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갑의 지리산 여행기107편 가을은 독서의 계절함양 유일의 책방 대암 서점 독서 백편의자현(讀書百遍義自見). <삼국지(三國志)> ‘위서(魏書)’ 13권(卷) ‘종요화흠왕랑전(種繇華歆王朗傳)’에 배송지(裵松之. 372∼451)가 주(注)로 덧붙인 동우(董遇)의 고사(古事)에서 비롯된 말인데. 책이나 글을 백 번 읽으면 그 뜻이 저절로 이해된다는 뜻입니다. 대암서점에서 독서 백편의자현을 실천해 보시길 바랍니다. #독서의 계절 가을을 맞이하여 책 한 권 들고 상림공원을 향한다. 오늘 휴대한 책은 함양출신 여류시인 양선희가 쓴 수필집 <엄마생각>이다. 꽃그림이 그려진 표지가 앙증맞다. 이 수필집 속에는 1970년 함양풍경이 가득 담겨 있다. 사운정에 올라 온종일 양선희 수필집을 읽었다. 책 속에 이런 내용이 있다. “제가 어렸을 때 아버지께서는 함양읍내에서 작은 책방(도서관 겸용)을 운영했었지요. 그 이름도 예쁜 새싹 도서실. 저는 어릴 적 이 책방에 있는 책을 원없이 읽었어요. 제가 책을 들고 가서 읽기를 선호했던 장소가 몇 있어요. 첫 번째는 집에 있던 감나무에요. 하얀 감꽃이 피었다 떨어지면 그 꽃을 재미 삼아 주워서 먹기도 하고 실에 꿰어 목걸이로 차기도 했어요. 저는 책 한 권을 챙겨들고 감나무 가지에 걸터앉아 책을 읽다가 그만 밑으로 떨어진 적이 있어요”필자는 이 대목에서 킥킥 웃었다. 그렇다면 퉁! 떨어져 머리가 터졌을텐데? 그런데… 더 읽어보자.“다행히 밑에 있던 나뭇가지들이 저를 그물망처럼 받쳐줘서 다행히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요”필자는 <책을 감나무 가지 위에서 읽었다> 대목에 밑줄을 쭈욱 그었다. 그땐 어린 소녀였으니까(몸무게 가벼우니) 감나무 가지 위에서 독서가 가능했으리라.언젠가 작가 양선희를 만나 물어 보았다. “감나무 가지말고 어디에서 독서했나요?”“제가 즐겨 찾던 곳은 마을을 약간 벗어난 호젓한 곳에 있는 정자나무였어요. 그 정자나무는 금호강 위로 비스듬히 누워 있었지요. 오랜 세월 비바람을 견딘 나무를 바라보며 책을 읽노라면 마치 제가 어린 신선이라도 된 듯 했어요. 그때가 참 그립네요”-작가로서 고향 후배에게 한마디 코멘트한다면.“가을을 맞이하여 많은 책과 벗하세요. 책 속에 길이 있다는 말 괜한 말이 아닙니다. 자주 서점에 들러 양서를 구입. 저처럼 감나무 가지라든가 사운정 정자 위에서 책을 읽어보세요. 책 읽는 재미가 더 할 겁니다” 대암서점 즐겨 찾는 고객. 누굽니까?# 내일은. 양선희 시인 훈수 받잡아 서점에 가서 책 한 권 구입. 사운정 속으로 들어가 독서삼매경에 빠져봐야지. 자. 그럼. 이제부터 책 구입하러 서점을 찾아가자. 함양엔. 현재 서점이 딱 하나 밖에 없다. 동문4거리에 위치한 대암서점. 필자는 인터넷으로 책을 구입할 수 있으나 굳이 이 대암서점을 이용한다. 까닭이 무엇이냐구? 필자의 경우 책을 구입할 때 내용(콘텐츠)도 중요하지만 표지가 좋은 것 선호한다. 인터넷 상으로는 표지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서점 진열대에 놓인 책을 집어봐야 표지를 알 수 있다. 