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가장 보람되고 삶의 활력을 불어넣었던 시간은 10여 년 전에 있었던 중증 장애우 시설에서의 시간이었다. 아침에 출근을 하면 벌써 휠체어를 타고 마당에서 나와 손을 흔들며 반기는 아이들의 모습. 가까이 다가가 손을 잡으려고 하면 어느새 넥타이를 잡아끌고 목을 얼싸 안는다. 숨이 막힐 정도로 거센 포옹을 해주는 아이들... 난 그런 아이들을 잊을 수가 없다. 그런데 세월의 흐름 때문인가? 그곳을 떠나고 멀리 있어서 보지 못했는데 아이들에게는 문자가 오고 전화도 왔다. 하지만 옆에 있을 때는 입 모양을 보면서도 대화를 했는데 이제는 전화로는 아이들의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다.그래서인지 성의 없이 끊은 적이 있었다. 그리고 여러 가지 내용의 문자를 받았다. 그렇게 갈망하던 “그룹 홈”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그래서 축하해 달라는 것이었다. 또 다른 문자는 같은 장애를 가진 신랑과 결혼해 아이를 낳았는데 너무 힘들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랑스런 아이가 생겨 기쁘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도 장애를 가졌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너무 행복하다고 “목사님 축하해 주세요” 라고... 그런데도 난 답장을 주지도 못하고 외면하고 말았다. 핑계 아닌 핑계를 대고는... 혼자서 많은 생각을 한다. 어쩌면 내가 그렇게 사랑했던 아이들. 그리고 어느 곳에서도 받아보지 못한 사랑의 빚이 있었건만 난... 그 사랑의 표현에 아무런 답변을 해 줄 수가 없다. 세월의 흐름인가? 아니면 내 마음이 무뎌 진 것인가? 여러 가지 생각에 휩싸인다. 정말로 내 생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아름다운 날 이었는데...지난 4월20일은 장애인의 날 이었다. 이 날은 지체. 지적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날이라고 해서 여러 가지 행사와 위로회를 가지는 것을 본다. 하지만 매년 보고 느끼는 것이지만 일회성으로 끝나고 만다. 어쩌면 이 날은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날이다. 왜냐하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도 보이지 않는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성격장애. 언어장애. 심리적 장애 등 장애판정만 받지 않았다 뿐이지 아마 대부분이 장애를 가지고 있으리라 본다. 시설을 섬기면서 난 무척 많은 것을 보고 느꼈다. 전반적인 업무를 보면서 장애우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고 교감을 형성하는 시간들을 많이 가졌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보이지 않는 장애등급을 가진 우리는 자원봉사라는 명목으로 시설을 방문한다. 이때에 사람들에게 깨지지 않는 안목들이 있다. 지금은 많이 개선되어졌지만 그 당시만 해도 장애인 시설을 방문하면 으레 불쌍하고. 버림받은 자들이 오는. 그래서 도와줘야 한다는 마음으로 방문을 한다. 하지만 당시 방문객들을 향해서 자원 봉사 교육을 할 때 꼭 붙이는 말이 있다. 절대적으로 불쌍하다거나 도와줘야겠다는 마음을 가진 분들은 집으로 돌아가십시오 라고. 여러분들의 마음은 우리 아이들이 꿰뚫어 보고 있으니 그런 마음을 가지게 되면 아이들이 다가가지를 않습니다. 그렇게 되면 아름다운 교제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거기에다가 설상가상 연세 드신 어르신들이기 방문을 하시면 꼭 혀를 차시면서 “어느 놈. 년이 버려서 여기에 들어왔노” 하시면서 아이들이 들리게 말씀들을 한다. 그럴 때면 그 분들을 낚아채듯이 나오시게 한 후 집으로 귀가 시켰다. 장애. 누구에게나 올 수가 있고 아니 지금도 우리도 장애를 가지고 있다. 다만 다른 사람들이 인정을 해 주지 않는 나만의 장애가 있다. 그런 우리가 단지 나라에서 등급을 받지 않았다고 해서 이들을 향해서 색안경을 끼고 바라볼 수 있는가? 어쩌면 나 자신에게 묻고 싶은 질문이다. 그들도 신이 내려주신 한 인격체다. 필요에 의해서 이 땅을 영위하면서 살라고 허락하신 자존감을 가진 지체들이다. 야단할 때는 야단하고 사랑할 때는 사랑하고 그들이 말하는 언어를 미쳐 못 알아들으면 계속해서 알 때까지 물어보고 하는 것이 그들을 인격적으로 대하는 길인 것을 작은 경험을 통해서 터득한 것이다. 내 생애 이들을 안아주고 사랑해 주고 할 수 있는 날이 또 다시 올 수 있을까? 하지만 작은 것에서 노력을 할 것이다. 그런 날이 꼭 오리라 확신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