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51회▲ 두릅잎이 피지 않은 봄 숲은 겨울 숲과 마찬가지로 황량하다. 그 황량한 봄 숲에 잔가지 없이 곧게 뻗어 자라며 제 머리 꼭대기에 순을 하나 피우는 나무가 있으니 사람들은 그 나무를 통해 드디어 봄이 오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나무의 어린순을 목두채(木頭菜)라 부르는데 바로 두릅이다. 두릅나무의 어린순이 나물로 얼마나 맛이 좋은지 말하지 말고 입을 다물어야 한다 하여 입술 문(吻)자를 쓰는 문두채(吻頭采)라 불리기도 하는데 두릅나물을 좋아하는 나는 그렇게 불리는 의미를 너무나 잘 알겠다. 추운 겨울 끝에 봄이 되면 살아날 것 같지 않던 나무줄기 끝에서 나뭇잎이 하나 둘 피어난다. 겨우내 땅속에 간직했던 기운을 온몸으로 밀어 올려 자신이 살아있음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 나무의 순을 따서 먹으면 추운 겨울을 지내고 지칠 대로 지친 인체가 그 나무의 기운을 얻어 우리도 나무처럼 다시 살아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맛이 좋은 나물이라고 한들 황제의 자리를 내어주기에는 부족한 무엇이 있을 터이나 이렇듯 좋은 기운을 인체에 전해주는 나무이니 두 말 없이 인정해야할 것 같다. ▲ 두릅장이찌함양의 장날 나가보면 두릅이라 불리는 나물에 세 가지가 있다. 하나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대로 두릅이고. 다른 하나는 독활이라는 식물의 새순인데 키가 작고 땅에 붙어 자란다 하여 달리 땅두릅이라 부르며 한방에서는 그 뿌리가 관절통. 두통 등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나머지 하나는 개두릅이라 불리는 엄나무의 순이다. 개두릅은 엄나무의 순을 말하기도 하지만 어린순에도 가시가 있으며 녹색의 참두릅에 비해 색이 약간 붉은 두릅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두릅나무의 껍질과 뿌리를 한의학명으로 총목피( 木皮)라 하는데 당뇨병에 부작용이 없이 치료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식품영양학적으로도 섬유질은 물론 질이 좋은 단백질. 다양한 무기질. 비타민 B1. B2. C 등이 함유되어 면역력을 높임은 물론이고 칼슘의 함량도 높아 관절에 좋은 한의학적인 효능이 식품영양학적인 부분과 일치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다량의 칼륨 함유도 체내 나트륨 배설을 도와 궁극적으로는 혈압을 낮추는 효과를 가져온다. 두릅나무과의 식물들이 대부분 함유하고 있는 사포닌은 고혈압이나 당뇨에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 ▲ 두릅초회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는 묵나물두릅을 들기름 듬뿍 넣고 집간장에 볶아 먹는 것이 제일 맛나고 좋다.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어도 좋고 전을 부쳐서 먹어도 좋고 어떻게 먹어도 좋은 두릅이 있어 이 봄이 행복하게 느껴져서 정말 좋은 때다.장에서 두릅을 사다 먹는 나와는 달리 이 봄에는 유난스레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산을 내려오는 이들의 배낭이 묵직해 보여 그들의 어깨나 다리 관절이 걱정되기도 한다. 하지만 봄에 산을 오르며 나물을 채취하는 사람들의 다리나 어깨 관절에 큰 무리가 없는 것은 그들이 늘 채취해 먹는 두릅 등이 그들의 다리나 어깨를 지켜주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