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 TalkTalk 73회가지와 형제지만 성질은 다른 고추우리가 음식을 먹을 때 느끼는 맛은 일차적으로 기본적인 감각 중 하나인 혀에서 느끼는 느낌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맛은 혀를 비롯하여 온몸이 느끼는 것이므로 진정한 미각을 살리기 위해서는 맛이 일으키는 우리 몸의 미세한 반응을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혀의 맛을 쫓지 않고 우리 몸이 원하는 맛을 자연에서 찾아 건강을 지켜왔다. 예를 들어 임산부는 본능적으로 뱃속의 아기를 지키기 위하여 신맛을 찾았으며 추위에 시달려 감기가 들면 매운맛으로 한기를 몰아내었던 것이다. 그러나 요즘 사람들은 온 몸이 아닌 오직 혀에 의지하여 인공 감미료나 화학조미료와 같은 좀 더 강하고 자극적인 맛에 반응하고 열광하며 가짜 맛에 길들여지고 있어 우려가 된다. 개인적으로 일차적인 감각기관인 혀가 느끼는 맛 중 가장 강렬한 것으로 고추만한 것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맵다 못해 입안에서 불이 나는 경험을 할 때가 종종 있으니 그 불같은 뜨거움이 차가워진 우리의 배를 따뜻하게도 해주고. 위가 차가워져 소화 기능이 떨어진 사람들의 위 기능을 도와주며. 몸에 들어온 찬 기운을 몰아내고 땀을 내게 하여 몸 안에 쌓인 습을 없애기도 한다. 임진왜란 즈음에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진 고추를 한방에서는 날초(辣椒). 혹은 번초(蕃椒)로 부르는데 맛은 맵고 성질은 뜨거우나 독이 없어 우리의 식탁에서 사랑받고 있는 음식의 재료이며 자주 쓰는 양념의 하나이다. 매운맛 성분으로 알려진 캡사이신은 쉽게 산화되지 않으므로 조리 중에 열이나 산에 의해 탈색이나 영양분의 손실이 없는 식물성생리활성물질이라 더욱 사랑스럽다. 캡사이신은 또한 서양의 과학에서도 타액선을 자극하여 식욕을 촉진하고 소화 작용을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맥박을 빨리 뛰게 하여 혈액순환을 가속시키는 작용도 있다고 한다. 울체된 것을 풀어주는 작용을 하므로 현대인들에게 쌓이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음식의 재료로 고추만한 것이 없다. 그래서 그런지 경기가 불황일수록 외식업체들은 점점 더 매운 음식을 팔게 되고. 음식을 사서 먹는 사람들 또한 더운 한 여름에조차도 땀을 뻘뻘 흘리면서 매운 고추로 만든 음식을 자주 사서 먹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울체된 것을 풀어주고 항암. 항균. 살충 작용 등 수많은 효능들이 있다고는 하나 신열한 맛이 소화를 지나치게 촉진시켜 위통을 유발하거나 설사. 구토를 일으키기도 하고 치질이나 치장 등이 생기기도 하니 정말 조심해서 섭취해야 한다. 일본인들이 무서워하는 이질 설사에 잘 알려지지 않은 우리나라의 민간요법으로 고춧가루를 푼 물을 한 사발 마시면 뚝 떨어진다는 이야기도 있다. 실제로 경험한 사람들을 여럿 보았기로 배움이 짧았으나 슬기로웠던 우리 민초들의 생활 속 지혜가 새삼 자랑스러운 한 예라고 생각한다. 올해는 고추농사가 제대로 잘 되지 않아 추석을 전후로 한 고추는 부르는 게 값이었다. 음식의 맛을 좋게 하고 인체에 작용하는 수많은 건강한 작용들을 생각하면 지금의 값도 제 값이 아닌지도 모른다. 건강에 좋다는 이유로 정체를 알 수 없는 건강식품이나 기능성식품 등을 높은 가격에 사서 마구잡이로 먹을 것이 아니라. 자기가 살고 있는 인근의 지역에서 건강한 농부가 지은 건강한 농산물을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사서 먹는다면 우리의 건강도 지키고 농촌과 농부들을 살릴 수도 있으니 그것이야말로 일석이조의 효과를 가져오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