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라 나의 발아달려라 나의 은빛 자전거▲ 문복주 논설위원사월이 왔다. 사월은 잔인한 달이다. 왜냐면 나무와 풀의 생명들이 대지 밖으로 나오려고 무던히 애쓰는 달이기 때문이다. 신록이 시작되는 봄이기에 나무를 심는 식목일이 있다. 책상 앞에 놓여 있는 달력을 보니 식목일 그 날이 청명(淸明)이다. 따뜻하고 맑은 날들이 시작된다. 6일은 한식(寒食)으로 선조의 묘를 손보고 인사도 하는 날이다. 19일은 4.19혁명이다. 학생들이 독재정권을 향하여 민주의 젊은 피로 일어선 날이다. 20일은 한해의 곡식을 풍요롭게 하기 위하여 봄비가 온다는 곡우(穀雨)다. 이렇게 사월은 만물이 시작하는 달이다. 그러니 작은 사무실이나 어둔 방에만 박혀 있다는 것은 무언가 맞지 않다. 토요일 일요일 아니면 아침 아니면 저녁 집을 나서라. 가벼운 차림으로 산과 들을 찾아 나서라. 걸어라. 달려라. 질주하라.요즈음 함양 읍내는 유난히 많은 차량들로 주차할 곳이 없다. 걸어 다니기 힘들 정도로 차량이 많아졌다. 그 이유를 알 수 없으나 한 해 두 해 갈수록 차량이 엄청 불어나고 있음을 느낀다. 잘 살게 되어 편리한 차를 개인이 하나씩 소유하게 되는 것은 좋은 일이라 할 수 있겠다. 문제는 고유가이다. 기름 한 방울도 나지 않는 나라에서 너도나도 차를 가지고 다니니 누구라고 할 것 없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중동지역의 정권 붕괴와 내란으로 정유시설은 파괴되고 석유 생산은 중단되었다. 유래 없는 기름파동으로 고공가를 경신하고 있다. 이 석유전쟁이 하루 이틀에 끝날 것 같지 않다. 읍내 기름값이 벌써 리터당 2000원을 넘어서고 있다. 서울에서는 샐러리맨들이 자동차를 집에 고이 모셔 두고 전철이나 버스를 타고 출근하는 웃지 못 할 일이 이미 일반화되었다. 그렇다면 고유가 시대에 좋은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가장 단순 명료한 대답은 이렇다. 서울처럼 자동차를 타지 않으면 된다. 걸으면 된다. 물론 차를 타지 않으면 안 될 경우도 있지만 함양에서는 10분∼20분이면 걸어서 어디든지 갈 수 있다. 걸어라. 그것이 답이다. 그것이 어렵다면 자전거를 타고 달려라. 그것이 답이다. 함양은 산비탈이 심하게 있는 것도 아니고 웬만하면 자전거 하나로 곳곳을 힘들지 않게 다닐 수 있다. 물론 도로가 조금 좁기는 하지만 다같이 걸어 다니고 자전거로 다니고 하면 차량통행이 줄어져 그리 심하게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물론 자전거 도로 시설확충에 더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물론이다.아침 7시 30분쯤. 아침이 바쁘면 저녁 7시쯤. 함양자동차학원이 있는 포돗재 쪽에 가보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낯익은 한 사람을 만날 수 있다. 한경택 휴천면장이다. 그 분은 아침이고 저녁이고 함양읍내에서 휴천면까지 걸어서 또는 뛰어서 출근한다.(40분 정도) 저녁엔 거꾸로 휴천면에서 읍내로 걸어서 또는 뛰어서 퇴근한다. 이 얼마나 상쾌한 일이냐. 한 직장의 장이 솔선수범하는 이 모습은 사람 사는 동네에 시원한 바람으로 불어와 왠지 우리들을 즐겁게 한다. 그 분에게 찬사를 보낸다. 그러나 얼마 전 보도된 함양 공공기관 공무원들의 차량 5부제 ‘실종’에 대한 기사를 읽으며 실망을 금치 못했다. 정부가 에너지 위기경보를 ‘관심’에서 ‘주의’로 높이고 실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솔선수범해야 할 공무원들이 관심조차 없고 직장 근처에 차량을 주차시키고 출근한다니 눈 가리고 아웅 하는 모습을 보며 이맛살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다. 상반된 두 모습에서 일반 시민들이 어느 쪽에 박수를 쳐줄 것인지를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MB정부는 일찍이 ‘저탄소 녹색성장’이란 국정목표를 내세우고 지구환경의 적극적인 개선에 앞장 서 왔다. 저탄소는 말 그대로 공해 덩어리 이산화탄소를 줄이자는 뜻이다. 그러니 주범인 자동차를 가급적 타지말고 걷거나 멋진 은빛 자전거를 타고 다니자는 것이다. 녹색성장이란 기후온난화 뿐만 아니라 공해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잡아먹어 줄이는 녹색환경을 만들어 나가자는 뜻이다. 쓰레기를 줄이고 나무를 많이 심어야 한다. 더 나아가 우리의 생활과 삶이 자연주의가 되어야 한다. 걸어라. 나의 발아. 달려라. 나의 은빛 자전거. 걸으면 먼저 나의 건강이 달려올 것이다. 은빛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 먼저 건강이 달려 올 뿐 아니라 기름 거품이 없어지고 경제가 달려 올 것이다. 사월은 생명의 달. 과감하게 차를 버리자. 걸어서 출퇴근을 한번 실천해보자. 아니면 아들 자전거를 빼앗아 타고 너는 걸어라. 나는 자전거를 타고 직장에 가겠다 하는 것이다. 지나가며 만나는 사람들에게 안녕하세요란 오랫동안 잊혀졌던 말을 되찾아 보고. 자전거로 달리며 머리카락을 또는 옷자락을 바람에 날려 보자. 기분도 상쾌해지고 4월은 말 그대로 생명의 달이 되어 달려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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