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의 글에서 카오스, 즉 무질서하고 복잡한 상황은 주기적 규칙성이 배가되는 과정을 거치며 나타난다고 했다. 반복되는 주기가 점점 늘어나면서 무한에 이르게 될 때 규칙성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과정을 도표로 나타낸 것이 바로 ‘쌍갈래질 도표’이다. 이 글에서는 ‘프랙털’이라 불리는 이 도형의 성질과 의미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프랙털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스스로 닮음’이다. 부분과 전체가 동일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 희한한 도형이다. 그리고 이 도형에 관한 기하학을 ‘프랙털 기하학’이라고 한다.   프랙털은 1970년대 브누아 망델브로라는 수학자가 창안한 개념인데 처음에 영국의 해안선의 둘레를 정확히 알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에서 시작되었다. 영국의 지도를 보면 우리나라 서남해안 못지않게 해안선의 굴곡이 심하다. 이때 자를 이용해 해안선의 길이를 잰다고 할 때 자에 표시된 눈금이 얼마나 세밀한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만일 1km의 눈금을 가진 자로 잰다면 1km 내의 굴곡의 길이를 잴 수 없다. 자의 눈금을 더 세밀한 것을 사용하더라도 눈금 사이의 굴곡을 잴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결국 정확한 길이를 재려면 무한히 정밀한 눈금의 자를 이용해야 하는데 그렇게 할수록 해안선의 길이는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으며 결국에는 무한히 긴 해안선이 될 것이다. 이처럼 복잡한 해안선은 그 길이가 무한히 긴 반면 둘러싸고 있는 면적은 유한하다. 즉 유한한 면적을 둘러싸는 선의 길이가 무한히 긴 이상한 도형이 만들어진 것이다. 따라서 영국의 해안선은 보통의 선이라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면이라고 할 수도 없다. 1차원인 선도 아니고 2차원인 면도 아닌 중간적인 형태인 것이다.   프랙털 도형의 대표적인 사례로 ‘코흐 곡선’이라는 게 있다. 이것을 그리는 과정은 그림1과 같다. 처음에 길이가 1인 선분에서 시작한다. 규칙은 간단한데 선을 3등분한 후에 중간 부분을 2개의 선분으로 된 삼각형 모양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를 모든 선분에 대해 무한히 반복하면 매우 긴 도형이 만들어진다. 영국의 해안선처럼 유한한 범위 안에 있으면서도 그 길이가 무한히 긴 도형이다. 매우 간단한 규칙만을 반복 적용함으로써 아주 복잡한 문양을 얻을 수 있다. 코흐 곡선의 미세한 굴곡은 아무리 작은 크기로 들어가도 계속적으로 반복된다. 어디에서든 부분의 모습이 전체의 모습과 정확히 같은 자기 닮음형 도형이다. 이와 같은 성질은 좀 더 높은 차원으로 확장될 수 있다. 그림2처럼 2차원인 사각형에서 각 선분을 3등분 한 후 중간의 사각형 하나를 제거하는 과정을 무한히 반복하게 되면 남은 도형의 면적은 계속 작아지는 반면 도형의 둘레는 점점 길어진다. 이 경우 도형의 면적이 0이 되기 때문에 2차원이라 할 수도 없고 분명 선은 아니기에 1차원도 아닌 그 사이 어딘가에 해당된다. 물론 3차원 정육면체에도 적용될 수 있다. 같은 과정을 반복하면 부피는 점점 작아지는 반면 매우 작은 정육면체들의 표면적은 무한히 증가하는 특이한 도형으로 2차원과 3차원 사이의 이상한 도형이 된다.   이처럼 프랙털은 매우 단순한 도형에서 시작하여 매우 간단한 규칙을 갖는 과정을 무한히 반복하게 되면 해안선의 복잡한 굴곡이나 많은 복잡한 형태를 나타낼 수 있다. 우리가 사는 자연은 인공물들과는 달리 형태나 색채 등에서 단순함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것이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복잡함은 프랙털 도형을 통해 재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복잡함 속에 담긴 규칙과 질서가 바로 프랙털인 것이다. 프랙털의 형태를 갖는 자연의 사례는 매우 많다. 다음 글에서 그 사례들을 살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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