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TalkTalk 74회 배추전을 먹으며 배추를 생각한다  밥맛이 / 또 딱 떨어졌다 / 웬일인가 하고 밥상 위를 살펴보니 / 아침에 먹다 남은 / 김치 한 가지 - 어느 초등학생 -  ▲ 배추국위의 시를 읽다보면 재미있다가도 서글퍼진다. 요즘 아이들의 세태가 반영되어 김치를 싫어하는 모습이 너무 선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 나는 한살림 회원들과 했던 가을에 좋은 약선음식이란 강의를 가면서. 실습 후 먹을 점심 메뉴에 김치를 넣지 않았으므로 일부러 수업을 받으러 오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먹을 만큼 많은 양의 김치를 싸 가지고 갔었다. 그런데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한 연배 지긋하신 한 회원분도 김치를 한 통 싸 가지고 오셔서 모두 다 같이 김치까지 챙겨먹는 훌륭한 점심시간을 보냈다. 몸에 좋은 약선음식을 배우고 만들어서 시식해 보는 순간까지도 김치를 생각하는 우리 세대와 김치 한 가지 밖에 없어 입맛이 딱 떨어지는 요즘의 아이들이 극명하게 비교되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 배추전과 막걸리 한 잔곧 김장을 하느라 부산을 떨 계절이 돌아왔다. 김장의 주인공은 배추인데 이 가을에 배추가 없었다면 무슨 재미로 음식을 할까 하는 생각이 할 정도로 배추가 맛이 있는 계절이 바로 요즘인 것 같다. 김치말고도 배추로 해먹을 수 있는 음식은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다. 배추 한 통 분해하면 속노란 고갱이는 된장 한 술 떠 얹어 쌈 싸먹는 재미가 있고. 그 보다 조금 큰 노란 잎은 밀가루 반죽 살짝 묻혀 배추전 해먹는 달콤한 재미가 있고. 남은 배춧잎으로는 된장국을 끓이고. 겉딱지 푸른 잎은 데쳐 두었다가 청국장 끓일 때 넣거나 생선 조릴 때 넣으면 그만이다. 가끔은 집간장을 가지고 만든 소스에 손으로 뚝뚝 잘라 그릇에 담고 샐러드로 먹는 신선함도 빼놓을 수 없다. 숭채 혹은 백채(白菜)라고 불리며 나의 사랑을 받는 배추는 성질이 뜨겁거나 차지 않고 평화로우며 그 맛이 달며 위와 대장. 방광에 이로운 작물이다. 배추는 단순히 김치의 재료 뿐 아니라 장위(腸胃)에 이로운 작물로 몸의 열을 내리고 가슴이 답답한 증상을 없애며 이뇨작용을 하는 등의 약이 되는 식재료로 특히 결구배추는 조선후기 이후 가장 사랑받는 채소 중의 하나가 되었다. 지금과 같은 형태의 김치가 발달하게 된 것도 우리나라에 결구배추가 도입된 이후다.요즘은 술 먹은 다음 날 다양한 음식으로 해장을 하지만 우리의 역사 속에는 재미있는 해장 음식이 하나 있다. 효종갱이라 불리는 것으로 남한산성의 명물로 알려진 양반들의 해장국인데. 밤새 끓이다가 새벽녘이 되어 통행금지가 해제됨을 알리는 파루의 종이 울려 퍼지는 시간이 되면 간밤에 거나하게 술을 마신 양반가에 배달되었다는 역사 속의 음식으로. 새벽 효(曉) 쇠북 종(鐘) 국 갱(羹)자를 써서 효종갱(曉鐘羹)이라 불렀다 한다. 그 밤새 끓이는 국 속 재료에도 배추가 들어갔었다는 기록이 있다. ▲ 서리맞은 배추꽃배추는 스스로 단맛을 가졌기 때문에 음식을 할 때에 설탕과 같은 별도의 단맛을 내기 위한 인공감미료를 넣지 않아도 자연스런 단맛의 음식을 만들 수 있어서 좋다. 수분이 많고 섬유질이 풍부하여 칼로리를 걱정할 필요도 없고. 혼자 독불장군처럼 강렬한 맛을 내지 않으므로 다른 식재료와 잘 어울려 음식의 맛을 한 차원 높여 주므로 훌륭하다. 자연이 모두 한데 어울려 그야말로 자연스럽게 아름다운 것처럼 배추도 다른 식재료들과 함께 어울려 그렇게 자연스러운 맛을 내며 밥상 위를 빛나게 하므로 아름답다.   약선식생활연구센터 고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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