대암서점 주인은 안경을 꼈으며 아주 순박한 외모를 지녔다. 새로 나온 이 책 저 책을 집어 펼쳐보면서 필자가 한마디했다. ▲ 서점주인 윤수진씨는 말한다. “1978년 서점을 열었습니다. 서점을 잘 가꿔 함양 문화의 비트(비밀아지트)로 자리매김하겠습니다” -참 용하십니다. 부산 책방 중 가장 큰 동보서적도 장사가 잘 안돼 폐업하고 말았는데 함양 대암은 꿋꿋합니다. 지금은 하나만 존재하지만 예전엔 (함양에) 서점이 몇 개 있었죠?“(대암서점 앞 피자집을 가리킨다) 저 곳에 문우당 서점. 그 옆에 강호서점이 있었지요. 문우당이 먼저 없어지고 2년전 강호가 문 닫고 현재 대암만 살아남았네요 허허”-대암은 언제 생겼나요.“1978년? 원래 제 형님이 운영하다가 1995년 제가 이어받았습니다. 저는 서점운영이 좀 어렵지만 늘 즐거운 마음으로 문을 엽니다. 저마저 문을 닫으면 우리 함양 문화는 더욱 낙후될 거 아닙니까?”-대암서점을 즐겨 찾는 이는 누굽니까?“천사령 전 군수님. 군수님은 허허 강력계경찰간부 출신답지 않게(?) 문화 마니아지요. 어느 겨울 두 손을 연신 비비며 아이구 추버라 아이구 윤사장(서점주인) 난로 오데 있노 추버죽겠다. 기차발통 삶아먹은 듯한 고함을 지르며 서점 속으로 들어왔어요. 그리곤 윤사장 뜨끈뜨끈한 신간 뭐가 있노. 볼만한 책 한번 추천해 바라 합니다. 제가 말했죠. 아이구 군수님 군수님이 책에 대해선 더 선수면서 와 그래 쌌습니까? 군수님은 책을 한 보따리 사서 그 책들을 지인에게 나눠주시곤 했죠” -천사령 군수가 당시 구입한 책 이름은?“보자 뭐였더라? 여보. 천 군수님 뭐 샀노?”“(대암서점 사모님이 답한다) 고긋도 모리요? <6일간의 깨달음>. <180억 공무원> <명심보감>. <기적의 사과>. <시크릿>. <10m만 더>. <내 영혼의 푸샵>잉기라” 아. 그리고 보니 생각난다. 필자도 천 사령 군수한테 책 한권을 선물 받았다. "구형 시크릿 읽어봤소. 안 봤으면 한번 읽어보소. 이 책은 말이오. 론더번이라는 양반이 썼는데 영어로 The secret이라 카는데 ‘오프라 윈프리 쇼’에서 소개되어 화제 만발된 책 잉기라. 자기계발서로 지기 주는 책잉거라"-조길래 교육장님도 열혈 독서가지요?“경남 도 교육청 캐치프레이즈가 모든 학생 책을 읽자 아닙니까? 조길래 교육장님은 이 운동을 실천하는 향도지요. 가끔 대암서점을 찾아 양서를 구입하곤 하죠. 이외 군청지역경제과 김대현 공무원. 금반초교 김경숙 교감. 이점수 선생님이 단골입니다"-서점 개장 이래 최고의 베스트셀러는 무엇인가요?“김정현 소설 <아버지>입니다. 어려운 시대를 이기고 가족을 지켜 낸 우리 시대 아버지들의 애닮픈 삶과 아버지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가족을 위해 모든 걸 희생하면서도 그 때문에 가족과 멀어질 수밖에 없는 전형적인 한국형 아버지 한정수가 겪게 되는 가족과의 갈등. 췌장암 선고를 받은 아버지가 죽음을 눈앞에 두고 가족에게 보이는 눈물겨운 사랑을 주제로 갈등과 화해를 눈물겹게 그려내고 있지요”-최근 베스트셀러는?“창비서 나온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민음사 발간 <스티브잡스>를 들 수 있습니다. 