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철우 전 군수백암산에서 남쪽으로 뻗어 내린 맥이 뚝 떨어졌다가 불쑥 솟아나 필봉산이 되었다. 필봉산 언덕바지의 남향에 위치한 마을이 봉강마을이다. 봉강마을은 함양의 북쪽이라 북촌으로 불리다가 지관 임승섭이 봉황이 알을 품고 있는 자리라 하여 봉강이라고 이름지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봉강마을은 지대가 높아 사방을 둘러보면 크고 작은 봉우리들이 오르락내리락 길게 뻗어나간 것이 보인다. 멀리는 지리산 천왕봉이. 가까이는 시가지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주민은 눈앞에 펼쳐지는 수백만평에 달하는 대장원의 임자이다. 아침해가 솟아오르면 햇살이 은은하게 하늘가로 퍼져나간다. 바닷가 운무처럼 집 주변을 흐르던 안개가 그치고 그 사이에 햇볕이 비추는 모습은 한 폭의 동양화다. 따뜻한 햇볕은 어느 봄날 하루 아침만이 아니라 사계절 내내 비춘다.필봉산은 원래는 문필봉으로 불리던 해발 230여미터의 아담한 산이다. 봄 초록. 여름 녹음 가을 단풍. 겨울설화를 선사한다. 필봉산 산책로는 상림과 함께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지금 산책로에는 가을이 가득하다. 노란 단풍과 붉은 단풍이 잘 어우러진 필봉산 길은 낭만과 추억의 거리다. 머지않아 단풍이 낙엽이 되어 길바닥에 떨어지면 또 다른 풍경이 연출될 것이다. 필봉산 줄기 따라 내려오는 가을단풍이 전하는 사연은 사랑이다. 단풍보다 더 진한 사랑의 빛깔이 봉강마을을 물들이고 있다. 사랑은 마치 하늘의 별과 같다.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그 자리에 있지만 찾아보려고 고개를 들지 않기에 보지 못하는 것이다. 대장원의 주인들은 꿈과 사랑을 주는 별처럼 이웃들에게 희망과 사랑을 전하고 있다.어제 민정 엄마가 빨갛게 잘 익은 홍시를 가져왔다. 친정 집 마당의 감나무에서 딴 것이란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은 청정한 것이라며 좋아하실지 모르겠다고 수줍어하면서 홍시 소쿠리를 내민다. 민정엄마는 반장을 맡아 부지런히 이웃 간에 따뜻한 정을 나눈다. 공터에 꽃과 나무를 심고 가꾼다. 주민이 참여하는 대청소를 주기적으로 실시하여 주변 환경을 가꾸는데 앞장서고 있다. 주민들은 아름다운 마음씨를 가진 반장이 하는 일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현관입구에 게시판이 있다. 게시판에는 주민들에 대한 공지사항이 게시된다. 오래 전부터 공지사항과 함께 좋은 글이 나붙고 있다. 일주일 단위로 글이 바뀐다. 글을 읽고 마음을 가다듬게 된다. 이번 주간의 글은 이렇다. “삶이란 가끔씩 크고 작은 파도를 만나게 되는 것. 그러나 계속되는 파도는 없습니다. 삶의 진리를 깨우친 사람에겐 세상이 보입니다. 이것이 철이 든 것입니다” 글귀만 있는 것이 아니다. 글과 어울리는 이미지 사진이 함께 있다. 지난 몇 주간에는 이런 글이 있었다. “얻는 것보다 더욱 힘든 일은 버릴 줄 아는 것이다. 영원히 지닐 수 없는 것에 마음을 붙이고 사는 것은 불행이다” “잘난 척하면 적만 많이 생긴다.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말해야 인정받는다. 과거는 묻지 마세요” 등 마음에 새겨두고 참고할 만한 글들이다. 주민들은 좋은 글. 아름다운 글을 접하게 됨을 감사해한다. 여백에 고마움의 표시로 댓글을 단다. 댓글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 글을 게시하는 주인공은 칠순이 넘었음에도 젊은이 못지않은 열정을 갖고 사랑으로 나눔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분이다. 얼마 전에는 젊은 부부들이 길가에서 돼지고기를 구워먹으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고기 한 점하고 가라고 권하여 소주한잔 같이 먹으며 즐겁게 객담을 나눈 적이 있다. 또 주민들이 매사에 최선을 다하고. 삶의 지혜와 용기를 갖도록 해달라고 끊임없이 기도하는 목사님도 계신다. 이런 좋은 이웃이 있기에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주민들은 말로 다할 수 없는 은혜와 사랑을 서로 나누는 이웃이 있다는 사실에 큰 위로 받고 기쁨을 느낀다.날짐승도 아무가지에나 둥지를 틀지 않는다. 바람을 보고 주변을 보고 둥지를 튼다. 도로변의 많은 나무가운데 유독 몇몇 나무에만 까치집이 있음을 볼 수 있다. 산 짐승도 그렇다. 산세를 보고 생체리듬에 맞는 입지조건을 보고 굴을 판다. 사람의 경우에는 말 할 것도 없다. 길손은 한 순간을 쉬었다가 가더라도 길섶의 좋은 자리를 골라 앉는다. 봉강마을은 봉황새가 알을 품고 있는 자리인 만큼. 봉황새가 먹고산다는 산죽 꽃을 위해 봉강마을 주변에 산죽을 많이 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봉강 사람들은 향기 나는 이웃과 함께 봉황새 알을 품듯 더 나은 포근한 삶의 꿈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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