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철우 전 함양군수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나는 아무 걱정 없이/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 합니다.윤동주의 시 ‘별헤는 밤’의 한 구절이다. 가을은 구름타고 하늘에서 오는 것 같다. 봄이 얼어붙었던 땅에 파릇파릇 돋아나는 새싹과 함께 오듯이 가을은 흰 구름 사이로 하늘 문을 열고 바람과 함께 내려오는 것 같다. 하늘이 높고 청명하니 밤에는 별들이 총총히 빛난다. 밤하늘의 반짝이는 저 아름다운 별들을 잊고 산지 오래 되었다. 도시생활하면서 대낮같이 밝은 불빛에 익숙하여 밤하늘을 올려다 볼 여유를 갖지 못했다. 어쩌다 쳐다본 하늘에 별빛이 보이지 않아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별을 잊고 산다는 것은 꿈과 소망을 잊고 사는 것임을 의식하지 못했었다. 별을 다시 보기 시작한 것은 다(咸)볕(陽)골 함양으로 귀향하면서이다.다볕골은 청정지역으로 도시인이 잃어버린 지 오랜 밤하늘의 찬란한 별빛을 볼 수 있는 고을이다. 가히 살만한 땅이다. 천년의 역사를 가진 다볕골은 사통팔달의 교통요충지지만 고속도로가 뚫리기 전에는 첩첩산중으로 유배지요. 피난지였다. 세종대왕의 열네번째 왕자인 한남군이 유배당한 곳이요. 임진왜란·병자호란 때는 이고지고 난리를 피해 살 곳을 찾아 숨어든 곳이기도 하다. 해방을 전후해서는 빨치산이 험준한 지역을 의지하여 활약한 현대사의 비극의 현장이고 통곡의 장소였다. 다볕골은 지리산·덕유산이 병풍처럼 감싸 안은 산자수명한 고을이다.지리산의 정(精)과 덕유산의 기(氣)를 받은 정기가 흐르는 곳이다. 해발 1000m이상의 산이 15개나 되는 산악지대이다 보니 농사지을 땅이 적어 생활은 궁핍했다. 남루한 생활형편에 밥이라도 제대로 먹기 위해. 잘 가르치지는 못하지만 별처럼 우뚝 솟은 아들이 되어 달라는 어머니의 소망을 이루기 위해 군(軍)을 지원한 사람이 많았다. 육군대장. 공군참모총장. 기무사령관 등 다볕골 출신의 별들이 많다. 억척스런 투지. 별을 따라는 어머니의 간절한 기도의 결과이다. 대표적인 군인가족으로는 백남근 논산 훈련소장. 백남태 39사단장 형제와 그의 자녀들이 장군이 된 백남근 장군 집안을 꼽을 수 있다.5.16혁명 후 정부에서는 “마을 산 푸르게 가꾸기” 등 산림녹화사업을 대대적으로 펼쳤다. 헐벗은 산에 나무심고 풀씨 뿌려 아기 돌보는 정성으로 녹화사업을 하게 되니 자연히 산의 나무를 함부로 베는 것을 금했다. 그러나 농촌에서는 땔감으로 몰래 소나무를 베는 일이 잦아 단속하기에 이르렀다. 하루는 산림담당직원이 백남근 장군 고향마을에 단속을 나갔다. 공교롭게도 백장군 어머니집이 단속에 걸렸다. 담당직원이 호통을 치며 나무라자. 백장군 모친이 대갈일성을 했다.“야 내XX에서 나온 별이 몇 개인줄 알아?”장군의 위세가 얼마나 당당하던 시절인가? 때가 때인지라 담당직원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어찌할 바를 모르고 쩔쩔 맸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누군가 별이 없는 밤은 없다고 했다. 별은 희망. 소망. 사랑이다. 영관급 군인들의 애창곡이 ‘저별은 나의별 저별은 너의별’로 시작하는 윤형주가 부른 ‘두개의 작은별’이란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별 볼일 없던 조용한 다볕골 함양을 별 볼일 있는. 사람들이 동경하는 동화에 나오는 어린왕자가 사는 별나라로 만들어 가야한다.다볕골의 향도가 되어보겠다고 나선 사람이 여럿 있다. 상대를 존중하고 인정하여 상대에게 심한 상처를 입히지 않으면 한다. 홀로 뜨는 별은 없다. 달과 구름이 함께 있으면 더욱 아름답게 보이게 마련이다. 다볕골은 많은 사람들이 살고 싶어 찾아오는 희망과 행복이 함께하는 아름다운 고장. 별들의 고향으로 지켜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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