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키를 한 뼘은 더 자라는 힘을 주는 지리산”철쭉 향기 아찔한 하늘정원 바래봉!봄 산행. 말만 들어도 흥겹다. 산을 좋아하는 이들은 이 시기가 되면 더 자주 산행을 못해 안달이다. 신록으로 온 산은 터질 듯 부풀어오르려는 4월! 하늘이 찬란하다. 특별히 이 산 저 산을 가릴 것도 없다. 봄 산은 다 괜찮다. 그러나 아무래도 봄 산의 백미는 '꽃 잔치'일 것이다. 봄이 되면 매화. 동백에서 진달래. 산수유. 철쭉으로 이어지는 꽃 잔치가 화려하게 이어진다. 그러니 마음이 동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아직은 때이른 4월이지만 산을 벗삼아 사는 이들이 지리산 바래봉에 마음을 둔다. 이곳의 5월 철쭉은. 잎이 작고 꽃은 크고 붉어서 여느 곳보다 더 흐드러진다. 그래서 주간함양 산행팀은 언제가 가장 좋을지 미리 다녀와 봤다. 바래봉 철쭉군락지는 '양들이 가꾼 자연의 정원'이다. 간략히 설명하자면 지난 70년대 초 바래봉 일대에서 호주 면양을 대규모로 방목하기 시작했는데 양들이 봉우리와 능선의 모든 나무와 풀을 제 먹이로 삼으면서도 유독 철쭉만을 남겼다. 철쭉에 독이 있어서라고 한다. 양들이 이런 자연의 법칙을 따라 가꾼 정원이다 보니 어느 인공정원하고는 비할 바가 아니다. 말 그대로 양들에 의해서 '하늘정원'이 만들어진 것이다. "내일은 제발 비가 오지 않게 해 주세요" 주간함양 신문사(대표이사 우인섭)가 주관하는 제31차 함양의 산행 참가를 위해 기도를 하고 잤다.기우였을까? 날씨는 환상 그 자체였다. 아침 일찍 일어나 김밥 몇 줄 준비하고 들뜬 마음 추스르며 상림 주차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벼웠다.삼삼오오 모여 있는 일행들과 우릴 안전하게 지리산 정령치까지 태우고 갈 버스를 기다리며한 달여만의 만남을 수다로 풀고. 8시30분에 도착한 버스에 올랐다.무엇이든 처음은 중요하고 긴장되고 기대된다. 오늘 내 마음이 그러했다. 지리산을 몇 번 다녀왔지만 다니던 코스로만 그것도 바람같이 다녔던 난. 오늘처럼 여러 사람과 함께 하기는 그것도 정령치에서 바래봉은 처음이어서 나를 들뜨고 설레게 하기에 충분했다.▲ 정령치4월의 중순. 얼마나 아름다운 계절인가?어느 인디언부족(블랙푸트족)은 4월을 '생애 기쁨을 느끼게 하는 달'이라고 표현했다.이보다 더 어울리는 표현이 과연 있을까 싶을 정도로 멋진 말이지 싶다.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 보라. 이제 막 시작되는 푸르름을 가진 모든 생명들의 향연을...어느 것 하나 예쁘지 않은 것이 없으며 신비롭지 않은 것이 없으니 참으로 자연은 위대하고 위대하여라. 정령치에 도착해서 간단하게 기념촬영을 하고 오늘 산행을 주관한 주간함양과 (주)인산가 임직원의 산행시의 주의점 설명을 듣고 시작된 오늘의 산행.능선으로 막 오르기 시작하면서 펼쳐진 지리산의 웅장한 장관에 숨이 턱 막힐 지경이었다.많은 산들이 소리없이 본연의 모습으로 서 있는데 그 모습을 보고 아∼ 하고 감탄하지 않을 자 어디 있을까? 자∼ 정령치에서 바래봉으로 떠나볼까?가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코스는 능선을 따라 완만한 코스란다. 그래서 산행이 처음인 사람도 수월하게 완주할 수 있다고. 계절이 계절인지라 산행을 하면서도 시선을 어디에 두고 길을 가야하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보이는 모든 것이 한 폭의 그림이요. 절경이니 역시 지리산은 지리산이구나 싶다. 이정표를 보니 바래봉까지 9.4km(예상소요시간 6시간) 열심히 걸으며 눈에 보이는 멋진 풍경을 마음에. 카메라에 담으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연 탐구가 시작되었다.저건 산버들. 저것은 생강나무가 맞네. 아니네 하며... 이건 무슨 꽃이지 하며 자세히 보지 않으면 그 꽃이 거기 피어 있는 지도 모를 정도로 작고 앙증맞게 피어 있는 흰 제비꽃.(난 흰 제비꽃을 처음 봤으니 촌놈 지리산에 와서 출세했네) 엘레지. 막 솜털을 보송보송 내민 산버들. 병아리 궁뎅이처럼 노오란 얼굴을 내민 구상나무며 캬∼ 오늘 제대로 날 잡아서 잘 왔다 싶다. 쉽게 볼 수 있던 것들인데도 마음이 통하니 이렇게 달리 보이는 것을... 인생 뭐 별거 있나 마음 한 번 잘 먹기 나름이지! 걷기를 두어 시간여. 