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해룡 논설위원5월로 접어들며 지천으로 파릇한 초목의 신록을 바라보노라면 그것은 색이 아니라 빛이라는 느낌이 든다. 햇살에 투영된 산과 들의 고운 연초록은 참으로 아름다운 빛이다. 마치 미래의 희망을 보는 것처럼 마음까지 설렌다. 어린이날. 어버이날이 연이어 있어선지 이런 5월을 가정의 달로 부른다. 세상을 오래 경험하여 나름대로 생의 가치관이 뚜렷한 사람들 대부분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가정과 가족이라고 말한다. 더러 일이나 공부. 취미에 묻혀 가정을 만들지 못했거나 제대로 챙기지 못한 사람들의 나이 든 뒤의 한결같은 후회 또한 가정에 대한 회한으로 귀결 된다. 비교적 순탄하고 견실한 가정생활을 하는 사람들조차도 가정과 가족에 대한 자신의 역할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물과 공기처럼 소중한 것이지만 늘 곁에 있기 때문에 오히려 소홀하기 쉬운 대상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한 가정의 자녀로 태어나서 가정의 일원으로 일생을 함께 한다. 설사 가족 간의 문제로 이혼을 했든 이민을 갔든 이미 영혼의 90%이상이 태어난 가정에 소속될 수밖에 없다. 가난한 부모를 만났든 고약한 성미의 부모를 만났든 가정은 운명이 아니라 거부할 수도 벗어날 수도 없는 숙명인 것이다. 누구든 어떤 이유에서건 가정과 가족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소홀히 할 때 어떤 형태로든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됨을 간접경험을 통해 모두가 알고 있다. 사람들 모두가 가족들의 행복한 삶을 위하고 더 좋은 가정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는 희생을 실천하는 세상의 모든 어머니를 반만 닮아도 좋을 텐데 그 어머니조차도 자식의 입장에서나 아내의 입장이 될 때는 또 다른 사람이지 않는가. 가정과 가족에 충실하고 잘 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님을 역설적으로 설명하는 말이기도 하다. 어떻든 가정의 핵심은 가족이고. 가족은 인류 영속의 단초가 된다. 부부와 부모. 그리고 자식이라는 입장이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과정을 통해 인류 사회는 계속 이어져 간다. 부모나 가족들을 통해서 말을 배우고 예절을 익히며. 사회인으로서 지켜야 할 윤리와 규범을 알게 된다. 또한 가정은 피로를 풀고 편안히 쉴 수 있는 보금자리이다. 그런 보금자리가 될 수도 있는 반면 친권의 미명아래 학대와 폭력이 자행되는 감옥이 될 수도 있고. 방임과 방종으로 사랑도 위아래 구별이 없어 뭇사람이 오가는 역전의 하숙집만도 못한 곳이 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가정이 개개인의 삶과 배움의 근원으로 제 자리에 있게 되면 사회 구성원들 모두에게 양보와 협동의 미덕이 생기고. 공공의 미래에 대한 통합된 의견 조정이 쉽다. 현대 사회의 병폐 중 하나는 오로지 자신과 가족의 이익과 행복 추구에 몰두한 나머지 이웃과 공동선에 대한 무의식과 그로 인한 갖가지 반사회적 부작용이다.예부터 훌륭한 인물이나 가문에서는 가정에 대한 의무만큼이나 공동체에 대한 의무를 강조하여 가르쳐 왔다. 가족들이 다 함께 행복한 단란한 가정이면서도 사회발전에 기여하고 인류의 영속적 존립의 개체가 되는 건강한 후손을 양육시킬 수 있는 가정을 만들기 위해 모든 사람들이 부모의 도리와 자식의 도리를 다시금 깊이 생각해 본다면 오늘 당장. 아니면 이 달 안에 해야 할 몇 가지가 일이 떠오르지 않을까 싶다.가정의 달을 맞아 지천으로 눈부신 신록의 광채처럼 가식 없는 마음으로. 마지못해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정성어린 마음으로 내 가정. 내 부모. 내 자식. 나아가 이웃과 사회를 돌아보는 데 쓰는 시간과 비용에 인색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된다.신록이 눈부시게 아름다운 가정의 달 5월에 모든 가정과 가족들에게 서로 사랑하고 헌신하는 아름다움이 함께 하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