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복주 시인의 안녕하세요 함양 - 12 함양사과 좋아하세요? 함양사과꽃이 하얗게 피었습니다. 진달래 철쭉 피던 산 능선에 사과꽃 배꽃이 쌀가루처럼 하얗게 피었습니다. 함양사과! 하면 벌써 입안에 침이 돕니다. 시큼하면서도 꿀처럼 달콤하고 아삭아삭하고 시원한 맛. 먼 옛날에 우리 엄니가 내가 아파 누워 있을 때 어디서 가져 왔는지 사과를 머리맡에서 사근사근 깎아 네 조각 여섯 조각 내어 내 입에 꼭 물려주시며 “어이구 내 아들아! 이 사과 먹고 내일이면 벌떡 일어 나그레이”하시던 그 함양사과의 사과꽃이 하얗게 피어납니다. 함양사과는 청정지역에서 내 어린 추억과 함께 자라 정일품 꿀맛입니다. 이렇게 사과꽃이 화사하게 피어나면서 나비도 날고 벌도 날고 새도 지저귀며 따라비로 줄줄이 사과꽃으로 시작되던 함양의 봄이 고향의 봄으로 사과꽃과 함께 시작합니다. -사과나무 배나무 꽃피고 아지랑이 아른거릴 때 순이야 보고픈 나의 순이 나비처럼 훨훨 날아 내게 오렴- 어디선가 사과나무꽃 노래가 들려옵니다. 내가 이사와 함양이 낯설던 시절. 아는 사람으로부터 한 사람을 소개받았습니다. 함양이 고향인데 젊었을 때 부산에서 살다 일이 잘 안 풀려 결국 고향이 생각나더랍니다. 마침 웅곡 마을에 사과 과수원 밭 2만평이 났는데 값이 적당하더라는 겁니다. 전 재산을 털어 고향에 와 사과 과수원을 한지 5년. 이제는 제법 일이 잡혀 사과 작목반 총무도 맡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소주 두어 병 건네지고 친구의 친구도 부르고 아가씨도 부르고 하면서 한잔 꺾었습니다. 제주에서 훈장하다 병곡에 처박히러 왔다니까.“아유. 성님. 걱정 마시소. 내가 다 돌봐 드릴 테니 글이나 많이 쓰시소” 경상도 사나이들은 이게 좋습니다. 앞뒤 설명 안 해도 마음만 맞으면 사나이들은 싸나이들 끼리 “니 좋나? 그람 됐다. 나 좋다. 우리 인자부터 친구다. 성님 내 친구 아이가?” 이것으로 끝입니다. 그 사람이 바로 그런 경상도 싸나이였습니다. 우리 부부는 가끔씩 웅곡을 찾아갔습니다. 제수씨 역시 말없이 빙긋 웃기만 하는 마음이 푸짐한 경상도 아지매였습니다. 산비탈에 하얗게 핀 사과꽃 나뭇가지 사이사이로 나비처럼 옮겨 다니며 사과꽃을 따고 있었습니다. 사과꽃 냄새가 온몸을 감싸 여기저기 꽃 속에 숨어 사과꽃 따는 제수씨가 움직일 때마다 몸에서 사과꽃 향기가 났습니다. 도시에서만 살다 온. 아파트에서만 살다 시골에 온 우리 부부는 이런 시골 농촌 과수원의 아름다운 서정에 너무 감격 감동하여 말을 하지 못하고 푼수 없이 이 사과나무 저 사과나무를 건너다니며 노래를 불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철부지였겠습니까. 우리는 노래를 불렀습니다. 당신에게서 꽃내음이 나네요 잠자는 나를 깨우고 가네요 싱그런 잎사귀 돋아난 사과꽃처럼어쩌면 당신은 사과를 닮았네요 동구 밖 과수원 길 아카시아 꽃이 활짝 폈네 하이얀 꽃 이파리 눈송이처럼 날리네 향긋한 꽃 냄새가 실바람 타고 솔솔 둘이서 말이 없네 얼굴 마주보며 생긋 아카시아 꽃 하얗게 핀 먼 옛날의 과수원 길 ▲ 사과꽃과 할머니10년이 가까운 지금도 우리 부부는 그 동생부부를 가끔씩 찾아갑니다. 먼저 번에는 산청에서 합천 쪽으로 들어가는 차황에 사과밭을 새로 일구었다기에 놀러 갔습니다. 동생은 “성님. 사과농사 짓느라고 못 찾아뵈어 미안타”하고 제수씨는 “성님. 신문에서 가끔 뵈는데 오늘 또 뵌다”고 하며 슬며시 맥주병을 꺼내 놓습니다. 그들 부부를 보면 조금 안타깝습니다. 열심히 사과밭을 일구는데 돈은 항상 모자라 얼굴이 까맣게 타들어 갑니다. 맛있는 사과처럼 붉게 홍조를 띠고 미스 함양사과 아가씨로 나가야 하는데 가뭄에 홍수에 이상 기온에 알지 못 할 천해 공해병에 황사에 전쟁에 중간상인 농간에 정부시책에 아차! 실수에 한해 두해 자꾸 거덜거덜 납니다. 그러니 매일 정신없이 일해도 돈에 시달립니다. 이젠 포기했는지 별로 화를 내지 않습니다.“이게 삶 아이라. 행복 아이라. 세끼 밥 걱정 없이 먹고 자식 대학 보내고 살면 됐지 뭐 부자 소리까지 바라며 살겠나” 합니다. 사과를 잘 키워도 사과를 잘 팔아야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여기저기 사정을 알아보고 납품해야 하는데 마음이 착한 동생은 사과는 잘 키워 놓는데 잘 팔지 못해서 늘 마음고생이 심하다는 겁니다. 농사꾼이 장사꾼을 따라갈 수 없다는 겁니다. 요즘은 그래도 서울 어느 백화점인가에 납품 계약이 되어서 신이 난다고 합니다. 