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 TalkTalk72회 떡- 벼 익는 논을 보면 가슴이 설렌다  함양에서 남원으로 가려면 고개를 몇 번 넘어야 한다. 추석이 지나면서부터는 그 고개를 넘으면서 느끼는 행복 중의 하나가 누렇게 익은 벼들이 고개를 떨구고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며 내는 소리를 듣고 그들의 춤을 감상하는 일이었다. 그러더니 요즘은 어디를 가나 거리에 벼 알곡들이 널려 있어 또 즐겁다. 차 두 대가 비키고 지나가기 힘들 때도 있지만 운전을 하고 다니기가 불편하다는 생각을 하기보다는. 무더운 여름의 그 고생을 다 견디고 추수해 놓은 나락들이 농부에게 줄 기쁨을 생각하면서 내가 마치 농부라도 된 양 기뻐 절로 터지는 웃음을 참지 못하겠다. ▲ 봉수탕내가 어렸을 때는 아무리 가난한 집이라도 추수가 끝나면 쌀을 조금 내어 아이들에게 떡을 해주셨다. 요즘이야 방앗간이나 떡집들이 있으니 그런 풍경은 사라지고 없지만 예전에는 가래떡도 집에서 만들어 먹었으므로 집집마다 저마다의 떡 만드는 솜씨들이 있었고 솜씨 다른 떡을 얻어먹는 재미도 있었다. 오늘도 백연리 작업장에 앉아 밖을 내다보는 내 눈에 벼 나락을 도로에 널고 있는 농부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 모습을 보자니 갑자기 마음이 바빠지기 시작하여 드디어는 참지 못하고 일어나 쌀을 담그고 방앗간에 가서 떡쌀을 찧어왔다. 그리고 이웃 후배를 불렀다.멥쌀가루 500g에 머루포도즙 10숟가락을 넣고 손으로 비빈다. 찜솥에 물을 담아 불에 올리고 그 위에 찜기를 얹고 찜기 바닥에 베수건을 깐다. 김이 오르면 베수건에 설탕을 조금 뿌리고 비벼놓은 멥쌀가루를 붓는다.(그래야 나중에 베수건에 떡이 붙지 않는다.) 뚜껑을 덮고 기다리기를 15분. 이제 뚜껑을 열고 쪄진 쌀가루를 꺼내 큰 볼에 담는다. 뜨거우니 장갑을 끼고 몇 번 치댄다. 뜨겁기는 했지만 포도의 색이 골고루 잘 퍼지고 찰진 떡반죽이 되었다. 탁구공 만하게 떼어내고 동그랗게 굴려 절편도장으로 꾹 누르고 참기름을 바른다. 예쁜 문양이 찍힌 절편들을 접시에 담고 봉수탕을 한 잔 같이 식탁에 올린다. ▲ 절편찌기잣과 호두. 꿀로 만든 봉수탕 한 잔에 보랏빛이 예쁜 절편들이 내 눈과 입을 즐겁게 한다. 물론 떡을 만드는 내내 같이 한 후배도 행복해 한다. 포도맛이 나는 절편은 쫄깃하고 담백하며 봉수탕은 고소하고 달콤하다.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그러나 떡이 단지 맛이 좋고 기분을 좋게 하는 것만은 아니다.멥쌀은 맛이 달고 성질이 화평하여 많이 먹어도 큰 탈이 없으며 비장을 보하고 오장을 이롭게 하며 기력을 나게 하고 설사를 그치게 한다. 허약한 체질의 사람이나. 식욕이 없는 사람. 마른 사람들에게 쌀을 적절하게 잘 이용하여 음식을 만들어 주면 기운을 나게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쌀로 만든 밥이나 떡 역시 멥쌀이 가지고 있는 여러 좋은 점을 같이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거기에 근골을 튼튼하게 하고 혈을 보하며 기운을 나게 해주는 포도. 폐에 윤기를 더하고 장을 연동시켜 변비를 막아주는 잣이나 호두. 꿀을 함께 먹으니 건조해지고 쌀쌀한 바람이 부는 요즘 같은 가을날에 더없이 좋은 간식이라 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 포도절편우리가 잊고 살던 우리 조상들의 떡. 과자. 음료들을 이제 다시 우리의 밥상에 돌려놓아야 한다. 서양식 빵이나 과자도 좋지만 우리의 전통 한과와 병과가 그만 못하지 않다. 나는 나의 어린 시절 할머니나 어머니께서 해주시던 약과나 다식. 유과. 떡들이 가끔 생각난다. 하지만 나의 딸이 세월이 흐른 뒤에 나처럼 어머니의 손맛을 기억하고 추억할지 자신이 없다. 그래서 오늘부터라도 조금씩 가족들을 위한 요리를 하는 시간을 가지려는 노력을 하려고 한다.   약선식생활연구센터 고은정 (ggum234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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