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갑의 지리산 여행기87편주간함양 창간 9주년 기념 특별기획 제1탄! 베스트셀러 <접시꽃 당신> 저자 도종환 시인 초청. 문학강연 실황중계박소영(함양고 2학년 5반)=도종환 시인께서는 이 땅에 참교육을 전파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전직 교육자이십니다. 오늘 저희 학생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주신다면.노채연 학생 어머니=자식을 둔 가정주부에게 시 한편을 강추(강력추천)해 주신다면?이혜영(함양고 국어교사)=선생님 시를 읽다보면 꽃과 식물과 만나게 됩니다. 특별히 자연에서 소재를 가져오는 이유라도 있나요?함양고 다볕관 꽉 메운 청중강의 제목은 '시에게 길을 묻다'▲ 유병주 함양고 교장. “시? 김소월<진달래꽃> 밖에 몰랐습니다. 도종환선생님이 우리 학교에 오신다길래 부랴부랴 선생님 시집을 구해 읽었죠. 오늘을 계기로 좀 더 시와 가까이 해볼 참입니다. 며느리하고 딸에게 선물하려고도종환 시인 시집 2권 샀답니다”“어느 해…이시영(李時英) 시인이 충북 내북면 법주리 무명산 첩첩산중 깊은 산 속. 도종환 시인 집에서 하룻밤 묵었능 것 갑더라. 도종환 시인 집은 버섯 모양으로 생긴 황토방인데 당호가 재밌어. ‘거북이처럼 느릿느릿 오래오래 살라’는 뜻에서 구구산방(龜龜山房). 산방 주변엔 다람쥐. 토끼. 오소리 같은 게 살고 있었나 봐. 이시영 시인. 구구산방에서 하룻밤 유한 후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 한편을 창작하였는데 나는 말이다 그 시를 읽고 난 후 한참동안. 가슴이 먹먹해 지더라. 금강경 읽고 난 후 기분있제. 딱 그런 기분에 휩싸이고 말았능거라”이시영 시인은 구구산방에서 어떤 감흥을 느꼈을까? 그의 시 <저녁>을 감상해 보자.<해 저물면 도종환은 날밤 다섯 개를 창문턱에 내놓는 일을 하루도 거르지 않습니다. 다람쥐가 그 바지런한 앞발로 와서 날밤 다섯 개를 품에 안고 숲으로 가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고 평화롭기 때문입니다>#다람쥐 벗삼아 자연 속에서 사는 시인 도종환… 그는 <접시꽃 당신> 작가로 이름 높다. 1996년 사랑하는 아내를 잃고 쓴 시(접시꽃 당신)를 발표.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당시. 이 시집은 100만부 이상 판매되었으며 박철수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기도 했다. 주연은 이덕화. 이보희. 이외 도종환 시인이 상재한 시집으로는 <고두미 마을에서>. <사람의 마을에 꽃이 진다>. <부드러운 직선> 등이 있다. 산문집으로는 <지금은 묻어둔 그리움>. <그대 가슴에 뜨는 나뭇잎배>. <그때. 그 도마뱀은 무슨 표정을 지었을까> 등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시를 사랑한다. 2009년인가. 한국경제신문이 직장인 103만명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내가 살면서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시는 무엇인가요?” 이 설문조사에서 도종환 시인이 쓴 시 <담쟁이>가 1위를 해 주목을 끌었다.#주간함양이 올해 들어 창간 9주년을 맞이한다. 창간 9주년 기념일은 5월20일이다. 지난 4월 중순. 주간함양 우인섭 사장은 편집팀들에게 다음과 같은 업무를 하달했다. “이번 9주년 행사. 어떻게 치렀으면 좋을까? (사장)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형식적인 의례행사가 아닌. 