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감 있는 시골버스가 좋더라▲ 운산교회 서보성 목사도시에서 버스를 타보면 삭막하기 그지없다. 먼저 버스는 각 구간마다 정해진 시간이 있다. 그 시간을 맞추기 위하여 승객의 안전은 고려하지 않는 듯 사정없이 달린다. 사람들이 승차를 하여도 누구하나 반갑게 인사하는 사람이 없다. 기사도 손님도... 노약자가 승차하여도 누구하나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없다. 자리를 양보하는 모습은 눈을 씻고 보아도 보기 힘들다. 차비도 카드로 결재하고. 안내도 녹음된 방송이 하고. 내릴 때면 벨만 누르면 자동으로 세워준다. 1시간을 가도. 2시간을 가도 말 한마디하지 않고 창 밖만 보며 간다. 그래서 삭막한 도시버스는 싫다.시골에서 버스를 타는 일이 종종 있다. 그런데 시골버스는 탈 때마다 재미가 있다. 정감이 간다. 훈훈한 모습들이 많다. 운산에서 읍에까지 가면 약30분 정도 걸린다. 이 30분에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먼저. 승차하는 사람마다 정겹게 인사를 한다. 여자 분들은 대체적으로 ‘무슨 무슨 띠기(댁)’ 라는 말로 인사를 하고. 남자 분들은 ‘형님. 아우. 자네’라는 말로 인사를 나눈다. 한 지역에서 오래 사시다 보니 모르는 사람이 없는 것이다. 사람이 만나서 인사를 나누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 모르겠다.둘째. 시골버스이기에 집에서 기른 채소를 팔기 위해서. 장에서 장을 본 짐들을 많이 안고 승차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기사 분은 짐을 잘 실을 수 있도록 짐 옆에 차를 세워 뒷문을 열어준다. 버스 안에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자기 짐인 것처럼 짐을 위에서 들어 올려 주신다. 모두가 제 한 몸 추스르기도 힘든 분들인데 이렇게 사랑하고 배려하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뭉클하여 눈시울이 적셔진다. 셋째. 노인이 노인을 위해 자리를 양보한다. 오늘도 70대 할머니께서 앞에 앉아 계시다가. 80대 할머니가 올라오시니 스스럼없이 일어나 자리를 양보하시는 것이다. 이 얼마나 가슴 찡한 모습인가? 하루는 등산을 다녀오는 길이었다. 처음에는 자리가 없어서 운전석 뒷자리에 서 있었다. 한참 가다보니 손님들이 내리면서 자리가 났었던 모양이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서 있었는데 한 아주머니께서 자리를 양보하시는 것이었다. 뒤를 돌아보니 나보다 최소한 10살 정도는 더 되어 보이는 분이셨다. 서로 얼굴을 마주하는 순간 나도 놀라고. 그 아주머니도 놀랐다. 나의 머리에 흰머리가 많기에 노인으로 생각하였던 것 같다. 그 다음날 바로 염색을 하였다. 나를 노인으로 알고 자리를 양보한 그 아주머니를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물론 내가 자리에 앉은 것은 아니지만 양보의 미덕을 지닌 그 마음은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다. 그래서 나는 소음도 심하고. 불편할 때도 있고. 덜컹거리는 시골버스이지만 나는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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