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1. 자유학년제로 미래를 준비하는 작은 중학교2. 농촌지역 소규모 학교의 자유학년제3. 교육공동체가 함께 만드는 미래 교육4. 진로체험학습 꿈을 키우는 일본 중학생 (상)5. 진로체험학습 꿈을 키우는 일본 중학생 (하)6. 마을은 진로체험의 살아있는 학습장7. 함양 교육의 미래, 자유학년제에서 찾다 학생에게 매력 있는 학교를 만들어라 ‘함성’ ‘자유학년제’라 쓰고 ‘함성중학교’로 읽다 2018년 7호 태풍 ‘쁘라삐룬’도 함안군 함안면 함성중학교 방과후 동아리 활동을 막지 못했다. 7호 태풍이 위력적인 비바람으로 영남 지방을 지나갔던 지난 7월3일 함성중 탁구장엔 10여명의 학생들과 이동민 체육교사가 탁구동아리 활동을 이어갔다. 4년 전 자유학기제가 시행되면서 창고자리였던 이곳에 탁구대 5대를 놓으며 취미 활동으로 시작한 함성중 탁구동아리는 학교생활스포츠로 자리를 잡았다. 소규모 농촌학교의 특성상 단체스포츠 종목보다 개인별 종목으로 특화하기 안성맞춤이었다. 경쟁이 아닌 함성중 학교생활스포츠는 소리 없는 성과를 거두기 시작했다. 3년간 꾸준히 실력을 기른 ‘변방의 고수(?)’들은 상급 학교에 진학하며 함성중 탁구 실력을 각종 대회에서 입증하기 시작했다. 자유학기제와 함께 취미 활동으로 출발한 함성중 탁구동아리에 함안군 체육회의 시선이 쏠렸다. 학교 창고를 리모델링한 함성중 탁구장 대형 전면 거울엔 각종 대회에서 수상한 상장이 학생들의 땀방울을 입증해주고 있다. 함성중 탁구장은 학교 일과후 함안면 주민에게도 개방되어 학교스포츠와 사회생활스포츠가 함께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자유학기제가 불러온 작은 변화는 소규모 농촌 중학교를 마을과 함께 지역민과 함께 성장하는 학교로 발전시켰다.자유학기제 바탕, 농촌학교 위기 넘다 1956년 개교한 함안 함성중학교(교장 문정환)는 전교생 44명의 소규모 농촌 사립중학교다. 함안군 함안면과 여항면, 두 개 면에서 유일한 중학교다. 대한민국 농촌 지역의 현실을 반영하듯 학령인구 감소로 입학생 수는 점점 감소했다. 함성중도 예외는 아니었다. 문정환 교장은 자유학기제에서 해결책을 모색했다. “4년 전 자유학기제가 시행되면서 여기서 돌파구를 찾았습니다. 아이들이 오고 싶은 학교로 만들자. 학생들 꿈을 발견하고 함께 고민하는 학교를 만들자. 결국 학생이 있어야 교사도 존재하지 않습니까?”문정환 교장의 해법은 단순했다. ‘학생에게 매력 있는 학교를 만들자’라는 슬로건으로 교육 행정과 학습방법은 학생에게 초점이 맞춰졌다. “선생님들 담당 교과 외에도 아이들 취미와 진로에 연관된 새로운 교수법을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기술과 과학 시간을 넘어 제과제빵까지 공부하는 선생님, 사회 시간을 넘어 비즈스쿨로 영역을 넓힌 선생님 등 사진반, 볼링반, 노동의 가치를 배우는 노작 수업 등 기본적인 교과에도 학생들이 원하는 다양한 학습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선생님들의 노력이 동반됐습니다”라며 문 교장은 자유학년제 안착을 교사들의 공으로 돌렸다.지난 6월 25일은 함성중학교에 뜻 깊은 날이다. 2년여의 준비 끝에 ‘함성중 사회적협동조합’이 교육부 장관 인가를 받은 것이다. 경남지역 중학교 최초의 학교협동조합이다.“협동조합 창립도 하나의 교육과정이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사회과 수업의 연장으로 비즈쿨이라는 강의를 외부 강사를 통해 진행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학교매점 창업을 염두했고 한발 더 나가 함성중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진화한 것입니다. 창립 때까지 과정은 아이들과 수업 시간 공유를 통해 실질적인 경제 공부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설명하는 문 교장의 목소리에 힘이 묻어난다. 