독자 여러분에게 깊은 울림을 줄 수 있는 그런 이색적인 기념 이벤트가 마련되었으면 하는데…”이 주제를 놓고 난상토론 끝에 주간함양은 아름다운 시를 써 국민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 도종환 시인을 초청. 그로부터 문학 특강을 듣기로 했다. 대상은 함양군내 청소년과 학부모 이외 문학을 사랑하는 군민. 도종환 시인 <함양 초청> 섭외는 문복주 본지 논설위원이 맡았다. 도종환 시인은 본지로부터 문학특강 초청을 받고 환한 웃음을 터트렸다.“취지가 참 좋군요. 저 역시 함양과 같은 산골에서 태어났습니다. 충북하고도 심산유곡 깡촌 출신이랍니다. 꼭 함양에 내려 가 그 곳 청소년들에게 문학이란 무엇인가. 시란 무엇인가를 들려주고 싶군요” #봄비가 주룩주룩 내리던 5월11일. 도종환 시인이 강연장. 함양고등학교(교장 유병주) 다볕관을 찾았다. 400여명의 학생들이 기립. 시인의 함양 방문을 열렬히 환호했다. 다볕관을 꽉 메운 청중. 인산인해. 이런 인산인해도 없다. 강연.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시인을 향한 학생들의 초롱초롱한 눈매… 시인의 육성을 노트에 받아 적기 위해 빨간 파란 초록색 볼펜 완전무장! 그 열기가 다볕관을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 #오후 3시10분. 도종환 시인의 문학강연이 시작되었다. “오늘 제가 학생 여러분들에게 들려줄 이야기는 시에 관한 겁니다. 제목은 ‘시에게 길을 묻다’ 라고 정했습니다. 제가 쓴 몇 편의 시 그리고 다른 분(고은. 안도현. 이생진. 정호승)이 쓴 시를 학생 여러분들에게 소개하면서 우리는 이 시들을 통해 무엇을 느낄 수 있는가? 그런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학생 여러분. 밤낮없이 공부하느라 무척 힘들죠? 하지만 짬을 내어 아름다운 시와 만나 보십시오. 아름다운 시와 벗하면 삶이 더욱 윤택해 질 겁니다. 그리고 시를 한번 써 보세요? 어떻게 하면 시를 쓸 수 있느냐구요. 혹시 여러분 제가 쓴 시 <흔들리며 피는 꽃> 아세요? 이 시를 어떤 계기로 썼는지 그 에피소드를 들려 드릴께요. 어느 날. 저는 산길을 걷다가 이름 모를 꽃을 발견했어요. 생김새? 참 못 생겼더군요. 대개. 이런 꽃은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지 못하죠. 그러나 저는 이 꽃에게 무한한 애정을 가지고 오래간 유심히 바라보았답니다. 그 날. 오늘처럼 비가 주룩주룩 내렸습니다. 비 맞은 이름 모를 꽃이 바람에 흔들리더군요. 저는 그 꽃을 바라보면서 한편의 시를 썼답니다”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노무현 대통령이 그토록 좋아했던 시 <담쟁이>…어떤 내용 담았길래?시인의 특강은 계속된다. “이 시와 관련된 감동적인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어느 날 서울시 영등포구 마자렐로 센터 수녀님한테서 전화가 왔어요. 저희 센터 수녀들이 단행본을 냈는데 꼭 선생님(도종환) 추천사를 싣고 싶습니다. 저는 바빠서 할 수가 없다고 했죠. 그랬는데 이어 고위층(수녀장님)한테서 연락이 왔어요. 저희들이 초고를 보내 드릴테니 그걸 일독하고 추천서를 쓰든 말든 하세요. 그래서 저는 문제의 초고를 보게 되었답니다. 마자렐로 센터는 이른바 문제소녀(술 마시고 담배 피우고 어른들에게 몸도 파는)들을 교화하는 곳인데요. 이곳에서 보호관찰 처분을 받고 있던 한 소녀가. 글쎄. 센터 생활이 싫어 도망을 갔나 봐요. 수녀님들이 수소문 끝에 이 소녀와 통화를 하게 됐나 봅니다. 소녀는 수녀님에게 이런 말을 했다 합니다. <수녀님 (마자렐로 센터로) 돌아갈께요. 수녀님 저. 너무 나무라지 마세요. 도종환 시인이 쓴 시 ‘흔들리며 피는 꽃’처럼 저도 지금은 비바람에 흔들리고 있지만 나중 좋은 사람이 될께요>… 이런 내용이 적혀 있는 초고를 보고 저는 아하! 