완만한 코스라 좋긴한데 그늘이 잘 없다는 거. 산꼭대기를 걸으니 그도 그럴 수밖에. 그렇게 걷다보니 선두그룹은 꽁무니도 보이지 않고. 같이 오던 일행도 뒤쳐지고. 어느새 나 혼자만 걷고 있는 게 아닌가?때는 이때(?)다 싶었다. 한곡 두곡 노래를 부르다 보니 내가 알고 있는 노래는 거의 다 불렀을 정도로 노래를 불러댔다. 묵묵히 자기네들 일을(나무들이 싹 틔우는 일)하고 있던 애들이 지지배배 노래하던 새들이 놀라진 않았을까?(웬 음친가 하고). 그렇게 얼마를 걸으니 웬 횡재야∼ 그늘이다.목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고 잠시 쉬고 있으니 뒤에 오던 언니가 오네요. 반가워라∼ 산에서 고아되는 줄 알았네(휴∼) 커피 한 잔 씩 나눠 마시니 이게 바로 꿀맛이로세. 세걸산에서 일행들을 만나 정성껏 준비해 주신 간식을 먹고 체력 충전!아∼ 여기에서 바라 본 풍경. 가슴에 켜켜이 쌓였던 묵은 쓸데없는 감정의 찌꺼기들 다 날리고도 남으리라.앞서거니 뒤서거니 여기서 보면 멋있고 저기서 보면 더 멋있는 지리산을 온 몸으로 느끼며 흙먼지 폴폴 날리며 앞사람 발자국 소리 뒷사람 발자국 소리에 힘든 줄도 모르고 내 언제 여기를 다시오나 싶어 두 눈에 열심히 지리산을 담았다. 그런데 놀라워라... 걷다보니 깨달음 한가지. 나도 모르게 나 자신에게 고마워 하고 있는 게 아닌가?살아 있음으로 해서 이 모든 광경을. 신비롭고 경이로운 풍경을 눈으로 가슴으로 느끼고 품을 수 있음에 감사하고 있지 않은가?그래 열심히 살아야지 최선을 다 해야지 마음을 다잡으며 오늘에 감사한다.오늘 여기 함께 온 많은 인연들에게도... 걸어서도 배고프고 수다 떠느라 더 배고픈 우리 점심은 먹어야지∼ 그런데 자리가 마땅한 곳이 없네. 어쩐담. 궁하면 통한다고 겨우 찾은 그늘진 곳. 십여명이 다닥다닥 붙어 앉아 냠냠 음∼ 이렇게 먹으니 더 맛있구나.맛있는 점심에 몸에 좋은 건강주(?)한 잔에 배터리 충전해서 다시 출발.날씨에 취하고 지리산 풍경에 취해서 걷다보니 반팔 차림으로 걸어 온 내 팔뚝엔 산꼭대기에서 내려 쬐는 햇살에 잘 익은 낯선 근육이^^하하호호 이야기꽃을 피우며 걸으니 팔랑치까지 왔네. 무더기 무더기 산딸기 나무가 새순 을 준비를 하고 있고 앞으로 바래봉까지는 1.5km남짓. 사람의 마음과 다리는 대단하다. 정령치에서 바래봉까지 어느새 걸어가나 싶었는데 나도 모르게 힘든 줄 모르고 여기 까지 오지 않았는가? 아마 혼자였다면 지루하고 힘든 일이었겠지만 여럿이 함께 하다보니 신나고 재밌게 올 수 있지 않았나 싶다.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파란. 눈부시게 파란 하늘이 펼쳐져 있다. 가슴이 찡해지는 건 왜 일까? 바래봉이 가까워지니 다시 설레는 마음. 지리산의 절경 중 하나가 바로 바래봉의 철쭉 아닌가?내가 늘상 사진으로만 봐왔던. 거기를 오늘 내가왔다. 그런데 너무 일찍 왔나. 아직 철쭉은 소식이 없다. 그래 꽃이 있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리. 철쭉 만개하면 그때 다시오면 될 것을... 그러라고 그때 다시 오라고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온다.▲ 바래봉 지도오늘의 이 산행은 나를 내 속 뜰을 아주 건강하게 해 주는 좋은 거름이 되었음을 난 안다. 좋은 인연들이 만나 아무런 사고 없이 잘 다녀 온 오늘을 오랫동안 가슴에 담아두고 힘들 때마다 기억의 저 편에서 꺼내어 추억해야지.다음 산행에는 더 많은 인연들이 함께 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이런 산행을 준비 해 주신 (주)인산가와 주간함양에 감사 드리고 오늘 산행에 함께 했던 많은 분들... 이 좋은 계절에 좋은 일들이 많이많이 생기기를 기도해본다.바래봉을 코앞에 두고 갑자기 바빠진 내 마음. 그도 그럴 것이 백전 벚꽃축제 노래자랑에 신청을 해 놓았으니 시간이 빠듯하다. 정확하게 산행시간이 6시간. 지금 시간은 오후4시. 오 마이 갓. 부랴부랴 준비해서 간신히 시간 안에 축제장에 도착했다. 낮에 지리산에서의 따듯한 4월의 온기는 오간데 없고 쌀쌀하다 못해 한기를 느낄 정도로 추운 날씨. 추위에 긴장감에 덜덜 떨면서 노래 자랑에 참가한 나. 지리산의 정기를 온 몸으로 듬뿍 받고 온 난 이날 최우수상을 먹었다. 아∼ 맛있는 최우수상! 아∼ 멋있는 지리산! <제31차 산행 참가자 청하 임순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