아주 잘 된 일이었습니다.(사과주문은 ☎011-579-5887) ▲수동과수영농조합 작목반 강현중씨함양사과를 먹어 날로 예뻐지는 함양함양사과는 정말 맛있을까요? 금은 금이라고 말하지 않지요. 함양사과는 그냥 한 입 깨물어 보면 압니다. 각 지방에서 나온 많은 사과들을 놓고 눈을 가린 다음 한 입 씩 깨물어 먹고 그 중에서 가장 맛있는 사과를 고르라 하면 그 사과가 바로 함양사과입니다. 사실이냐고요? 함양 사과가 제일 맛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면 자라난 고향이 지리산이기 때문입니다. 출신부터가 웰빙 청정지역입니다. 물이 좋습니다. 공기가 좋습니다. 그래서 함양사과는 지리산 부모형제 품에서 마음껏 자유롭게 맑게 밝게 컸기 때문에 맛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크면서 여자아이들은 함양사과의 붉은 뺨을 만지면서 말합니다. “너 참 맛있겠다.” 함양사과는 말합니다. “네. 참 맛있어요. 나 함양사과예요”나도 함양사과의 고장에서 살기 때문에 얻어들은 풍월로 저절로 사과박사가 되었습니다. 8월 하순 9월 초 서리가 내리기 전 추석이 가까울 무렵 사과밭은 조금씩 붉은 빛을 띠기 시작합니다. 초록은 동색이라고 같은 색이라 잎과 열매가 파란 사과는 열렸는지 안 열려는지 잘 보이지 않다가 아침 저녁 찬바람이 들기 시작하면 사과는 점점 붉은 뺨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아침 햇살을 받은 주먹만 한 커다란 붉은 사과는 그 자체가 한 개의 태양입니다. 태양이 햇빛 속에 수십 개 수백 개 매달려 있습니다. 이때부터 사과밭 주인은 바쁩니다. 8월 하순 9월 초 제일 먼저 아오리라고 하는 풋사과가 출하되어 사람들에게 올해의 사과 맛을 보여 줍니다. 아직 맛이 다 나지 않아 풋풋하지만 싱싱한 사과 단맛이 입맛을 돋우어 줍니다. 추석이 되기 전 보름은 눈코 뜰 새 없지요. 가장 수요가 많은 추석 때 사과 대부분을 다 팔아야 걱정이 없습니다. 이때의 주 품목이 당도 15.0°의 단맛과 때깔이 좋은 홍로를 출하합니다. 그 다음에 서리가 한번 내려야 맛이 딱 좋다는 후지 부사를 출하하지요. 이 후지 부사가 우리나라의 사과 생산 70%를 점하고 있습니다. 작년입니다. 안의에서 유기농 사과밭을 하는 「무심농장」 주인 박해욱 동생이 전화가 왔어요. 놀러 오라는 겁니다. 그래서 과수원집으로 갔지요. 그런데 이게 무슨 날벼락입니까? 밭 한가운데 공터에 사과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습니다. 그 중 쓸 만한 몇 십 상자는 골라 아는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고 전부 1톤 트럭에 실어 돼지밥으로 주기 위해 돼지농장으로 실어가는 중이었습니다. 이 무슨 난리인가요? “망했습니다. 올해 사과 농사는 끝입니다.” 며칠 전 이상기온으로 주먹만 한 우박이 하늘에서 쏟아져 내렸었습니다. 강원도에서는 하우스 비닐이 다 뚫어지고 작물은 다 얼어죽고 사과 배 감 과수는 전부 낙과하여 망쳤지요. 몇 십년 만에 처음이랍니다. “천재지변이라 보험도 없습니다. 이번에 많이 깨달았습니다. 제가 요 몇 년 농사 잘 짓는다고 조금 자만했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하늘에서 알아서 버릇을 가르쳐주지 않습니까? 하.하.하. 현수엄마와 같이 공소에 가서 천주님께 며칠 기도했지요. 마음을 비우니 이렇게 마음이 시원합니다. 새 출발하겠습니다.”(올해의 사과주문은 무심농장 ☎ 010-9213-1765) 우리는 소줏잔에 농심을 채우고 천심을 마셨습니다. 미스 함양사과아가씨 함양은 함양사과가 주 특산물입니다. 함양사과는 품질이 정말 뛰어나지요. 그 맛의 결정은 다볕이라고 하는 함양(=다볕)마을 이름에 있듯 햇빛이 많아야 하고 토양이 좋아야 하지요.(함양은 게르마늄토양). 또 물이 좋아야 하지요.(지리산 계곡물). 마지막으로 일교차가 큰 고랭지 산물이어야 하지요. 함양사과가 맛 좋은 이유입니다. 이렇게 좋은 우리고장의 사과를 널리 알리고 팔아주는 것이 함양 사랑 고향사랑의 첫걸음임은 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그런 당신에게서 향긋한 사과꽃 내음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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