한 편의 시가 한 사람의 향방을 바꿀 만큼 큰 힘이 있구나. 그런 생각이 언뜻 드는 겁니다” 이어. 도종환 시인은 한국경제신문이 선정한 이 시대의 명시 1위 <담쟁이>를 낭독했다. 특히 이 시는 노무현 전대통령이 무척이나 좋아했다고 한다. 경남 진영 봉화마을 노 대통령 추모의 집에 가면 '담쟁이'를 모토로 한 시민참여행사코너인 '담쟁이 잎을 달아요'가 있다. 높이 2.4미터. 가로 18미터의 긴 벽면에 서예가 문건필. 미술가 박경효 선생이 함께 작업한 시화를 담고. 여기에 추모객들이 담쟁이 잎 모양 스티커에 메시지를 담아 붙여 모두의 염원이 형상화된 '대형 담쟁이'를 완성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우리. 도종환 시인과 함께 <담쟁이>를 낭독해보자.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도종환 시인이 청중들에게 시 <담쟁이>를 쓰게 된 까닭을 들려준다. “이 시 속. 벽은 시련이랄까 장애물을 상징합니다. 벼나 꽃들은 기름진 토양 속에서 자라지만 담쟁이는 물기 하나 없는 벽을 타고 자랍니다"이쯤에서 시인은 자신의 지난날을 회상했다. “저는 어릴 적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말미암아 무척이나 가난했답니다. 남의 집에서 눈칫밥을 먹고 친구들이 십시일반 가져오는 쌀로 밥을 해 먹으며 불우한 소년시절을 보냈답니다. 이때. 내 신세. 꼭. 물기 하나 없는 곳에서 자라는 담쟁이와 다를 바 없었지요. 그러나 저는 이를 깨물고 그 슬픈 시절을 극복했답니다. 어떻게 극복했느냐? 제 시에 등장하는 담쟁이. 다른 담쟁이 잎 수천개와 손을 꼭 잡았듯이 저도 좋은 이웃 좋은 벗들의 손을 꼭 잡음으로써. 그 힘에 의해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청중과의 1문 1답#약 1시간30분. 도종환 시인은 청중들의 가슴속에 시(詩)라는 봄비를 촉촉이 뿌려줬다. 오후 5시께. 도종환 시인 명강이 끝났다. 이어. 시인은 학생 학부모 함양고 선생님으로부터 문학과 관련된 질문을 받았다. 박소영(2학년 5반)=도종환 시인께서는 이 땅에 참교육을 전파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전직 교육자이십니다. 오늘 저희 학생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주신다면.“10대처럼 아름다운 시기가 또 있을까요? 여러분들은 생애 가장 활기찬 시절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 아름답고 찬란한 시기. 정신적 성숙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보세요. 시간을 아껴 쓰고 좋은 벗들도 많이 사귀고”한다솜(3학년 2반)= 언젠가 어느 시인이 이런 말을 했어요. 내가 쓴 시를 어느 출제자가 문제를 냈는데 그 문제가 너무 어려워 하나도 못 맞췄다. 한편의 시를 감상하는데. 문제집에 나오는 것 마냥 시를 심층적 미시적으로 분석하는 것. 과연 옳은 가요?“(시인. 함박웃음) 그래요. 시를 너무 분석하는 것. 옳지 않아요. 그냥 한편의 시를 읽고 감동 받는 게 더욱 중요하죠” 이혜영(함양고 국어교사)=선생님 시를 읽다보면 꽃과 식물과 만나게 됩니다. 특별히 자연에서 소재를 가져오는 이유라도 있나요?“저의 정신적인 토양은 산골입니다. 그래서 자연과 익숙합니다. 그리고 하고 싶은 말을 그대로 쏟아내는 것보다 어떤 형상(꽃과 식물)을 등장시켜야 시의 맛의 향기가 더욱 납니다. 이를 가리켜 선경후정(先景後情). 입상진의(立像盡意)라 하죠”선경후정이란 한시를 창작할 때 시상(詩想)을 전개하는 방식으로서. 먼저 자연 또는 사물을 묘사하고 나서 그것을 보고 느낀 시인의 감정이나 생각을 표출하는 것이다. 노채연 학생 어머니=저처럼 자식 둔 가정주부에게 시 한편을 강추(강력추천)해 주신다면?