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복주 시인의 안녕하세요 함양 - 7안녕하세요 함양.얼마 전 선운사 근처에 살고 있는 잘 아는 시인의 집을 방문했었습니다. 칠십 가까운 나이에 펜션을 하느라고 바쁘고 힘들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들에게 펜션을 물려주려 하는데 아들이 결혼에 한번 실패하여 혼자 산다는 것이었습니다. 장가를 다시 보내서 펜션을 물려주는 게 순서인데 시집오겠다는 사람이 없어 국제결혼을 신청했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요즘 국제결혼 사기가 극성을 부려 결혼 실패가 3명중 1명이라 합니다. 실제로 내 주변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습니다. 마음씨가 착하고 성실하고 시골 농사 밖에 모르는 순진한 후배였습니다. 그 친구가 베트남 여자와 결혼한다고 해서 나는 산청에 있는 예식장을 찾아가 축하했었지요. 그런데 1년 지나서 그 친구가 폐인이 되었다는 소식이 들려 왔습니다. 아내가 어느 날 패물과 통장을 가지고 도망갔고 후에 베트남에 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친구는 기절했다는 것입니다. 더구나 자신이 아내를 술 먹고 매일 때려 살수 없어 도망쳐 나왔다고 국제 재판소에 이혼소송까지 걸어 놓았다는 사실에 친구는 입을 다물어 버렸습니다. 패가망신하고 일가친척으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은 그는 더 이상 이 세상에 살려고 노력하지 않고 술로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외국인과 결혼해서 사는 가정을 다문화가족이라 부르지요. 지금은 함양에도 국제결혼 부부가 많이 생겨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함양의 다문화가족은 270여 가정이나 됩니다. 베트남 여성이 제일 많고 중국 몽골 필리핀 네팔 일본 등 다양합니다. 함양문화원에 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생겨 이들이 함양에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어려움을 도와주고 있다고 하니 다행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가장 시급한 것은 말의 소통입니다. 그래서 22명의 자원봉사 한글 교육지도사가 가정을 방문하여 한글을 가르쳐 주기도 하고 센터에서 가르쳐 주기도 합니다. 나는 다문화가정을 이룬 사람들을 만나 보았습니다. 그들은 말합니다. “한국생활 힘들어서 눈물 많이 흘려요. 나를 일꾼으로 생각해요. 일하러 노예처럼 팔려왔다는 생각이 들어요.” 또 중국에서 온 한 여성은 말합니다. “남편이 술 먹고 들어와 이유 없이 매일 때려요. 마음에 안 든다는 것이에요. 심지어 시아버지도 나를 때려요. 반찬을 잘 못한다는 거예요. 남들처럼 돈도 못 벌어 온다고 때려요.”아직도 아내를 때리는 한국 남편이 있다니 가슴이 답답할 뿐입니다. 일가친척 한 명 없이 홀홀 단신으로 가본 적 없는 이국 땅에 잘해준다는 남편의 말 한마디만 믿고 따라 왔는데 여자를 때린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김흥식 함양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았습니다. “서로의 문화 차이에서 오는 다툼이 많아요.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고 왜 그러냐는 식이지요. 그런데 속사정을 알고 보면 참 딱해요. 이주해 온 여성들보다는 한국인 남자들의 성격이나 생각. 또는 신체적 조건이 조금은 낮은 편이에요. 그러다 보니 남자가 아내를 때리고 인권을 무시해요. 이게 가장 큰 문제라 우리 센터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하여 해결하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쉽지 않아요.”국제결혼을 한 이주여성의 희망사항 1순위가 핸드폰이라 합니다. 2순위는 영주권. 3순위는 친정에 얼마간의 돈을 부쳐 주는 것이라 합니다.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한편 남편의 불만도 많이 있다고 합니다. 핸드폰을 사주면 틈만 나면 알게 된 친구와 통화만 하고 고향에 통화해서 통신비가 만만치 않다고 합니다. 또 결혼 몇 년 후에 남편이 동의하면 영주권이 나오는데 남편들이 동의해 주지 않아 영주권을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이는 영주권이 나오면 많은 이주 여성들이 돈을 벌기 위해 쥐도 새도 모르게 도망간다는 것입니다. 애초 처음부터 한국에 들어오기 위하여 위장결혼을 이용한다는 것입니다.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 김기영씨와 아사구릉(네팔) 가족내가 금붕어를 사러 가끔 가는 한 가게가 있습니다. 그 가게는 키 크고 잘 생긴 남자 주인이 있을 때도 있지만 예쁜 외국 여주인이 앉아 뜨개질하며 가게를 볼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말을 잘 못했습니다. “한국말 할 줄 아세요?” 고개를 가로젓습니다. 그러면 한국말을 아는 것 아녜요? “어느 나라에서 왔어요? 웨어아유컴프럼?” 그러자 막 웃다가 “네팔이요.” 대답합니다. “그래요? 팔이 네 개씩인 부처님들이 사는 나라 네팔 말이에요? 와아!” 나는 네팔 나라를 인도처럼 팔이 여러 개인 부처님이 사는 나라로 생각해 왔던 것입니다. 이 부인의 이름은 아샤 구릉(Asha Gurung. 