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얼마 전에 현대물리학의 기둥이라 할 수 있는 양자역학의 핵심적 성질을 적용해 새로운 혁명을 몰고 올 ‘양자컴퓨터’에 대해 2편의 글을 통해 소개한 바 있다. 이 글에서는 바로 직전 몇 편의 글에서 이어오고 있는 ‘통합’의 관점에서 양자역학을 소개하고자 한다. 천상-지상을 통합한 만유인력법칙, 전기-자기-빛을 통합한 전자기학, 시간-공간, 또 물질-에너지를 통합한 특수상대성이론, 시간-공간-물질-에너지를 통합한 일반상대성이론에 이어 양자역학에서는 어떤 것들이 통합되었을까? 사실 양자역학은 통합이라는 측면보다는 ‘상보성’이란 시각에서 보는 것이 더 맞을 듯하다. 양자역학은 빛에 관한 성질의 연구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빛은 20세기 이전에 그 정체가 정확히 밝혀졌기 때문에 더 이상의 논란거리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사실은 빛으로 인해 오랫동안 최고 진리의 자리를 누렸던 뉴턴 물리학을 그 자리에서 밀어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앞서 소개한대로 상대성이론은 빛의 속도의 기준에 대한 문제에서 시작되었다. 다른 한편으로 20세기에 들어와 너무나도 분명해 보였던 빛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균열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전자기현상의 연구를 통해 빛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전자기 파동이라는 사실이 흔들리게 된 것이다. 사실 빛의 파동성은 18세기 초 뉴턴이 제기한 빛의 입자성을 누르고 확립된 것이었다. 자연계에서 우리의 관측 대상은 두 가지 형태를 갖는다. 많은 경우는 ‘입자’의 성질을 갖고 있다. 입자는 이상적으로는 단 하나의 점을 위치로 갖는 존재이다. 보통 알갱이라고도 부르는데 현대과학에서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바탕 입자들도 있을 뿐만 아니라, 태양을 돌고 있는 지구나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야구공도 입자로 대상화할 수 있다. 그런데 다른 형태가 있을 수 있는데 그것이 ‘파동’이다. 파동은 입자와 근본적으로 다른 성질을 갖는다. 일단 파동의 위치는 정확히 정할 수 없다. 퍼져있기 때문이다. 교실에서 선생님이 말씀하실 때 음파가 공기의 진동을 통해 모든 학생들의 귀에 도달하게 된다. 결국 선생님이 발생시킨 음파는 모든 방향으로 퍼져나가 곳곳에까지 미치게 된다. 즉 모든 곳에 있게 된다. 음파 말고도 줄을 흔들었을 때 줄을 따라 진행하는 파동이나 바다에서 볼 수 있는 파도 역시 파동으로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파동성과 입자성은 그 성질을 볼 때 완전히 상반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어떤 대상이 파동이라면 그것은 입자일 수 없고, 또 입자라면 또 파동일 수 없다. 두 관계는 상호 모순적이며 서로 대립적이다. 빛의 경우에도 파동이냐 입자냐에 대한 논란이 이어졌으며 결국 19세기에 빛은 파동임이 입증되었다. 즉 빛은 수많은 빛 알갱이들의 흐름이 아니라 무언가의 진동으로 전파되어 퍼져나가는 파동현상이었던 것이다. 빛이 파동이라는 증거는 너무나 명확하여 더 이상 반론의 여지가 없었다. 그 대표적 현상이 ‘간섭현상’이다. 이는 둘 이상의 파동이 만났을 때 생기는 현상으로 만남의 조건에 따라 파동이 증폭되기도 하고 또 소멸되기는 한다. 이는 입자와는 너무나 다른 성질이다. 왜냐하면 입자의 경우는 당구공의 충돌처럼 두 공은 충돌 후에 제각기 또 다른 방향으로 가게 된다. 증폭이나 소멸을 생각할 여지가 없다. 빛이 보여주는 간섭현상을 확인함으로써 빛은 분명한 파동이 되었다. 따라서 빛은 입자일 수는 없는 것이었다. 20세기 직전까지 빛이 파동이라는 사실은 더 이상 뒤집힐 수 없는 진리처럼 보였다. 빛에 관해서는 입자성을 주장했던 뉴턴의 그림자를 완전히 걷어낸 것이었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난 것이다. 20세기 들어 빛은 다른 상황에서 입자성을 보여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 주인공들은 양자역학을 건설한 아버지들로 불리고 있다. 그들은 독일의 과학자 막스 플랑크와 앨버트 아인슈타인이다. 전혀 예기치 못한 통합이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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