 제충국(Insect flowe)에서 추출한 자연계 화합물 피레트린(pyrethrin)에 보조제를 첨가해 만든 화학물질로 냉혈동물, 특히 곤충에 강한 독성을 보인다. 흔히 우리가 가정에서 사용하는 에프킬라의 주된 원료로 사람에게는 안전하다. 문제는 합성피레스로이드 살충제와 EBI 살균제 두 화합물질을 섞어서 사용하면 발생한다. 이 혼합물질은 환경에 끼치는 악영향은 물론이고 해충 및 세균의 교차저항성(cross resistance)을 증가시킨다. 즉 기존 해충을 처리하기 위해 농약을 한 개만 사용해도 죽었던 해충 및 세균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다량의 농약을 처리해도 죽지 않는 현상이 발견됐다. 또 교차저항성으로 처리한 농약뿐만 아니라 다른 농약에서도 저항성을 함께 보인다. 꿀벌에 기생(Parasite)하는 좀비파리도 지적사항으로 꼽는다. 북미 원산 소형 기생파리(the parasitic phorid fly, Apocephalus borealis)는 꿀벌 외골격 사이에 산란관을 뚫어 자신의 알을 꿀벌 몸속에서 키운다. 이렇게 좀비파리에 감염된 벌들은 스스로 군집 밖으로 뛰쳐나와 죽음을 맞이하는데 이유는 두 가지로 추측된다. 먼저 군집에 대한 이타적인 행동으로 꿀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병원체를 퍼트리지 않으려는 주장과 기생파리가 연가시처럼 벌의 신경을 자극해 밖으로 나가게 유도한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국내 대표적인 꿀벌 바이러스다음은 정씨 양봉농가에서 검출된 바로아 응애(varroa destructor)+변형날개바이러스(DWV-Deformed wing virus)이다. 바로아 응애의 문제점은 꿀벌들에게 변형날개바이러스를 전파하는 매개체라는 점이다. 응애에 기생당한 꿀벌의 유충 및 번데기는 한번 흡즙 당하면 탈피 과정에서 날개가 제대로 생성되지 않고 축소되어 죽음을 맞이한다. 병(Pathogen)의 문제도 존재한다. 현재 한국질병관리청에 등록된 꿀벌질병 중 낭충봉아부패병(Sacbrood)이 2종가축전염병으로 등록되어 있다. 꿀벌계 구제역이라 불리는 이병은 꿀벌의 유충단계에서 발생하며 감염초기 유충이 백색에서 황색으로 변한다. 병세가 진행됨에 따라 머리부터 갈색 또는 회갈색으로 변하며 마지막 암갈색으로 변해 차차 건조 및 폐사까지 이르는 병이다. 마지막으로 도시화(Civilization)와 단작(monoculture)으로 꿀벌의 먹이 공급원 밀원지감소이다. 숲과 들판이 급속도로 도시화되면서 꿀벌의 먹이 부족(limited resources)을 야기했으며 단작으로 먹이의 다양성이 없어졌다. 따라서 꿀벌 개채군의 기아현상(Malnutrition)이 증대되어 개체군이 파괴된다. 경상국립대학교 식물의학과 박정준 교수는 벌집군집붕괴현상을 두고 한 가지 특정원인이 아닌 복합적인 요인으로 보고 있다. 그는 “꿀벌의 먹이 공급원인 밀원지가 황폐화되면서 벌들이 먹을 게 없어졌다. 게다가 관상으로 키우는 꽃들도 단일품종으로 먹이의 다양성까지 파괴됐다”며 “꿀벌 개체군 전체가 기아현상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밀원지 부족으로 영양상태가 좋지 못한 꿀벌들은 세균 및 바이러스 감염성도 높아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류가 만들어낸 살충제, 살균제 등이 살포되고 이상기후까지 나타나니 더욱 CCD 현상이 가속화 됐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끝으로 박정준 교수는 “미국의 경우 꿀벌 감소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여 꿀벌백신을 미국 농무부에서 한시적으로 사용을 승인했다”며 “그만큼 지금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꿀벌 개체군 감소는 인류적으로 위험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함양군 관계자는 벌집군집붕괴현상에대해 “1월 중순까지 붕괴현상으로 피해 입은 양봉농가를 전수조사하고 있다”며 “피해 입은 농가에 밀원지, 화분, 가온기, 꿀벌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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