대형면허 따고 버스 운전하는 선생님자유학기제를 바탕으로 자유학년제를 시행하는 함성중학교 진화의 힘은 교사로부터 나온다. 박수환 교사는 함성중 자유학년제 업무를 담당하며 1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9년차 수학 선생이다. 4년 전 시행한 자유학기제 이어 올해 시작한 자유학년제는 연구학교로 지정 받아 업무가 늘어났지만 그는 행복하다고 했다. “아이들의 수업도 변화가 있지만 제 지도 학습 가치도 달라졌습니다. 자유학기제 이전에는 한 시간에 20~30개의 수학 문제를 아이들과 풀어야 한다는 목표가 있었지만 지금은 한 문제를 풀어도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어 각각의 과정을 소화합니다. 자유학년제를 하면 아이들 스스로 참여하고 공부하는 방법을 터득해 나가고 있습니다. 일제식 수업에서는 알 수 없는 효과죠.”라고 자유학년제를 설명하는 박 교사는 학생들의 3D 프린터 창의 학습을 위해 그가 먼저 자격증을 취득했다고 말한다.함성중 교장을 포함한 14명 교직원 모두는 교육 서비스 마인드로 학생을 돌본다. 학교 기숙사인 동신생활관 사감 역할도 교사들이 돌아가며 자원 근무를 한다. 함성중이 위치한 함안군 함안면에는 사설 교육기관이 하나도 없다. 사교육 시장이 전무하다. 학업뿐만 아니라 취미와 일상 활동에도 학교의 역할은 크다. 함성중은 자유학년제를 진행하며 외부 체험과 진로 학습을 효과적으로 대처하기위해 미니버스를 구입했다. 그러나 이보다 먼저 한 일은 체육과목을 담당하는 이동민 교사의 대형운전면허 취득이었다. 아이들의 등하교와 이동학습을 위해 선생님들이 발 벗고 나선 것이다. 이 뿐만 아니라 바리스타 자격증을 위해 교사들은 카페로 갔고 제과제빵 심화 학습을 위해 교사차에 태워 마산으로 이동 학습을 간다. 학교장의 교육 철학과 교사들의 열정은 발 없이 만리길을 갔다. 함성중학교는 자유학년제 연구학교와 경남행복학교로 지정을 받았다. 자유학기제와 자유학년제를 알고 싶으면 함성중으로 가보라는 말은 경남교육계에 공공연하게 오르내린다. 학생과 교사들이 만드는 행복학교 5교시가 끝나는 종소리가 이어지고 1학년 이다함, 조재희, 이승민 학생은 함성중 사회적협동조합이 교내에서 운영하는 맑음상회로 과자를 사러 왔다. 이곳에서 물건을 사면 이익금이 조합으로 오고 결국 자신들에게 혜택이 돌아온다고 말했다. 민주적 경제 활동이란 말을 덧붙였다. 그들에게 자유학년제가 무엇을 변화 시켰는지 물었다. 먼저 이다함 학생은 “체험 학습을 하며 일어난 이야기를 부모님께 전하며 초등학교 때보다 대화를 많이 하게 됐어요. 자유학년제가 꿈을 발견하는 것이라지만 저에겐 제 꿈을 지켜주게 해 주는 것 같아요”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서 조재희 학생은 “학폭도 없고 체험이 많다고 해서 함성중에 왔는데 막상 승마나 뮤지컬 등 여러 가지 체험을 하면서 꿈을 발견했어요. 영화 감독이 제 꿈입니다.”라고 미래를 설계했다.자유학기제를 경험한 선배들의 권유로 함성중에 진학했다는 이승민 학생은 “체험학습만 하면 공부를 못한다고 하지만 학생들이 꿈을 찾고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각자가 공부를 해야하죠. 제 꿈은 신약 개발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공부를 열심히 해야 되지만 아직은 체험하고 노는 것이 더 좋아요 훗훗(웃음)”며 미소를 전한다.학생들이 즐겁고 행복한 함성중학교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 속에는 교사들의 열정이 녹아 있었고 학교장의 원대한 철학이 있었다. 무엇 보다 학교 행정을 신뢰하고 동행하는 학부모들의 믿음이 있었고 마을이 함께 학생을 키운다는 지역공동체가 든든하게 함성중학교를 지켜주고 있었다. 박민국·차혜진·하회영 기자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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