24세). 나는 자주 그 부부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우리 집에 한번 놀러 오기도 했는데 지금은 예쁜 아들과 딸을 낳아 기회만 있으면 5살 된 아들 김우주와 6개월 된 딸 김단야를 자랑합니다. 부인을 얼마나 아끼는지 꼼짝 못하게 합니다. 네팔의 친정 어머니를 관광비자로 한국에 초대하여 오게 한 정말 멋진 고급 사위입니다. 잠시 주변 식당이나 농사일에 나가 조금의 돈을 모아 귀국하게 하고 싶었는데 이것은 한국법에 걸린다고 합니다. 비행기 삯 빼고 나면 남는 것도 없답니다. 네팔부인은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네팔어 통역과 번역을 담당하며 활기찬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남편 김기영씨는 함양다문화가정연합회를 결성하여 다문화가정이 정말로 행복한 가정이 될 수 있도록 일익을 담당하고 싶다며 온 생활을 바쳐 앞장서고 있습니다.“중앙 관계자들이 법을 엄격하게 시행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다문화 여성들이 많이 가출합니다. 그 배후에는 돈을 벌어 자국의 식구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욕망이 있는 겁니다. 그래서 결혼을 버리고 가출합니다. 불법체류가 되는데 본국으로 귀향조치가 이루어지지 않고 그냥 놓아두니까 많이 가출하여 불법체류하면서 돈을 버는 겁니다. 한국인과 결혼하여 가출하고 불법체류하면서 돈 벌면 그것이 바로 돈 버는 지름길이다 라는 것이 자국에 알려져 위장결혼이 많아졌습니다. 잘 살러 온 이주 여성들도 주위의 유혹에 흔들려 가정을 파괴합니다. 이 인식을 빨리 해소시켜 다문화가정이 한국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강력한 법 집행이 결국은 빨리 다문화가족을 정착시키지요.”나는 이 부부에게 축복을 보냅니다. 다문화가족 중에서 가장 성공한 가정으로 모범이 되었으면 합니다. 사랑의 미학을 아는 함양▲ 이수원씨와 솔몬토야(몽골) 가족나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추천을 받아 2008년 몽골에서 건너 와 결혼을 한 솔몬토야(29세)씨의 가정을 방문했습니다. 한국 화이바에 근무하고 있는 남편 이수원(39세)씨와 부인 솔몬토야와 아들 이장우(21개월)가 반가워합니다. “남편이 어떻습니까? 마음에 듭니까?” 솔몬토야 부인은 얼굴을 발갛게 붉히며 빙긋 웃기만 합니다. “남편 앞에서 한번 확실하게 대답해 보세요. 유 러브 디스 맨. 예스? 노?”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합니다.“아유- 아유... 나 가튼 싸람이 여기 와서 이러케 호강하고 싸는데 왜 안 조케써요? 이 사람 나한테 아주아주 잘 해주시어요. 이 사람 너무 바빠요. 밤 10시에 들어와요. 따로 살지만 시아버지 시어머니도 잘 해주시어요. 나 솔몬토야는 한쿡에서 항복합니다!” 하.하.하. 한국에서 항복하다니. 하.하.하. 이처럼 통쾌한 말이 어디 있을까요? 내 눈가에서 눈물이 나올 뻔했습니다. 눈시울이 붉어진 겁니다. 나도 아내에게 이런 대답을 들을 수 있을까요? 나는 남편에게도 물어 보았습니다. “부인이 어떻습니까? 마음에 듭니까?” 남편의 얼굴 또한 붉어졌습니다. “저 같은 사람에게 시집 와서 가정도 갖게 하고 자식도 낳아 줬는데 이보다 더 고마울 데가 어딨어요?. 나는 솔몬토야가 세상에서 최고예요.” 결국 나는 눈물을 찔끔 흘리고 말았습니다. 세상에서 이보다 더 진실 되고 아름다운 말이 어디 있을까요. 유식한 말이 뭐 필요하겠습니까. 더 이상 행복에 대해서 물어 봐야 무슨 소용 있겠습니까. 오늘은 한없이 부끄러워지는 날입니다. 오늘 집에 가서 당신이 세상에서 최고라고 나도 아내에게 말해야겠습니다. 김흥식 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국제결혼중개업자들의 책임 있는 소개가 아주 중요하지요. 당사자들의 정보를 감추고 결혼 성사에 급급하다 보니 결혼 후에 갈등과 폭력과 가출 등 문제가 생기는 겁니다. 이주 여성은 남편말고는 자기편이 아무도 없어요. 얼마나 외롭고 무섭겠어요? 그러니 남편 시부모 친지가족들이 이주 여성을 감싸주고 이해하고 믿어주고 따뜻한 가슴으로 안아 주었으면 참 좋겠어요. 한국의 우리 부부들도 서로 싸우고 하는데 서로의 문화가 차이가 있고 다르게 자랐는데 100% 마음에 드는 며느리 아내가 어디 있겠습니까? ”아직도 이주 여성을 돈주고 사왔다는 편견과 깔보는 시선은 빨리 없어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다문화가족도 우리와 같은 한 식구입니다. 내 아내. 내 자식입니다. 무조건 따뜻하게 사랑해 주어야 하지요.”김흥식 센터장의 얼굴에서 슈바이처와 같은. 만델라와 같은 진정으로 걱정하는 친아버지의 사랑을 보았습니다. 솔몬토야가 몽골 부모님께 눈물로 써 보낸 편지를 어렵게 구하여 한 구절 소개해 봅니다. - 에_츠 에_츠(어머니 어머니). 걱정 마시셔요. 솔몬토야는 한쿡에서 항복합니다. 동생 에흐바이르는 학교 잘 다녀요? 너무너무 보고 싶어요. 살다 보면 만날 날 있겠지요. 그 날을 기다리며 나 열심히 살아요. 엄마. 아빠. 할아버지. 할머니 부디 건강하셔요. 곧 달려갈게요.-한국의 남자들이여! 먼 나라에서 온 아내를 사랑하고 5년. 10년이 되면 아내의 고향으로 인사하러 갑시다. 잘 살고 있는 아내와 아들딸의 모습을 보여주고 돌아옵시다. 그러면 당신은 전 세계에서 가장 멋진 멋쟁이 남편이 되는 겁니다. 아주 믿음직한 남편이 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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