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로부터 중국인들은 물이 인간의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해왔다. 이들의 풍수학(風水學)은 물과 산 등의 지형 구조의 배치에 따라 기(氣), 즉 생명력의 근원이 되는 힘이 생겨난다는 학설에 기초를 두고 있으며, 나무, 지형의 굴곡, 물 등의 자연요소들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을 이용하여 인간의 운명도 바꿀 수 있다고 믿었다. 따라서 중국인들은 그들의 건강과 재산의 증식은 물론 집안의 화목과 출세운 등을 위해 상용 풍수학의 가르침에 의존해왔으며, 집의 방향과 주변의 식물, 내부 구조, 가구의 배치, 실내 색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요소들을 각 사람에게 맞도록 조절함으로써 행운을 불러오고 각 개인의 잠재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다고 믿었다.원래 풍수학의 시작은 조상의 묘지를 어디에 쓸지 결정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묘를 보호해주는 용(龍)이 큰 바위나 흐르는 물속에 살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인류학자 마친 양(Martin Yang)에 의하면 흐르는 물이 무덤가를 굽어 도는 모습은 용을 상징하며, 묘 주변에 물과 함께 언덕이 형성되어 있으면(용은 원래 언덕 위에 산다고 전해진다) 그 속에 묻힌 조상이 이 지형으로부터 많은 기운을 얻어 자손대대로 많은 재산과 자식과 행운을 점지해준다고 했다. 풍수학은 묘의 자리를 결정하는 일뿐 아니라 불교 사원과 일본의 신사(神祠)를 비롯한 종교적인 건물을 지을 장소를 물색할 때도 사용된다. 이때 가장 이상적인 지형은 뒤편에 산이나 언덕이 막아서 있고 그 앞쪽으로는 물이 흐르는 형상이며, 이 때문에 대만의 절은 대부분 언덕이나 산 옆에 자리 잡고 있다. 뉴욕의 관인사도 작은 호수를 내려다보는 언덕 옆에 지어졌고, 일본의 유명한 하코네 신사는 산 중턱에서 아시 호수(일본에서 손꼽히는 신성한 호수)를 내려다보는 위치에 세워져 있어 참배객들은 오래된 소나무가 양옆으로 늘어선 긴 계단을 오르고 또 올라 신사(神祠)에 다다르게 된다.풍수학의 개념에서 물이 특히 중요한 이유는 우물과 강, 시내, 호수, 연못이 상서로운 기(氣)를 품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논밭을 가로질러 우아한 곡선을 그리며 천천히 굽이쳐 흐르는 물길은 주변의 기(氣)를 보존하고 또 양성하는 능력이 있는 반면, 빠르고 곧게 흐르는 물이나 인위적으로 급하게 꺾어지도록 만든 물길은 기(氣)를 분산시키거나 심지어는 해로운 기운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고 한다. 풍수학에서 호수나 연못이나 우물 속에 ‘고여 있는 물’은 지혜와 명철과 현명한 판단을 상징하며, 인간의 심정을 고요하게 하고 영적인 힘을 불어넣어주는 신비한 능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전통 정원에는 연못이나 우물이 하나쯤은 반드시 있으며, 이들은 크고 작음에 상관없이 그 정원의 영혼이 담긴 장소가 된다. 작가 양홍센은 “정원을 찾아온 사람이 그 앞쪽으로 넓게 펼쳐진 공간을 마주하고 호수 반대편에 홀로 서서 그 순수한 공간을 즐기는 모습보다 더 평화로운 것은 없다.”고 하였다. 고대 중국인들은 커다란 연못이 강력한 양기(陽氣)를 발산하며 특히 물고기가 살고 있는 연못은 번영과 행운을 상징한다고 믿었다. 폭포에서 떨어지는 흘러가는 강물같이 움직이는 물은 감정을 평온하게 해주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샘솟게 하는 능력이 있다. 전통사상에서도 흐르는 물에는 힘찬 에너지와 개인의 번영을 상징하는 요소가 담겨 있다 하여, 연못에 인공적으로 작은 폭포나 분수를 만들어 기(氣)의 흐름을 활성화시키고자 하였다. 중국 역사를 통하여 정원은 가족이나 벗들이 고요한 호숫가에 모여서 예술과 학문과 공자의 사상을 논하며 시를 읽고 악기 연주를 감상하는 사적인 모임의 장소로 사용되어왔다. 정원의 원래 목적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재현하는 데 있다. 중국의 정원에 항상 등장하는 연못이 생명의 근원인 물에 대한 상징이라면 바위는 중국의 여러 고대 시(詩)와 그림의 소재가 된 명산을 대변하는 요소이기도 했다. 그래서 중국의 풍수학자들은 강과 시냇물이 대지의 혈관이며 산맥은 그 골격이라고 주장하였는데, 중국식 정원에 놓인 큼직한 바위는 흐르는 물이 내는 여성적인 음기(淫氣)와 좋은 대비를 이루는 남성적인 양기(陽氣)를 발산한다고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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