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번의 칼럼을 통해 소개했듯이 과학의 역사는 매우 극적인 통합의 역사이다. 뉴턴은 만유인력법칙을 통해 천체(하늘)의 운동과 지상(땅)에서의 낙하운동은 같은 힘의 작용에 의해 일어나고 있음을 밝혔다. 전기와 자기는 서로 다른 종류의 힘이 아니라 서로를 생성하도록 하는 대칭적인 힘이었음이 드러났으며, 신비로운 현상으로 여겨졌던 빛은 전기와 자기의 합작품으로 확인되었다. 이처럼 전혀 관계가 없거나 연결고리를 찾기 힘들었던 현상들이 사실은 같은 뿌리에서 나왔음을 필자의 세 번째 칼럼 ‘동전의 양면’에서 소개한 바 있다. 이 글에서는 20세기 초 믿기 힘든 기적적 상상력을 쏟아냈던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에서 밝혀진 시간과 공간, 그리고 유형의 물질과 무형의 에너지의 ‘아름다운 통합’에 관해 살펴보고자 한다. 사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시간과 공간이라는 근본적인 개념을 염두에 두고 출발한 것은 아니었다. 빛의 속도가 초속 30만 km라고 규정한 맥스웰의 이론이 뉴턴의 법칙에서 적용되는 상대속도의 상황과 어긋나는 부분에 대해 뉴턴의 물리학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절대적으로 여겨졌던 시간과 공간은 그 의미의 변화를 겪으며 하나의 개념으로 통합된 것이다. 사실 물리학에서 시간과 공간은 우주의 배경을 이루는 존재들로서 연기를 펼치는 배우들의 백그라운드와 같은 것이었다. 또한 시간은 공간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개념으로서 특히 시간에 대해 어떤 관찰자와도 무관하게 매우 일정한 속도로 흘러가는 변화로 규정되었다. 그런데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의 핵심은 관찰자에 따라 흘러가는 변화의 속도가 달라지며 그 변화의 방식은 공간이 갖는 상대성과 동일하다는 것이었다. 결국 우리의 세계는 일정하게 시간이 흘러가는 상황에서 공간적으로 3차원적인 특성을 갖는 곳이 아니라 시간 역시 공간과 함께 엮임으로써 4차원 시공간(spacetime)임을 입증한 것이다. 즉 3개의 차원을 갖는 공간과 더불어 과거-현재-미래를 연결 짓는 시간의 차원이 하나 더 추가되어 있는데 시간 쪽의 변화도 공간과 동일하다는 의미이다. 물론 이와 같은 결론을 직관적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좀 편한 예를 들어보자면 우리가 관찰하는 모든 대상들은 현재의 것이 아닌 과거의 것으로 내가 관찰한 순간과 관찰되는 대상의 상태는 빛의 속도 만큼의 시간차를 갖는 것이다. 우리가 보는 태양은 지금이 아닌 8분 20초 전의 태양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물론 이것이 4차원 시공간에 대해 정확히 기술해주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아인슈타인은 시간과 공간의 통합을 이루고 난 몇 달 후 또 하나의 통합을 이루어낸다. 이것은 물질과 에너지의 통합이란 것인데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유명한 공식 E = mc²과 연관된 것이다. 왼쪽의 E는 물리학에서 기본적인 양으로 알려진 에너지로서 무언가 변화를 가능하게 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공식에서 오른쪽 항은 질량 m과 빛의 속도 c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결국 질량은 유형의 형태인 물체의 존재를 의미한다. 결국 질량 m을 갖는 물체는 어떤 움직임이 없더라도 그 스스로 E만큼의 에너지를 갖는다는 뜻이다. 이는 핵분열에서 우라늄의 핵이 쪼개지면서 발생하는 작은 질량감소가 에너지 로 전환되며 나타나는 거대한 폭발력을 의미하는 것이다. 결국 질량을 갖는 유형의 물질과 형태를 갖지 않으며 무언가 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무형의 에너지는 서로 전환될 수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물질은 꼭 질량을 가진 물질일 필요가 없으며 스스로 형태를 소멸시키며 에너지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20세기 이전의 물질세계에서는 이런 근본적인 존재 방식에 대한 변화가 불가능했다. 그러나 시간과 공간의 근본적 변화는 이제 물질과 에너지의 경계선을 무너뜨린 것이다. 결국 우주는 시간, 공간, 물질 에너지의 네 가지 형태로 구성되는 세계로부터, 시공간과 물질(=에너지)의 세계로 변모하게 되었다. 다음 글에서는 이 마저도 결국 하나로 통합되는 일반상대성이론을 소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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