“다이아나 루먼스의 <내가 만일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입니다. 시는 이렇게 시작됩니다. 내가 만일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먼저 아이의 자존심을 세워주고 집은 나중에 세우리라 / 아이와 함께 손가락 그림을 더 많이 그리고 손가락으로 명령하는 일은 덜 하리라…(하략)"# 특강이 끝난 후. 도종환 시인. 약 2백명 학생들이 가져온 자신의 시집에 정성껏 싸인을 해줬다. 본지취재팀. 행사장을 빠져 나오는데 함양고 유병주 교장 선생님. 본지 우인섭 사장 손을 꼭 잡으며 민원청탁(?) 한다! “유익한 행사를 마련해 줘 감사합니다. 저도 그렇고 함양고 학생들도 그렇고 정호승 시인을 무척 좋아합니다. 낙엽이 지는 가을쯤에. 우찌? (그분의 문학특강 함양 유치) 좀 안 될까요?” 우인섭 사장 답하길 “예 꼭 그 분이 함양에 오게끔 노력하겠습니다” 본지는 정호승 안도현 김용택 이생진. 좋은 시 쓰는 가객들을. 함양 땅에 모셔오는 일에 결코 게으름 피우지 않을 것을 (독자 여러분들에게) 약속한다.구본갑|본지칼럼니스트busan707@naver.com 평소. 詩 읽다 궁금했던 점 해소했다조늘찬 함양고 2학년3반선생님께서는 시인이 사물과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 지로 강연을 시작하였다. 우리가 평소에 무심코 지나쳤을지도 모를 아주 사소한 것들도 시인들은 관찰을 하며 거기서 영감을 얻어 시를 쓰신다고 하셨다. 예를 들어 우리가 이름도 잘 알지 못하는 들꽃들을 보며 겨울동안 추위를 이겨내고 최선을 다해 꽃을 피워냈다는 점에서 시를 쓰기도 한다는 것이었다. 또 고은 시인의 ‘그 꽃’이라는 시를 통해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도 해주셨고. ‘담쟁이’라는 시를 통해 벽을 넘는 방법은 많이 있겠지만. 모두가 힘을 모아 벽을 넘을 수 있다는 것도 이야기 해 주셨다. 그 외에도 우리가 새겨들어야 할 좋은 말씀과 시에 관한 이야기들을 많이 해 주셨다.   유명 시인과의 만남. 짜릿했다! 박소영 함양고 2학년5반 “어떠한 높은 벽에 부딪히더라도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말고. 담쟁이처럼 너 혼자가 아닌 다른 이들과 함께 손잡고 그 벽을 헤쳐 나가라. 만약 그 벽을 헤쳐 나갈 힘이 없다면 넘어 가도 좋으니 절대 좌절하거나 포기해서는 안 된다” 도종환 시인께서 그의 시 담쟁이를 통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이다. 우리는 보통 너무나도 높은 벽에 부딪히게 되면 그저 고개를 떨구고 포기해 버린다. 그러나 도종환 시인은 학창시절 그 어려운 환경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일어섰다. 어쩌면 그는 이미 하나의 담쟁이가 되어 벌써 많은 수천 개의 담쟁이들을 이끌고 벽을 넘었을 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그의 많은 시들은 사람들로 하여금 깨달음을 얻게 하며 때로는 위로가 되고 희망과 용기를 심어주었기 때문이다. 사실 예전에는 문학수업시간에 많은 시인들의 시를 배워도 그렇게 시가 와 닿는다고 느껴본 적이 없다. 시는 그저 어렵게만 느껴졌고 시에 대해 별다른 감흥은 없었다. 그러나 오늘 도종환 시인께서 자신의 시를 쓰게 된 동기와 그의 인생이야기를 들으며 시의 내용이 더 잘 이해되고 그의 메시지에도 공감이 되었다. 이로써 시인이 한편의 시를 쓰기 위해 얼마나 깊이 생각하고 관찰하는지. 그리고 그 시에는 시인의 개인적인 환경도 내재 되어있음을 절실히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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