스티브잡스는 책값이 물경 2만5천원이나 되는데 벌써 20권이나 판매했습니다” ▲ 동문4거리에 위치한 대암서점. “책 속에 길이 있다” 서점을 찾는 학생이 많아야 군력(郡力) 도 큰다.대암서점은 시골 코딱지 만한 매장을 가지고 있지만 있을 건 다 있다. 서점 초입은 어린이 코너. 에플비에서 나온 머리(IQ) 쑥쑥 <브레인카드>. 퍼즐용품이 있다. 어린이들에게 인기짱! 만화책 <코믹 메이풀 스토리>도 있다. 이어 문학류 코너. 내일. 상림공원 사운정에서 열독하기 위해 에코의 소설 <장미의 이름>을 한권 집었다. 대암서점 입장할 때 복창!남아수독오거서(男兒須讀五車書)책 내용은 이렇다. “1327년 이탈리아 북부에 있는 베네딕트 수도원에서 그림 그리는 채식 수사 아델모의 시체가 발견되면서 수도원은 술렁이기 시작한다. 당시 교회의 청빈을 주장하는 프라시스코 수도회와 그를 반박하는 교황청 및 다른 교단들의 반목이 심화되자 이를 해결키 위해 이 수도원에서 각 교단이 모여 토론을 하기로 함으로써. 프란시스코 수사인 윌리엄(William of Baskerville)은 수련 제자 아조(Adso of Melk)를 데리고 이곳에 들른다”서점 한복판 서가에 이윤기의 <그리스로마신화>. 문재인의 <운명>. 배꼽 잡는 작가 성석재소설도 보인다.-함양 유일 서점 대암이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려면 어떤 운동(?)을 해야 할까요? “허허 그것참. 말해도 됩니꺼? 아무래도 유명 각가들을 초청 문화강연회를 가져야 지요. 가령 신경숙 김용택 정호승 작가들을 함양에 초청. 작가 사인회를 개최하는 겁니다”-아주 좋은 생각입니다. 제가 몇 달전 가수 양희은 언니를 만났습니다. 그때 양희은 언니는 <양희은이 차리는 시골밥상>이라는 책을 상재했지요. 제가 누님. 함양서 사인회 한번 하죠. 그러니 좋다 하자 그래요. 그런데 실행에 옮기지 못 했어요. 왜냐? 한 3명 정도 사인 받으러 오면 민망하잖수. 해서 하는 말인데 함양군청에서 작가초청 팀을 구성. 용의주도하게 작가를 함양으로 모셔와 수백명 군민을 불러들여 강의도 듣고 대암에서 책을 구입. 사인회도 갖게 해야 합니다. 이렇게 하면 함양은 이른바 책 읽는 군으로 거듭날 터인데. 이번 기회에 군청에 한번 강력 건의해 봅시다"대암서점은 함양의 누가 뭐래도 자랑거리다. 대암 문지방이 닳아질 때 함양 문화 꽃을 활짝 핀다. 함양군민 여러분. 책의 계절 가을을 맞이해 대암서점을 찾아 양서 한권 구입. 영혼을 살쪄 보시지 않으실렵니까? 공자님은 말씀하셨죠. 남아수독오거서(男兒須讀五車書)라!대저 사람의 독서량은 다섯 수레 가득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독서 백편의자현(讀書百遍義自見)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삼국지(三國志)> ‘위서(魏書)’ 13권(卷) ‘종요화흠왕랑전(種繇華歆王朗傳)’에 배송지(裵松之. 372∼451)가 주(注)로 덧붙인 동우(董遇)의 고사(古事)에서 비롯된 말인데. 책이나 글을 백 번 읽으면 그 뜻이 저절로 이해된다는 뜻입니다. 대암서점에서 독서 백편의자현을 실천해 보시길 바랍니다. 구본갑|본지칼럼니스트busan70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