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까지 양자역학을 통해 본 미시 세계의 본질적 모습을 살펴보았다. 현재 주류 해석으로 인정되고 있는 코펜하겐 해석에 의하면 결정론적이고 예측 가능한 거시세계와는 다르게 미시 세계는 오로지 확률적으로만 예측 가능하며 측정에 의해 대상에 우리가 접근할 수 있는 데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미시 세계는 전혀 국소적(local)이지 않으며 고전물리학에서 상식이라 여겨졌던 물리적 실재(reality)의 존재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후 양자역학에서 코펜하겐 해석을 넘는 다른 해석이 등장하여 기존의 상황이 바뀔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 고전물리학적 세계관으로는 돌아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고전물리학의 영역으로 다시 돌아가 보자. 뉴턴의 법칙에 의해 힘이 주어질 때 대상의 운동은 결정되어 있으며 우리는 계산을 통해 그 운동을 예측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행성은 만유인력법칙에 따라 정확히 태양을 돌고 있고 발사된 포탄은 정확히 포물선 궤도를 그리며 예측된 지점에 떨어진다. 충돌하는 두 물체는 운동량 및 에너지 보존법칙에 따라 예측된 경로로 움직이며 파동 역시 골과 마루가 반복되며 예정된 방식으로 전파된다. 이들의 운동 상태에 대한 기술은 양자역학과 같은 특별한 해석 없이도 직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위대한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였던 라플라스(Pierre-Simon, marquis de Laplace)는 “우주의 모든 작용하는 힘과 물체들의 현재 상태를 알고 있는 존재가 있다면 우주의 모든 미래를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이라 했다. 그렇다면 우연이 존재하지 않는 결정론적인 고전물리학의 세계, 즉 우리의 일상적 삶의 무대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모두 예측 가능할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결정론적이라고 해서 항상 예측 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세계가 결정론적이라는 말은 운동을 기술하는 적절한 법칙, 즉 뉴턴 방정식이 존재하며 그 물체에 작용하는 힘을 알고 있으며 그 물체의 현재의 운동 상태를 나타내는 위치와 운동량을 정확히 알 수 있다면 우리는 어떻게든 뉴턴 방정식을 풀어 미래의 운동 상태를 얻을 수 있다. 이것이 가능할 때 결정론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물체의 위치와 운동량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히 알아낼 수는 없다. 언제든 측정과정은 오차를 수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시세계의 불확정성과는 관계가 없다.) 그런데 많은 경우에 측정 시 발생하는 오차는 운동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결코 처음 이상으로 증폭되지 않고 유지된다. 다시 말해 측정에 의한 오차가 시간이 지나더라도 커지지 않기 때문에 언제나 오차 범위 내에서 물체의 운동 상태를 예측할 수 있다. 더 개량된 측정 기기들이 사용된다면 우리는 오차를 줄여나갈 수 있고 예측의 정확도는 더욱 증가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례는 고전물리학 안에서도 제한적이다. 수학을 동원하여 이야기하면 운동방정식이 ‘선형(linear)’인 경우에 해당한다. 예를 들어 용수철에 매달려 F~x²진동하는 물체에 작용하는 힘은 F=-kx로 주어지는데 이때 힘이 늘어난 길이 x에 비례하며 뉴턴 방정식은 선형방정식이 된다. x에 단순 비례하므로 그래프로 나타내면 직선이 되므로 이를 선형 방정식이라 부른다. 방정식이 선형으로 주어질 경우 물체의 운동은 예외 없이 예측 가능하며 처음에 발생한 오차는 증폭되지 않는다. 그런데 만일 힘이 F~x²형태로 작용한다면 뉴턴 방정식은 ‘비선형(nonlinear)’ 형태가 된다. 물론 이 힘에 의해 나타나는 운동은 단순한 진동도 아닐 것이다. 이처럼 비선형 운동의 경우 방정식은 명확하게 주어지고 우리는 그 해를 계산할 수 있을지라도, 다시 말해, 물체의 운동은 이미 결정되어 있을지라도 예측 불가능한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왜냐하면 피할 수 없는 측정에 의한 오차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계속 증폭되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나비의 자그마한 날개 짓이 증폭되어 뉴욕에 거대한 토네이도를 일으킬 수 있다는 ‘나비효과(butterfly effect)’가 바로 그것이다. 상식적인 고전물리학의 세계 안에서도 예측이 전혀 불가능한 운동이 비일비재하다. 이제 몇 회에 걸쳐 비선형 동역학의 세계, 즉 ‘카오스(chaos)’의 세계를 알아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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